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싱가포르 여행 중 센토사 섬에서의 시간은 '회복'이라는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마리나 베이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 화려한 싱가포르의 도시 풍경과 상반된 여유로운 섬에서는 왠지 시간마저 조금 느리게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여행 전 친구가 '루지 한 번 타고 와'라고 추천했던 이 섬에서 저는 루지는 커녕 그 유명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구경도, 해질녘 펼쳐지는 레이저 쇼도 보지 않았지만, 그저 빛나는 오후에 모래 사장을 걷고 가만히 앉아 해가 지길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긴 청바지를 입었던 것과 운동화를 벗어 맨발로 걷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 아쉬워요. 점심을 먹고 출발한 센토사 섬. 여덟 시쯤 해가 완전히 진 후 섬을 빠져나왔으니 대략 여섯 시간 정도 머물렀습니다. 섬에서 저는 별다른..
마리나 베이의 야경에 반한 탓에, 여행 첫날은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와 짐을 정리하겠다는 약속을 하루 더 미루고 쓰러져 잠을 청했던, 제법 고된 하루였어요. 다음 날 아침, 보기 좋게 늦잠을 잤고 호텔 조식 마감 시간에 겨우 맞춰 카야 토스트 하나와 두유 한 모금을 입에 가득 물고 로비를 나섰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열대성 기후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슴팍을 미는 듯 막아선 여행 두번째 날, 저는 싱가포르의 골목을 여행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이 바로 이 곳, 하지 레인(Haji lane)이었어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 스팟 중 하나인 아랍 스트리트와 불과 한 블록 건너에 화려한 골목 하지 레인이 있습니다. 걸음을 재촉하면 십 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
싱가포르가 주목하는 작은 동네티옹 바루(Tiong bahru) 티옹 바루, 이 작고 조용한 동네는 싱가포르 여행을 앞두고 가야하는 곳을 고르다 발견한 곳입니다. 이름이 재미있기도 했고, 그동안 갖고있던 싱가포르의 화려한 이미지와 상반된 여유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호기심을 자극했달까요? 다양한 싱가포르 여행 책자는 이곳을 요즘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 중 한 곳이라는 역사적인 의미 외에도 1930년대 건축물과 최신 트렌드의 카페, 레스토랑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만의 분위기가 사람들을 이곳에 모이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방문한 티옹 바루는 처음엔 너무 조용하고 고요해서 사람들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불과 한 시간만에 푹 빠질 정도로 특별..
첫 번째 프라하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의 첫 번째 아침에 저는 페트르진 언덕에서 제 키만한 삼각대에 올림푸스 E-M5 Mark II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임랩스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처음 숙소를 나설 때까진 깜깜한 밤이었지만, 서서히 밝아오는 그리고 점점 붉게 물드는 도시의 풍경을 한 컷에 담기에는 제 실력이 너무 아쉬웠던 터라, 어떻게 담을까 망설임 끝에 5초에 한 장씩 사진을 찍기로 결정했습니다. - 타임랩스 영상으로 담은 체코 프라하의 아침 - 그날 아침 촬영한 200여장의 사진과 한 개의 타임랩스 동영상은 2년이 지난 현재도 프라하의 아침, 그 순간의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여행을 갈 때마다 꼭 한 두 번은 타임랩스 동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4K 동영상으로 기록한 싱가포르 여행의 순간들 (올림푸스 OM-D E-M1 Mark II)
2017. 4. 6.
여전히 올림푸스 카메라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PEN-F가 아닌 E-M1 Mark II를 선택한 이유 중 절반 이상은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탑재된 4K 동영상 촬영 때문이었습니다. Full HD 동영상은 사진에 비해 전혀 매력이 없었지만, 4K 동영상을 맛본 후 사진으로만 담기에 아쉬운 여행의 장면들을 짤막하게 동영상으로 기록하며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싱가포르 여행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에 더 큰 기대를 했습니다. '이제 막' 흥미가 생긴 영역이니까요. 얼마전 포스팅에서 이 카메라의 4K 동영상에 대해 간단히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 올림푸스 E-M1 Mark II의 4K 동영상 4K, 여행을 더욱 생생하게 출국 전 날 받은 12-100mm F4 IS P..
지난 싱가포르 여행을 함께 할 카메라로 E-M1 Mark II를 가장 먼저 낙점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우선 순위를 꼽는다면 4K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입니다. Full HD 시대까지만 해도 영상 촬영 기능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4K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사용한 후로는 여행을 떠날 때 동영상 촬영용 카메라를 찾아볼 정도로 그 매력에 빠져 있거든요. Full HD 동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선명함이 사진보다 생동감 있는 동영상의 매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를 나흘간 여행하며 E-M1 Mark II로 촬영한 사진 역시 수백장에 이르지만,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저는 이 카메라를 캠코더처럼 사용했습니다.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채용된 4K 동영상 촬영에 대한 기대가 그만..
단 하나의 렌즈로 여행한다는 것 - 올림푸스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
2017. 3. 19.
지난 싱가포르 여행에는 손에 익은 카메라와 함께 이제 막 배워가고 친해지는 중인 올림푸스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카메라는 일찌감치 E-M1 Mark II로 정했지만 렌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현재 사용 중인 25mm F1.2 PRO 렌즈가 무척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여행 중 마주치는 다양한 장면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줌렌즈를 챙겼습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렌즈는 얼마 전 새로 출시한 고배율줌 PRO 렌즈 M.ZUIKO 12-100mm F4 IS PRO 렌즈입니다. 광각부터 장망원까지 하나의 렌즈로 모든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었고, F4로 비교적 밝은 조리개 값과 손떨림 보정 IS, 결과물에 대한 믿음을 주는 PRO라는 이름 역시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나의 카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