여행길에 나설 때 늘 가장 먼저 챙기는 짐, 하지만 이번에는 공교롭게 가장 마지막으로 챙겨 가방 맨 위에 얹었습니다. 다시 체코 프라하에 떠나게 된 기적같은 여행에 한 번 더, 올림푸스 카메라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것도 이제 막 세상에 소개된 따끈따끈한 카메라 PEN-F입니다. 우연에 우연, 기적에 기적이 겹쳐 설렘을 한결 더한 '마지막 짐'입니다.
주변 반응을 보면 예상 밖, 기대 이상으로 뜨겁습니다. '스타일의 힘'이 이런 것일까요? 카메라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그리고 스마트폰 카메라가 급성장하면서 최신 카메라에 대한 관심도는 날로 감소하고 있지만 반대로 '갖고 싶은 물건'으로서의 자리는 오히려 더욱 견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PEN-F는 이런 욕구를 적절한 세기와 방향으로 긁어주는 것 같습니다. 60년 전 필름 카메라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레트로 스타일로 말이죠. 실제로 이 카메라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한 지인들이 가진 정보 -화소,연사,AF 성능,동영상 등등의 '스펙'- 는 극히 적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것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도 되겠죠.
저도 이 카메라의 디자인을 온라인을 통해 처음 접할 때부터 '좋다'는 생각보다 '갖고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매일 사용할 카메라로 저 카메라는 어떨까, 하고 말이죠.
PEN-F (Black) + M.Zuiko 17mm F1.8 (Silver)
그리고 운 좋게 내일부터 떠나는 여행에 PEN-F를 챙겨갈 수 있게 됐습니다. M.Zuiko 렌즈 중 가장 좋아하는 17mm F1.8 렌즈를 마운트하고 스트랩이며 소프트버튼까지 채워 놓으니 이제 당장 떠나도 될 것 같아 무척 설렙니다. PEN-F는 블랙/실버 모델이 발매되며 사진의 카메라는 블랙 모델입니다. 이전 올림푸스 카메라보다 한단계 뛰어난 기계적 완성도 덕분에 블랙 모델은 정말 '단단'한 느낌입니다. 17mm F1.8 실버 렌즈를 마운트하니 블랙/실버 조합으로 클래식한 느낌이 묘하게 부각됩니다.
PEN-F (Black) + M.Zuiko 12mm F2.0 (Black)
하지만 역시 검정색 렌즈와 더욱 잘 어울립니다. 역시나 무척 좋아하는 렌즈인 M.Zuiko 12mm F2.0 렌즈는 17mm F1.8 렌즈보다 PEN-F에 한결 더 잘 어울리는 모양새입니다. 외관의 조화로 치자면 PEN-F에는 이 12mm F2.0 렌즈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꼭 필요한 광각 렌즈, 올림푸스 12mm F2.0은 E-M5와 함께 무척 만족하며 사용했던 렌즈라 믿고 가져갑니다. 이렇게 12mm / 17mm 두 개의 렌즈와 함께 떠날 계획입니다.
카메라를 선택한 후엔 블랙/실버의 컬러 선택이 두번째 고민이 되곤 하는데요, 실버 모델 실물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실버 덕후인 제게도 PEN-F는 단단한 메탈 프레임과 특유의 볼커나이트에 어쩌면 실버보다 더 멋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후한 멋이 있습니다. 실버가 '예쁘다'면 블랙은 '멋지다' 정도 되겠네요. 제가 사용하는 라이카 카메라보다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그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블랙 모델이 특히나 여행에선 나쁘지 않습니다. E-M5 Mark II와 달리 셔터 버튼에 나선형 홈이 있어 소프트 버튼과 기계식 릴리즈 사용도 가능해졌습니다. 마침 집에 있던 빨간색 소프트버튼을 달아주니 제짝처럼 썩 어울리죠?
