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많은 분들이 사진을 위해 찾는다는 문래 예술 창작촌.
예전에 한 번 찾았다가 실망한 후로 오랫만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이전 방문때는 이 곳에 대한 정보도 시간도 너무 부족해 이 곳만의 매력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 곳은 주말에 더욱 멋지게 변한다는 이야기에
제법 먼 거리에도 카메라 하나 매고 산책 겸 다녀왔네요.
문래역 7번 출구를 나와 걷다보면 이렇게
문래 창작촌의 시작을 알리는 부스를 볼 수 있습니다.
말이 부스지 이제 그냥 흔적만 남은 이 표지판같은 구조물이
그래도 이 곳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낡음'과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제법 의미가 있죠.
철공소가 밀집된 문래 마을답게 마을 초입부에 만들어진 조형물 역시 금속의 차가움을 이용한 것들입니다.
분명 얼마 전에 왔을 때도 이것들이 있었을텐데, 처음 발견했네요.그 날 저는 정말 준비가 안 되어 있었나 봅니다 ^^;
금속의 차가움과 땀의 뜨거움이 공존하는 문래동 골목은
토요일 오후에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골목을 걸어다니며 한가로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제 모습이 민망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들과
언제든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는 기계들, 그 사이로 스며든 녹과 그을음의 강렬한 색.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던 풍경들입니다.
물론 이 곳도 쇳덩어리의 차가움과 대비되는 사람의 온기, 사는 풍경들이 곳곳에 펼쳐집니다.
하나같이 무심한 표정들이지만, 길이 너무 차가워서인지 온화함마저 느껴지더군요.
문래동 예술 창작촌은 아직 '오래된 것들의 천국'입니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낡을대로 낡은 지붕들과
길을 걸을 땐 채 발견하지 못했던 아무렇게나 버려진 것들, 혹은 방치된 것들로 가득했어요.
마치 30년쯤 전으로 돌아간 듯한 이 풍경들에
'아 맞아 예전엔 저랬었지'하며 잊었던 것들을 기억하는 저도
꽤 오래된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얼마 전부터 삭막하기만 한 문래동 골목에
예술가들의 사무실과 갤러리, 카페 들이 천천히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예술 창작촌이라는 새롭고 어색하기도 한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요.
다른 곳처럼 대놓고 '이거 봐, 이것도 봐'하는 벽화마을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골목 구석, 길 끝, 건물 옥상 등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하나 둘 씩 모을 수 있는 이 풍경들이
그래서 더 소중하고 재미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 건물 옥상에 그려진 이 아이유 벽화처럼요.
첫 방문때는 느끼지 못했던 예술 창작촌다운 풍경들,
너무 잘 숨겨져있어 아직도 어딘가에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은 이 동네는
여전이 저한테는 어렵고 궁금한 곳입니다.
이 곳에 가장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시간'입니다.
건물도, 풍경도 사람들도 시간을 비껴가 시간들은 그저 땅에 떨어져 있거나 구석에 먼지처럼 뭉쳐있듯
곳곳에서 돌보지 못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들이 이 마을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마 내년에도, 몇 년 후에 이 곳을 방문해도 이 곳만큼은 흐르는 시간에서 자유로울 것 같습니다.
문래 예술 창작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보아왔던 '삶'의 모습들과 일부러 찾아 다녔던 '환상'들이
좁은 골목과 작은 동네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찍지 않아도 될 것들'과 너무나도 뻔한 '찍어야 할 것들'을 번갈아 보면서
때로는 그 둘이 만드는 어색하지만 묘한 조화를 보면서
지나는 시간에, 잊는 것에 덤덤해지는 것도 생각보다 멋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 문래 예술 창작촌
LEICA M9, Summilux 50mm a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