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여행을 부산으로 떠나면서 떠올린 첫 번째 장소는 오랫동안 맘 속에 담고 있던 감천 문화 마을입니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알록달록 그림같은 건물과 마을 건너 보이는 바다, 사람 냄새 느껴지는 곳곳의 풍경 등을 봐 왔던 터라
그렇게 보고 싶던 겨울 바다보다 먼저 방문한 2013년 부산 여행의 첫 방문지였습니다.
감천 문화 마을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부산역에서 전철로 토성역으로 이동 - 부산 대학교 병원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는 감천 문화 마을.
그 동안 주로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대도시의 편리한 교통이 조금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내릴 정류장을 찾아보지 않아도, 오르막 길에 펼쳐지는 TV에서나 보던 감천마을 풍경과 곳곳에 펼쳐지는 소박하고 예쁜 벽화들에 기대감은 한껏 커져갑니다.
동화 같은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전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감천 문화 마을의 전경을 보러 높은 곳을 찾아갑니다.
마을 여기 저기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화살표 표지판 덕분에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형상화한 색색깔의 구조물이 겨울 햇살을 받아 더욱 예쁘더군요 :)
이윽고 도착한 곳은 감천 문화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하늘마루'입니다.
색색으로 칠한 집들은 레고처럼 알록달록 빛나고,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까지, 한국에선 쉽게 보기 힘든 경관입니다.
아침기차 타고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네요! :-)
감탄이 있는 마을
감천 문화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고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한겨울의 날씨에도 낮이면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부산의 날씨와 유난히 파란 하늘에 감사하면서 순간마다 감탄하고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기록합니다.
눈 앞에 커다란 엽서가 펼쳐진 느낌이랄까요?
감천 문화 마을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짧은 '와-' 감탄사였습니다.
즐거움이 있는 마을
감천 문화 마을 곳곳에 숨은 알록달록한 벽화와 독특한 구조물을 찾는 즐거움은 예상했던 시간을 훨씬 넘은 시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통해 본 벽화 외에도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다양한 구조물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 즐거움 때문에 외국 여행을 온 것 마냥 감천 문화 마을 지도를 들고 왔던 길도 되돌아가며 구석구석을 모두 돌게 되었구요.
시간이 만든 곳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은 감천 문화 마을은 사람이 만든 색과 즐거움 위에 오랜 시간이 만든 멋이 더해져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 모습 그대로, 하지만 나처럼 조금 더 낡고 성숙한 얼굴로 맞아줄 거라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구요.
멋스러운 낡음을 느끼며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마을을 둘러보는 중에 곳곳에 새로운 볼거리를 만드는 움직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있지만 감천 마을의 대부분은 한 시간씩 하루씩 늙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중후하고 세련되게 말이죠.
길도 좁고 오르막길도 가파른 마을이지만
조금 걷다보면 그 멋스러운 '낡음'에
'늙음'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 냄새 나는 마을
이젠 제법 알려진 관광지지만,
이곳은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골목에서 마주치는 주민들과 한 낮 햇살을 맞는 빨래들,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와 줄어든 연탄에서도 느낄 수 있지요.
감천 마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이유도, 비단 이 곳이 사람들에 의해 멋지게 '꾸며진' 곳이기 때문만이 아닌
끊임 없이 주민들에 의해 변하고 지켜지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갖고 찾는 이에게는 감동을 주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친구가 되는 곳
우리는 누구와도 반갑게 인사하며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여행을 꿈꾸지만,
사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쉬운 게 아니죠, 더군다나 한국에서는요.
물론 이 곳에서도 그런 반가운 인사는 나눌 수 없었습니다만,
곳곳에서 낯선 방문객을 눈길로나마 반겨주고, 혹은 노려보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사진에 찍힌 녀석들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는 없습니다만 아쉽게도 저를 반겨주는 뜻은 아닌 것 같았어요 :(
감천만의 위트를 찾아
곳곳에 숨은 벽화 속 표정들은
한적한 이 마을 속 생황에 대한 즐거움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같이 밝은 표정들과 익살스런 포즈, 골목 구석구석 그리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발 아래와 머리 위까지
감천 문화 마을의 유머는 먼 곳에서 온 방문자마저 친숙함을 느끼며 이 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감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휴식
마을 곳곳에 준비된 포토 존과 벤치, 안내 센터에서
도시 생활에서 즐길 수 없는 한적한 휴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펼쳐지는 마을 풍경과 저 멀리 보이는 바다
벤치에 앉아 우리처럼 처음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설렘 머금은 표정을 보는 일이
그저 가까운 카페나 찾고
어느새 카페 안에 가득찬 수 많은 사람들의 섞인 수다 소리에 괴로워하던
도시 속의 휴식 아닌 휴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상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