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와 사당에서 종종 만나는데 -그게 중간쯤 지점이라- 도대체 주변에 먹을만한 것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햄버거를 다 먹을까요.
검색해봐도 술집, 주점, 펍, 호프, 회식용 식당뿐인 사당에 한 줄기 빛이 보였습니다.
간신히 가늘게 이어가고 있는 제 라멘 투어에 새롭게 등장한 사당의 일본 라멘집.
발음도 어려운 '후우후' 라멘.
이미 이곳저곳에 소개가 됐는지 점심 시간에 가면 문 밖에서 한동안 기다려야 합니다.
실내가 크지 않거든요.
다행히 점심때 조금 지나 간 덕분에 십분 정도 기다리고 입성했습니다.
하필 월,화요일이 정기 휴일이라 문 앞에서 발길을 되돌린 게 수차례, 정말 어렵게 왔습니다.
작은 실내가 일본풍 소품으로 가득합니다. 라멘집 창업의 필수 요건인지 몰라도 음악 역시 일본 것이 흘러 나오고요.
주문 받으신 누님(?)을 보니 일본 분이시더라고요. 일본인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라멘집인가 봅니다.
자리가 없는 탓에 창가쪽 바에 앉았습니다.
뭐, 혼자 먹을 때는 이쪽이 더 좋아요. 남자랑 먹을때도.
실내가 작고 일본풍 소품이 가득한데다 조명까지 어딘가 신사이바시 뒷골목 작은 라멘집을 연상 시키는 분위기입니다.
창가에 붙여놓은 정기휴일 안내문, 글씨체를 보니 역시 일본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라면에 기본을 지키면서 더욱더 정성껏 만들겠습니다"
제가 주문한 시오(소금)라멘 세트. (10000원)
소금 베이스의 돈코츠 라멘으로 세트 메뉴 주문시 튀김과 밥이 함께 나옵니다.
우선 첫인상은 라멘 그릇이 크다.
튀김은 새우, 닭, 굴 중에 선택이 가능한데 친구와 저는 새우,닭을 시켜 하나씩 나눠 먹었고 결론은 '둘 다 맛있다'.
기대했던 시오 라멘은 서울에서 제가 먹었던 비슷한 소금 베이스 돈코츠 라멘보다 육수가 담백했습니다.
진한 돈코츠 라멘은 라멘 마니아인 저조차도 한 그릇을 다 먹기 힘들 정도로 느끼하고 무거운 경우가 많은데 여긴 설렁탕에 가까울 정도로 국물이 담백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소금 베이스라 그런지 간이 약간 강했어요.
함께 주문한 친구의 쇼유(간장)라멘이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소금이 많이 짠 것은 아니고 좋은 소금을 넣었을 때의 개운한 짠맛(?)이 느껴지지만 제가 워낙 싱겁게 먹는 편이라서요.
새우 튀김은 매우 맛있었습니다. 개당 천원 꼴인데 튀김 상태도 좋고 살도 많아서 잘 먹었어요.
면은 '자가제면'을 내세운 다른 라멘집에 비해서는 평이합니다. 특별히 면이 뒤쳐지지도 않지만 면 자체로 라멘 맛을 살리는 역할을 할 정도도 아닙니다.
나고미 라멘처럼 면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 있거나 두께가 다른 면을 사용한 부탄츄의 시스템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저는 그곳들의 라멘보다 이 후우후 라멘 육수의 담백함이 더 좋았습니다.
- 땀까지 흘리며 열심히 먹던 친구의 손 -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이제 사당에서 먹을 것이 생겼다'
담백해서 좋았고, 골목길 라멘집 고유의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물리지 않으니 조만간 또 가서 다른 라멘을 도전해보려 합니다.
- 물론 제 돈 주고 사 먹은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