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개가 들어간 음식을 잘 못먹습니다. 해산물 특히 조개류의 비린맛에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이 집을 도쿄 라멘집 리스트에 추가해 두고도 방문을 망설였어요. 하지만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워낙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 라멘과 파스타의 중간이라는 말을 보고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미쉐린, 그리고 백명점의 선택을 믿어 보기로. 조개 라멘이 유명한 무기토 올리브입니다.

https://maps.app.goo.gl/Tjn2Lycm9DJ93paF6
무기토 올리브 긴자점 · 6 Chome-12-12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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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명 무기토 올리브는 보리·밀·귀리 등을 총칭하는 무기, 그리고 올리브를 붙여 지은 것입니다. 이름만 봐서는 파스타나 리조토를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어울리죠. 실제로 이집 메뉴들 중 상당수는 전통적인 일본 라멘과 다릅니다. 랍스터 라멘, 정어리 라멘 등의 메뉴가 그렇습니다. 대표 메뉴는 조개를 사용한 라멘들로 이집을 지금의 유명세에 오르게 했습니다. 위치도 좋아요. 번화가이자 유명 관광지인 긴자 한복판에 있습니다. 가게 외관은 평범하지만 여러모로 힘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저녁 손님들이 몰리기 직전에 방문했습니다. 다행히 몇 안 남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어요. 도쿄 내 미슐랭 맛집들은 대부분 웨이팅이 긴 편입니다. 특히 유명 관광지에 있는 곳들은요. 그래서 일정이 짧다면 개중에 대기가 좀 덜한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면에서 이집은 장점이 있어요. 라멘집답게 좌석은 대부분 바로 되어 있습니다. 혼밥하기도 좋고 주방을 엿볼 수도 있어서 저는 좋아합니다. 이집에선 곳곳에 조개들이 쌓여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라멘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제가 주문한 조개 라멘은 기본이 1800엔, 큰 사이즈가 1950엔입니다. 2000엔에 가까운 가격은 도쿄 내 라멘집들 중에서도 꽤 높은 가격이에요. 1000엔 내외에도 충분히 맛있는 라멘을 먹을 수 있는 동네거든요. 그만큼 고명이 화려하긴 하지만 가성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메뉴판에 한글은 없지만 사진으로 각 메뉴들을 알아볼 수 있고 판매 순위도 표시해 놓았습니다. 첫 방문이라 인기순위 1이인 조개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최고 인기 메뉴인 조개 라멘입니다. 간장 베이스의 쇼유 라멘이고 조개로 국물을 내 시원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습니다. 면은 중면 정도. 그리고 갖가지 고명들을 올렸습니다. 수비드 조리한 닭고기와 돼지고기, 어묵, 파, 김, 유부 그리고 두어 종의 조개. 주인공은 단연 조개입니다. 활짝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국물에 잠겨있는 것까지 합하면 그 수가 상당하고요. 이래서 가격이 비싼가봐요. 이곳 외에도 도쿄 라멘집들 중에는 조개를 활용한 곳이 많더군요. 도쿄 라멘 트렌드인 건지.

가격이 비싼만큼 고명 양이 많습니다. 거기에 종류도 고기, 조개, 어묵 등으로 다양해서 여기에 국물만 먹어도 배가 차겠더군요. 안주로도 그만이고요. 국물은 간이 좀 센 편입니다. 일본 여행 해 보시면 많이들 말씀하시죠. 일본 음식들이 은근히 짜다고. 국물을 끝까지 마시는 우리나라 식문화와 달리 일본 사람들은 국물을 본 재료의 간을 조절하거나 몸을 데우는 정도로만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후쿠오카에서도 돈코츠 라멘 국물을 바닥까지 다 마신 저를 보고 놀란 사람들이 많았었죠. 염도가 높긴 하지만 걱정했던 조개 비린내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먹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어지간한 분들은 다 드실 수 있을 거예요.



면은 중면 정도. 맑은 국물이라 면에 국물의 맛과 간이 충분히 배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담백한 면 맛을 즐길 수 있었거든요. 면이 살짝 덜 익힌듯 나온 것도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저는 1950엔짜리 큰 사이즈를 주문했더니 면 양이 정말 많더라고요. 보통 라멘의 두 배 가까이 됐습니다. 어지간히 양 많은 분이 아니라면 기본 양으로 충분할 거예요.

스페셜 토핑이 있길래 라멘과 함께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라멘 위에 있는 고명들을 모아 놓은 것이더군요. 스페셜이란 말에 뭔가 다른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바보같은 추가 지출이었습니다. 물론 고기들의 조리 상태가 좋긴 했지만 라멘만으로도 배가 충분히 불러서요.

조개를 입에도 대지 않는 제가 한 그릇을 다 해치웠으니 비린맛에 예민하신 분들도 방문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서 맛있었냐고 하면 사실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조개의 맛과 향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괜찮은 쇼유 라멘이에요. 수비드 조리한 고명들도 도쿄 유명 라멘집에서 흔히 맛볼 수 있으니까요. 비치된 올리브 오일을 국물에 뿌리면 파스타 느낌이 난다는 얘기를 봤는데 이 메뉴는 아니고 아마 두 번째 인기 메뉴인 조개, 가리비 라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건 닭고기 육수 베이스인 것 같더라고요.
사실 이때부터 도쿄 라멘 투어가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미슐랭 라멘집들만 찾아 다녔는데도 어째 제 입맛에 맞지 않았어요. 다음에 소개할 집도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