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아프도록 걸어보고 싶은 날 다녀온
서울 끝자락 기찻길 마을 항동입니다.
잔뜩 흐린 하늘이 이 곳의 분위기와도, 이 날의 기분과도 썩 잘 어울려서
짧지 않은 기찻길을 한참 걸었습니다. :)
기찻길이 이제 막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가정집 앞 풍경입니다.
각박한 도심에선 보기 힘든 풍경들에 마음까지 여유로워지는 힘이 있습니다.
무엇이 놓여 있어도 특별했을 풍경을 지나,
기찻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항동이 사랑받는 이유는
멀리 나가지 않아도 한적한 기찻길 풍경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언제 찾아도 늘 한적한 이 곳은
마치 혼자 먼 곳으로 여행을 온 착각마저 들게해
특별한 기분을 안겨줍니다.
언제까지 기차가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아주 오랫동안 비어 녹만 슬고 있는 기찻길과 그와 함께 멈춰버린 주변 풍경을 보며 걷다보면
늘 무언가에 쫓기던 마음이 회복됩니다.
발을 크게 벌려 넓은 돌을 하나하나 밟으며 걷기도, 어린아이처럼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두 팔 벌려 철길을 걷기도 하면서
잠시나마 어린아이가 되는 시간이죠.
그 동안 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 곳에선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건 때로 꽃 한송이가 되기도 하고, 이 계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녹음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긴 철길 끝엔
오랫동안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다 지쳐
이제 가끔씩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신호등까지.
항동 철길은 우리가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기찻길,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새롭게 문을 연 푸른 수목원까지 더해져
항동 철길은 더욱 찾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상상 속 기찻길을 걷고 뛰며 앉아 여유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곳입니다. :)
SONY RX1
@ 서울시 구로구 항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