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다시 이어진다는 애증의 이야기, 후지필름 X100 시리즈. 막상 손에 쥐면 곧 맘에 안들어 이별하길 반복했는데 어느새 또 곁에 있네요.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엔 S가 하나 붙었습니다. X100의 후속 제품 X100s를 만나게 됐어요. 그래봐야 벌써 3년이 되어가는 구형 제품이지만, X100만 사용해 본 제게는 신제품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손에 넣은 첫 X100 (2011)
세번째 X100입니다. 예약 실패에 일본 내 사고까지 겹쳐 아주아주 힘들게 손에 쥔 첫 X100은 DSLR 카메라에 염증을 느낀 제게 특유의 스타일과 휴대성으로 매우 큰 만족을 줬습니다. 하지만 일년간 사용하는 내내 어딘가 또렷하게 설명하기 힘든 '이미지'에 대한 불만족으로 결국 이별하게 됐었죠. 물론 제가 일 년이나 같은 카메라를 쓴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긴 합니다만, 처음 이 카메라를 사진으로 접할 때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론이었죠. 하지만 제 짧은 사진 생활에 가장 큰 충격을 줬던 X100의 존재와 그 철학은 현재도 매우 좋아합니다.
잊지못해 다시 구매한 두번째 X100 (2014)
그래서 저는 X100을 방출한지 2년여만에 다시 구매했습니다. '블랙 에디션'이라는 문구의 유혹 역시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실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X100 블랙은 튀지 않는 수수함에 후지필름을 다시보게 한 블랙 도장 처리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왔구나'라는 반가운 마음에 한동안 이녀석을 매일 들고 다니며 다시 친해보려 했지만 집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 난 이 카메라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지'라고요.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역시 이 카메라의 이미지는 제 성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외모만으로 사용하기엔 역시나 '신뢰'가 부족했던지라 마침 함께 가지고 있던 '썩 맘에 든' 라이카 X1에 밀려나고 말았죠. 그 땐 '이제 다시 X100 시리즈는 쓸 일이 없겠다'고 확신했습니다. 분명히.
그래서 어느새 책상 위에 있는 이 똑같은 녀석이 반갑기도 혹은 놀랍기도 합니다. 게다가 외모는 정확히 '그 때 그녀석'과 같으니까요. 마치 2년간의 공백이 없었던 듯 이 검정색 후지 카메라를 다시 맞게 됐습니다. 물론 이름은 X100S입니다. 이미지 센서와 AF 등 기본적인 촬영 성능이 바뀌었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뷰파인더 성능 역시 향상 됐습니다. 같은 외모에서 조금 더 좋은 카메라가 되려는 노력이 가상했달까요?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때마침 저를 유혹한 매력적인 가격입니다. 역시나 저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게다가 이번에도 역시 블랙 에디션입니다. X100 시리즈를 사용해보니 갈수록 실버보다는 블랙 제품이 마음에 들어오더군요. 이번 X100s 구매때도 실버 모델을 배제하고 블랙 모델만 고려했습니다. 현재 판매중인 X100T의 경우 블랙/실버를 동시에 발매했지만 X100과 X100s는 블랙 모델을 한정판으로 발매 했습니다. 나름 '귀한 녀석'이라는 뜻입니다.
후지필름 X100S
- 1630만 화소 X-Trans CMOS II 이미지 센서
- 후지논 23mm F2.0 렌즈 (35mm 환산 35mm F2.0)
- F2.0 - 16
- 스마트 하이브리드 AF (위상차 + 콘트라스트)
- 1/4000 - 30 초
- ISO 200 - 6400 (확장 ISO 100, 12800, 25600)
- 10cm 매크로 촬영
- 6 fps 연속 촬영
- 1920 x 1080 / 60 fps Full HD 동영상
-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광학 + 236만 전자 뷰파인더)
- 2.8" 46만 화소 LCD
- 126.5 x 74.4 x 53.9 mm
- 445 g
X100s의 디자인은 X100과 동일합니다. 사실 대다수 X100 사용자들이 후속제품의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X100의 스타일은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도 가치가 있습니다. 세번째 시리즈인 최신작 X100T에서 작은 디자인 변경이 있었지만 현재도 이 X100의 스타일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X100의 후속 제품이 X200, X300이 되지 않은 것처럼 이 스타일도 앞으로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화질과 성능은 높아진 사용자들의 기준에 맞춰 꾸준히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는 부분인데요, 제가 갖게 된 X100S는 기존의 소니 이미지 센서가 후지필름의 X-Trans CMOS 이미지 센서로 바뀌었고 가장 큰 불만 사항인 AF가 위상차 AF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마트 AF' 시스템을 채용해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름만큼의 대단한 성능은 아니라는 후문이-
그 외에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광학 + 전자식 하이브리드 뷰파인더가 전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사실 이 셋만으로 X100의 후속 제품으로서 제 기대는 충족하고 있습니다. 최신작 X100T에서는 떠 빠른 AF와 더 큰 LCD, Wi-Fi 무선 통신 등 편의 장치가 더해졌지만 제 용도로는 동일한 이미지 센서의 X100S가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가격 차이가 무엇보다 큰 이유겠죠.
상단 조작계는 보기도 좋고 실제 조작감도 좋습니다. 다이얼 디자인과 감도를 변경해 X100보다 더 효과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는데, X100을 사용한지 오래돼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께는 APS-C 규격 카메라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입니다. 저는 멋과 약간의 효과를 위해 후드를 결합했지만 후드를 제거하면 나름 슬림합니다.
X100S에서 발견한 유일한 외관의 차이는 하단의 'S' 엠블럼과 상판에 각인된 제품명 정도. 그래서 처음 만나는 X100S이지만 손에 쥐는 느낌은 X100 사용자였던 제게 무척 익숙합니다. 아마 X100 시리즈를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교체하며 사용하는 '마니아'들은 줄곧 같은 카메라를 쓰는 기분으로 신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처럼요.
조리개 이슈 등 품질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X100의 이미지를 만회하고자 X100S는 하단에 Made in Japan 메시지를 각인했습니다. 이것이 더욱 뛰어난 완성도를 보장한다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많은 분들에게는 중국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제조품보다 한결 '믿을만한' 디지털 카메라가 될 것입니다. 후면 인터페이스 역시 전작과 동일하며, X100 이후 제품에 적용된 Q 메뉴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 차이점입니다. X100S 블랙은 버튼과 다이얼까지 전부 블랙 색상으로 제작해 외관의 통일감이 무척 좋은 편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제 손에 쥘 때의 마감은 다른 하이엔드나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느낀 것보다 확실히 좋은 편입니다.
35mm 마니아인 제게는 이렇게 또 하나의 35mm 카메라가 리스트에 추가 됐습니다. 라이카 M에 Summicron 35mm, 후지논 35mm 렌즈의 X100s, 올림푸스 E-M5 Mark II와 찰떡 궁합인 17mm F1.8 렌즈와 이 사진을 찍은 캐논 EOS 6D, 사무방 렌즈까지. 카메라는 다르지만 시선은 같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떠나더라도 믿고 떠날 수 있겠습니다.
그 중 외형이라면 단연 이 두 녀석을 꼽는데요, 두 카메라는 무척 다르지만 상당부분 닮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마 이런 모양새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X100에 반했던 것도 이 외모 때문이었으니까요. 당장 어디 멀리 떠나게 된다면 이렇게 두 대의 카메라를 들고 떠나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 이 구형 카메라로 찍은 이야기들을 블로그를 통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X는 얼마나 갈까요?
- Fujifilm X100S | 35mm | F2.0 | 1/600s | ISO 200 | AST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