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도착한 첫 날보다도 봄이 훌쩍 다가온 이 날 아침의 산책은 작년 해운대에 새롭게 생긴 '해운대 영화의 거리'였습니다.동백섬 입구부터 요트경기장까지 이어진 산책로에 조성된 영화의 거리는 해운대 바다와 주변의 고층 빌딩 사이로 걷는 길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침 이 날 날씨는 사진 뒷쪽의 파란 하늘에서 보실 수 있듯 너무너무 좋았어요,이 날은 정말 코트도 부담스러워질 정도로 완연한 봄 같았습니다. 빛나는 봄바다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거리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 국제 영화제 등 '문화의 도시'가 된 부산에서 새롭게 기획한 공간으로, 그 동안 한국 영화의 역사에 남을 명작들을 기념하는 길입니다.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한국 영화들이 이 산책로..
부산 최고의 야경을 자랑하는 더 베이 101 (The bay 101)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동백섬 어귀의 이 곳이 이제 부산 하면 떠오르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 흐린 해운대를 걷고 걷다 우연히 발견한 이 곳이 다른 계절엔 어떤 모습일까 싶어서 잠들기 전 늦은 밤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숙소에서 가깝기도 했고, 짧은 여행의 밤이 아깝기도 했고요. 봄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쌀쌀한 밤하늘 아래서 이 곳은 그 날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 빛을 잃은 동백섬과 해운대 바다를 배경 삼고 있으니 더욱 화려해 보입니다. 나무에 매달린 조명 장식을 보니 이 곳은 아직 겨울옷을 다 벗지 못한 것 같군요. 그도 그럴 것이 이 날 밤 공기는 낮과는 다르게 꽤 쌀쌀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왔을..
여행 둘째날 오후, 예정에 없던 달맞이길 아래 옛 철길 산책은 꽤나 오래 이어졌습니다. 바다를 보며 걷는 철길이 마치 이 곳이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걷던 중간에 빠져나오는 길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만큼 여행에서 아까운 것도 없기에 삼사십분 정도를 더 걸어 나온 풍경은 항구 옆 작은 마을이었고 멀리 보이는 빨간색과 하얀색의 등대 쪽으로 저도 모르게 발을 옮겼습니다. 흐린 날씨 아래 어지러운 이 항구가 기찻길과 닿아 있는 항구, 청사포입니다. 부산에서 바닷 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이 날 이 항구는 어선이 들지 않아 매우 한적했습니다. 고깃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열린다는 시장도 텅 비어있는 것이 마치 시간이 멈..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 저의 여행 스케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지역의 유명한 '빵집'을 찾는 것입니다.부산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빵집 '옵스'가 이번 여행에선 그 '타겟'이었고, 숙소였던 해운대에 마침 옵스 해운대점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거리 가득 빵냄새 가득한 풍경을 기대했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았고, 해운대 시장을 지나 나오는 대로변에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인파가 대단하더군요.다들 저같은 여행객은 아닌 것 같고, 부산 시민들에게도 꽤나 유명한가 봅니다. 작지 않은 매장이지만 이른 시간에도 사람이 가득했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빵을 전부 구경하기조가 췹지 않게 좁은 빵 사이 통로가 사람으로 가득했어요.옵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빵 종류가 정말 많다'는 것. 각 지방의 유명한 빵집은 대개..
여행 둘째 날, 1년 만이라기엔 너무 짧았던 해운대와의 재회를 마치고 달맞이 길로 향했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지인들이 하나같이 추천하는 곳이기도 했고, 매 여행 때마다 여러 사정 때문에 눈에 보이는데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궂은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달맞이 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걷는 내내 '여기가 달맞이 길인가', '사람들이 추천하던 그 풍경은 어떤거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 '멋지려는 듯', '멋져지려는 듯'한 풍경들이 계속되어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제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마음 가득 들어오는 달맞이길 만의 장면은 이 날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팔각정을 보고는 이 길이 달맞이 길이 맞다는 것을 알았지만 길 너머로 보이는 멋진 바닷가 풍경은 우거진 수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고, 길에 늘어선 카페..
서울에서 광안리까지, 하루만에 제법 먼 거리를 이동한 피로에 점심 시간이 다 되어서야 시작된 둘째 날, 시작은 숙소 앞 해운대 바닷가입니다.안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해운대에 숙소가 있었다는 것 만으로 이번 여행은 왠지 참 잘 다녀온 듯한 기분입니다. 아마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바닷가에 닿을 수 있어서였겠죠, 그러려고 여기 왔으니까요. 그 새 봄이 더 가까이 온건지, 이 날 아침은 전날보다 더 따사롭습니다. 이렇게 하루 하루 계절의 변화가 느껴질 때, 사람들은 더욱 감상에 젖게 되죠. 저도 이 날 아침에 해운대 바닷가에 가만히 서서 그렇게 새 계절을 감상했구요. 이 날은 많이 걷지도 사진을 찍지도 않았습니다. 아마 잊었다는 게 맞겠죠? 멀리 달맞이 고개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화창한 봄 날, 전 날 입은 ..
2월 봄 마중 부산여행 두 번째 장소는 제 맘 속 부산의 '중심' 광안리 바닷가였습니다.지금 이 글을 쓰는 3월 16일엔 이미 낮기온이 20도 가까이 될 정도로 봄이 성큼 다가와버렸(?)지만, 이 날 해질녘쯤 광안리 바닷가에 도착해서 몰라보게 다른 공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에선 아직 두꺼운 패딩 점퍼가 자연스러운데, 이 날은 바닷 바람마저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광안리 풍경 가득 봄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따뜻한 봄 햇살과 공기가 느껴지지 않으세요? 2년 전 이 곳을 걷고 뛰면서 처음으로 본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에 감격했던 기억이 나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곳은 아직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바다가 이런 게 좋은거겠죠, 대부분의 경우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모..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마중나간 봄 여행그리고 2년 만에 다시 찾은부산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오는 곳, 감천 문화 마을 아직 '봄'이라는 말을 꺼내기 생소한 2월의 마지막 주, 유난히 기다려지는 봄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맞이하기 위해 남쪽나라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과는 온도부터 다른 이른 봄 공기와 특별한 장소들, 그리고 새 계절이 떠밀려 다가오는 바다까지. 이 곳은 이미 봄 맞을 준비가 끝나 있었습니다. 여느 해보다 혹독했던 겨울에 더욱 간절했던 2015년의 봄, 기다리다 못해 마중나가 미리 인사했던 이번 여행을 짧게나마 소개할까 합니다. 오랫만의 기차 여행에 다섯시간도 생각보다 금방 지나고,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마을 중의 하나인 감천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