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재미있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랫동안 시간이 멈춰 있는 장소를 찾아 가깝지만 낯선 곳을 찾았는데요,
첫 번째 장소는 중랑구에 위치한 용마랜드입니다.
1983년에 개장되어 큰 인기를 끈 놀이공원이지만 손님이 줄어든 끝에 2011년에 폐장했다고 하는데요,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점이 놀랍고,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제는 폐허가 된 것이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어쨌든, 운영 중일때는 있는 줄도 몰랐던 이 곳을,
폐장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아직도 그 날에 멈춰있는 풍경을 찾아 왔습니다.
마침 초가을 날씨가 절정에 이르러서 버려진 이 곳의 여러 구조물들이
이 날은 마치 전성기의 모습을 보는 듯 잠시 활기를 보였습니다.
물론 제 기분 탓이겠지만요 :)
놀이기구나 편의 시설 등 일체의 운영은 하고 있지 않지만,
저처럼 이런 풍경을 궁금해하고 찾는 이들을 위해 3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장소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문만 열어주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을 위해 버려졌지만 놀이기구와 구조물에 새로 페인트칠을 했더군요.
오랜 시간, 아마도 많은 이들의 꿈이었을 용마랜드,
이제는 그 사람들은 차라리 찾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는 쓸쓸한 곳이 되었지만
그래도 때로는 그 시간을 추억하고, 혹은 저처럼 멈춘 시간의 흔적을 바라보는 것도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안겨주지 않을까요?
멈춰버린 회전목마지만 가을 하늘 아래서 그 모습은 여유롭고 아름답습니다.
물론 다시 이 곳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
소중한 추억이 있는 장소가 이렇게 그 시절 아이와 함께 늙고 낡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의미를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날은 저와 함께 찾은 친구 말고도 많은 팀이 일찍부터 나와 사진을 찍으며 가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코스프레 팀의 출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배경이 모델 촬영하기엔 꽤나 매력적인 장소라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렇게나 버려진 듯 해도
곳곳의 풍경들이 꽤나 멋집니다, 이 곳.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짧은 시간에 만들어질 수 없는 이 풍경들이 바라보는 감정도, 찍는 사진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저도 늙고 낡아가기 때문일까요,
요즘은 이렇게 시간이 만든 낡은 풍경이 참 좋습니다 :)
멈춰버린 기차
설 곳을 잃어버린 것들
언제 움직여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놀이기구와
언젠가는 아마도 누군가의 기념사진 파트너였던 인형
종일 같은 길을 맴돌았던 시절이 이제 그리운 회전목마까지
용마랜드의 모든 풍경들은
낡아서 더 멋스럽고, 아파서 더 소중합니다.
언젠가는 이마저도 버려지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이들을 꼭 기억해줄테니까요.
Have a nice day,
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용마랜드.
추억이 끝나버린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추억을 얻고 가네요 :)
@ 용마랜드
LEICA M9 & SONY RX1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