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선 벤치를 보면 일단 앉는 버릇, 으레 니 무릎을 베고 눕던 습관 그렇게 보던 너의 얼굴과 눈을 감고 나눈 대화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건 똑같지만, 유독 그 시간들과 우리 모습만 가슴 터질 듯 그리운 건 그냥 단순한 '그리움' 정도일까, 그것밖에 안될까.
벤치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혹은 되겠다고 그렇게 약속한 적이 있었지. 아니 많았지. 언제건 다시 돌아왔을 때 마지막 봤던 그 자리에서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겠다고. 그 때 몰랐던 게, 벤치도 늙더라. 시간이 지나면 이도 빠지고 팔도 부러지고 낡고 추해지고 힘 없어지고, 그러다가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와도 그 한 사람 쉴 공간도 못되겠어. 추해진 내 모습에 놀라고 실망해서 그냥 돌아가면 어쩌니.
사람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지 위인전, 명랑만화 혹은 연애소설. 영화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지도 않고 주인공이 항상 행복하지도 않지만,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 따위로는 느낄 수 없는 순간의 설레임과 아련함, 가슴벅찬 행복이 있고. 내 이야기는 벤치가 되겠다는 소년과 햇살같은 웃음을 가진 소녀의 '벤치와 햇살의 이야기' 당신 이야기의 제목은 무엇인가요?
간간이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만 들려오는 공원에서 혹은 놀이터 그늘이 적당히 드리운 벤치에 니 다리를 베고 누워 나를 내려다보는 눈을 마주보며 수다를 떨고 얼굴을 간지르는 니 머리카락에 찡그리며 웃고 익숙해진 향기를 느끼며 살짝 졸기도 하고. 난 그 시간을 참 좋아했던 것 같아.
나란히 선 벤치를 보면 일단 앉는 버릇, 으레 니 무릎을 베고 눕던 습관 그렇게 보던 너의 얼굴과 눈을 감고 나눈 대화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건 똑같지만, 유독 그 시간들과 우리 모습만 가슴 터질 듯 그리운 건 그냥 단순한 '그리움' 정도일까, 그것밖에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