상단에는 모델명 PEN-F가 고전적인 느낌의 폰트로 각인돼 있습니다. 레트로 스타일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전원 버튼을 '필름 놉' 형태로 상단 왼쪽에 배치한 것이 눈에 띕니다. 전원 조작을 카메라를 한 손으로 쥐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다이얼의 조작감은 매우 경쾌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입니다. 그 옆 둥글게 솟은 것은 PEN 시리즈 최초로 채용된 내장 뷰파인더입니다. OM-D 시리즈와 비교해 PEN 시리즈가 갖는 약점 중 하나였던 내장 뷰파인더가 채용된 것으로 PEN 시리즈의 격이 한단계 올랐다 하겠습니다.
내장 뷰파인더와 함께 무척 반가웠던 것은 노출보정 다이얼의 채용. 기존엔 멀티 다이얼이 담당하던 노출 보정을 별도 다이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노출 보정을 자주 활용하는 제게는 촬영 편의성에 큰 향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촬영 모드 다이얼은 사용자 환경설정 모드인 C1/2/3/4가 채용돼 고급 사용자의 요구에 대응했습니다. 더불어 사진상에 보이는 다이얼만 해도 4개에 이를 정도로 인터페이스를 강화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도마뱀 가죽을 연상 시키는 독특한 패턴의 볼커나이트 역시 PEN-F의 레트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고무그립보다 카메라를 한결 더 클래식하게 보이는 데 일조하고 있고 렌즈 교환 버튼까지 동일한 패턴을 적용할 정도로 완성도에 신경을 썼습니다.
향상된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노출 보정 다이얼의 조작감, 다소 가벼운 듯 하면서도 끊어지는 맛이 확실하고 조작감이 경쾌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 촬영하면서 노출 보정을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조작감입니다. 왼쪽의 작은 멀티 다이얼과 간섭이 발생할 여지가 있지만 작은 카메라에 촘촘히 배치한 인터페이스에 기존 사용하던 OM-D보다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디스플레이는 터치와 스위블이 지원돼 셀프촬영부터 로우/하이앵글까지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LCD를 돌리는 과정이 다소 번거로워 이런 스위블 방식 보다는 위쪽으로 젖히는 방식을 좋아하는데, 내장 뷰파인더가 채용된 PEN-F에서는 이 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LCD의 크기나 색감, 메뉴 체계 등은 E-M5 Mark II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PEN-F의 핵심인 전면 다이얼은 흑백/컬러 프로파일/아트 필터/컬러 크리에이터까지 4가지 커스텀 이미지를 별도 메뉴 조작없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입니다. 노출보정 다이얼과 비슷한 경쾌한 조작감이 인상적이며 JPG 촬영으로 각종 커스텀 이미지를 즐겨 활용하시는 분들에게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켜줄 장치가 되겠습니다. 특히나 필터부터 노이즈 그레인까지 조절할 수 있는 흑백 모드는 이 카메라의 레트로 스타일에 어울리는 아날로그 감성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기대가 무척 큽니다.
PEN 시리즈 최초로 채용된 내장 뷰파인더는 23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로 크기와 배율이 E-M10 Mark II와 동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M5 Mark II와 비교해보니 역시 조금 작긴 하지만 PEN 시리즈에 번듯한 내장 뷰파인더가 채용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갑습니다. 이제서야 제가 꼭 쓰고싶은 PEN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그 동안의 EVF의 아쉬움이었던 반응 속도와 과장된 색감 등의 불편함은 현재까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느새 EVF에 적응했나 봅니다.
이렇게 무척 급하게 새로운 PEN-F의 외형을 훑어봤습니다. 여행 전 급하게 챙기느라 이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덧붙이지 못해 아쉽습니다만 손에 쥘 때 느껴지는 신뢰감만으로도 함께 할 여행이 기대되는 새친구입니다. 다시 한 번 떠나는 체코, 프라하에서 새로운 올림푸스 PEN-F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여행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