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영돈의 먹거리 X 파일에서 착한 커피집으로 뽑힌 연남동 '커피 리브레'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 커피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속의 극찬에 '착한 커피는 어떤 맛일까?'라는 기대감도 있었던데다
마침 사무실과 가까운 곳이라 휴일을 이용하여 다녀왔습니다.
동교동 3거리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으며 안쪽 골목 깊숙히 위치하고 있어 지도를 보면서도 좀 헤맸습니다.
주말에도 너무나도 조용한 동네라 여유롭게 한잔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은 잠시
작은 안쪽 골목을 나서는 순간
'아, 여기구나.'
와
'와, 이 정도구나.'
두 마디 탄성이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방송 된지 이틀 후라 사람이 몰릴 것은 예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그만큼 이제 한국에도 커피 마니아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겠죠?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와 배고픔에 다음을 기약할까도 생각했지만
멀리까지 오기도 했고, 그동안 헤맨 것도 아까워서
일단 줄을 서봤습니다.
고요하던 동네에, 한가한 카페 앞에 갑자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주민들이 신기하셨던지 연신 사진을 찍으셔서 조금 민망 '-')a
'커피야 테이크 아웃 하면 되니까 금방 사람 빠질거야-'
는 무슨,
삼십여분은 기다렸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연신 커피를 내리는 분들이 있음에도
가게 안까지 몰려든 인파가 대단했습니다.
가게 앞엔 저렇게 '착한 식당'으로 방송된다는 안내문이 작게 붙어 있었어요
가게 안에 들어서도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TV를 통해 보았던 작고 허름한 가게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따로 간판도 없는 외관과, 세련된 인테리어 속에서 편하게 쉬고 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카페와는 많이 다른 곳입니다
마치 커피 외에는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곳이었어요 :)
쉴 새 없이 주문하는 손님과
이제 살짝 정신을 놓으시는 직원분
그리고 쉴 새 없이 만들어지는 커피
아마 방송이 아니었으면 평생 없을, 저도 보지 못할 풍경이라 생각하니
왠지 재미있었어요, 자꾸 웃음이 나더군요
실내 인테리어 뿐 아니라 작은 소품들에서도
뭔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생긴지 오래 된 곳 같지는 않지만
커피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색다른 향취를 가진 곳이었달까요
투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였습니다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던
직접 생산지에 가서 품질 관리와 구입을 한다고 하는 원두
카운터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원두를 찾으시는 분들도 많으신지 옆에 커다란 박스를 쌓아두고 판매중이더군요
벽에 있는 저 장은 한약방에서 보던 것 같은...?
벽도 천장도 인테리어는 전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왠지 정감이 가요, 게다가 사람들도 북적북적 모이니 스타벅스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테이블에 있는 메뉴판에는 판매 중인 원두 종류와 가격이 적혀 있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손에 쥔 커피 리브레의 아메리카노 한 잔
커피를 즐기지 않아 이 커피의 향이, 맛이 어떻다고 평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틈 사이로 풍기는 커피의 향이
뜨겁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쾌했다고 할까요?
맛은 제 입에는 조금 신 편이었습니다.
평소 신 커피를 꺼리는 편이었지만 신맛이 나는 커피가 질이 낮은 것이 아니란 걸 알고 나서
'이건 맛있다, 좋은거다' 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다 마셨습니다.
그 동안 흔하게 마시던 커피가 마신 후에 입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커피 리브레의 아메리카노는 깔끔하고 가벼웠습니다
사실, 좋다고 하니까 맛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
멀지 않으니 조만간 다시 한 번 가서 마셔봐야겠습니다
줄이 없을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