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간 딸까지 오랜만에 네식구가 모인 날이었습니다.
옛 추억 되 새기며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족발을 저녁식사 메뉴로 정했습니다.
마침 동네 근처에 있는 족발집에 다녀왔어요.
쌍문역 지나 사거리 삼익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사일구 왕족발입니다.
'사일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이동 4.19 공원 앞에서 20년 넘게 영업을 하시다 최근 이곳으로 이전하셨다고 합니다.
요즘 우후죽순 프랜차이즈 족발집이 많이 생기는데, 그런 집들의 족발과는 차별화되는 '역사'가 이 곳의 강점이 되겠네요.
예전에 해 오던 가닥(?)이 있으셔서인지 오픈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벌써 꽤 오래 자리를 잡고 있는 집같아 보이죠?
매장 앞에 붙은 이 식당의 고집
무엇보다 매일 직접 족발을 삶아 당일 판매만 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몇년 전 단골집 족발을 먹고 장염에 크게 걸린 후로 한동안 족발을 먹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족발을 먹을 때면 특히 이 점을 중시해서 보게 됩니다.
20여년 된 단골들을 그대로 모으시려는 듯 실내 인테리어 역시 그 시절의 멋을 살리시려는 모습입니다.
저녁 시간이라 가족, 친구 단위 손님들이 계셨어요.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지만, 이런 게 족발 식당의 분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메뉴는 위와 같습니다. 우리 네 식구가 배부르게 먹은 족발(대)가 32000원, 거기에 냉채 족발과 쟁반국수 그리고 전 종류가 안주로 제격입니다.
옆에 걸린 지도는 4.19공원에서 영업하시던 그 시절의 지도 같네요. 참고로 포장과 배달 모두 된다고 합니다.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께서 즉석에서 족발을 꺼내 먹기 좋게 썰어 주십니다.
당일 삶은 족발이 가게 앞쪽 온장고에서 따뜻하게 보관돼 차갑지 않은 족발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요즘같은 겨울에는 차가운 음식보다는 이렇게 따뜻한 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온도가 적당해서 족발의 식감도 한결 부드럽고 쫄깃합니다.
족발과 쌈, 장과 밑반찬 등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
네 식구 먹기에도 부족하지 않아 보입니다.
당일 삶은 족발이 따뜻하게 보관까지 잘 되니 접시에 담겼을 때 윤기가 흐릅니다.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무엇보다 살과 비계, 껍데기의 각기 다른 식감이 모두 잘 살아나서 좋아하는 부분대로 먹기에도 좋고,
한 입에 넣어 함께 씹으면 족발만의 재미있는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때 겪은 족발 트라우마(?) 때문에 족발에서 나는 냄새에 특히 민감한 편인데 이 곳 족발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더군요.
게다가 그 동안 먹었던 차가운 족발보다 식감이 무척 부드러워서 살코기만 골라먹던 제가 이 날은 비계와 껍데기를 같이 먹었습니다.
특히 족발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뼈째 들고 뜯으셨고요.
쌈은 기본적인 상추쌈과 함께 양배추와 생파가 제공됩니다. 양배추 쌈은 불고기에 주로 먹었었는데 족발 특히 살코기와 잘 어울리더군요.
생 파의 향을 좋아하시는 분은 쌈 안에 큼지막한 파를 한 줄기 넣어 함께 씹으시면 소주 안주로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다른 곳보다 살코기가 많아 좋았습니다.
저는 비계와 껍데기보다는 살코기를 좋아해서요.
이렇게 가족끼리 먹다보면 마지막엔 비계만 남기 일쑤였는데, 여긴 살코기가 많아서 배 부르게 먹었습니다.
밥을 시키면 된장 찌개가 함께 나옵니다.
- 어머니는 족발은 이렇게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하십니다 -
족발같은 음식은 웬만해선 새로 생긴 집에 가지 않는 편입니다. 맛이나 냄새 등을 잡기 위해 아무래도 여러 노하우가 필요하고 특성상 탈이 나기 쉬운 음식이라서요.
사일구 왕족발은 이 곳에 자리 잡은지는 얼마 되지 않은 집이지만 4.19 공원에서 20년 넘게 쌓인 노하우를 굳이 멀리 가지 않고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불어 주인 아주머니의 '국내산 족발, 매일 삶아 당일 판매' 원칙에 신뢰가 갔고
따뜻한 족발은 식감이며 맛, 냄새가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족 모두 배부르고 즐겁게 식사를 했고요.
그래서 혹 다음에도 이렇게 가족이 모이게 되면 이 족발을 포장해 가거나 직접 찾아 즐길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