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름간 도쿄에서 이런저런 음식들 먹었지만 최고는 이 맥주 한 잔이었습니다. 이름부터 퍼펙트. 제가 먹어 본 맥주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한 잔이었어요. 일본 맥주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
https://maps.app.goo.gl/hhc2nernEG1521KfA
삿포로생맥주 블랙라벨 더 바 · 일본 〒104-0061 Tokyo, Chuo City, Ginza, 5 Chome−8−1 GINZA PLACE B1F
★★★★★ · 맥주 전문점
www.google.com
삿포로 맥주에서 운영하는 블랙라벨 더 바. 긴자 중심가에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공간이 좁고 모든 좌석이 의자 없이 스탠드 바로 되어 있는 것이 트징입니다. 본격적으로 마시는 술집이라기보단 삿포로 맥주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에 가까워요. 주문할 수 있는 맥주의 수도 일인당 두 잔으로 제한돼 있어요. 아니 근데 맥주 메뉴가 셋인데 두 잔만 주문 가능한 건 좀.



긴자 세이코 시계탑이 있는 사거리에 있습니다. 건물 지하에 있어 눈에 띄진 않지만 알고 가면 꽤 가기가 쉽죠. 저는 오전에 츠키치 시장에 들렀다 입가심 겸 들렀어요. 공간은 생각보다 작지만 인테리어와 조도 때문에 고급스러운 인상을 줘요. 특히 선반 가득 놓여 있는 삿포로 맥주잔이 압권. 왠지 목소리도 낮추게 되고요.


입구 근처의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들었던 대로 의자 없이 서서 마시는 형태입니다. 각 바에는 생맥주가 나오는 탭이 있습니다. 삿포로에서 운영하는 곳이니 탭도 오직 하나. 메뉴는 당연히 맥주가 메인이고 간단한 스낵류를 추가 주문할 수 있습니다. 배부르게 먹는 집은 아니란 소리죠.

맥주 종류는 총 세가지입니다. 퍼펙트, 퍼스트 그리고 하이브리드. 가격은 셋 다 700엔으로 같습니다. 홈페이지에서 가져 온 각 맥주의 설명입니다.
1. 퍼펙트 - 3개의 C(Creamy, Clear, Cold)를 겸비한 「완벽한 생」을 목표로 하는 블랙 라벨. 거품은 유리를 따라 천천히 부어지도록 옆에서 나오는 특수 노즐에서 채웁니다.
2. 퍼스트 - 일본 맥주의 원점에 가까운 맛. 목구멍을 달리는 상쾌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통상의 맥주의 약 3배에서 4배라고 불리는 스피드로 추출되는 맥주를 한 번으로 따릅니다.
3. 하이브리드 - 일반 거품보다 액체에 가깝고 부드러운 목걸이와 차가운 거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신 트렌드와 전통을 접목한 오리지널 맛입니다.

잘 차려입은 직원은 정중한 톤으로 첫 방문인지를 물었습니다. 처음이라고 하니 삿포로 맥주와 각 메뉴의 특징을 설명합니다. 이후 주문한 메뉴를 따르는 동안에도 설명이 이어집니다. 컵의 온도, 탭에서 맥주를 따르는 속도, 옆에 있는 거품 전용 탭에서 거품을 올리는 방식 등. 이후로 거품을 따라내고 컵을 차가운 물에 몇 번 담궈 거품을 씻어낸 뒤 제 앞에 놓습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절도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맥주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할까. 보는 동안 황홀함을 느낄 정도였어요.

제가 주문한 삿포로 퍼펙트 한 잔. 700엔으로 가격마저 저렴합니다. 맥주의 빛깔과 거품의 색과 비율, 오차 없이 잔 끝까지 올린 기술까지 모든 것이 단어 그대로 퍼펙트합니다. 첫 모금 마시는데 거품이 대단합니다. 크림의 식감이 너무나도 좋아서 단맛이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맥주보다도 거품의 맛에 매료가 됐어요. 맥주는 적당히 쌉싸래한 삿포로 맥주 그대로였지만 생맥주이기도 하고 온도 제어가 잘 돼 있어서인지 향이 유난히 좋더라고요. 탄산은 상쾌한 느낌까지.


사이드 메뉴는 고정 메뉴와 특별 메뉴로 나뉩니다. 특별 메뉴는 매달 개편된다고 해요. 제가 방문한 1월엔 긴자의 유명 식당에서 제공 받은 새우 카츠산도가 있었어요. 튀김이 상당히 바삭하고 씹자마자 새우 향이 가득한 게 기대를 넘어서는 맛이었습니다. 매달 일부러라도 찾아올 가치가 충분합니다.







700엔에 이만큼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은 일본 전역에서도 드물 것 같아요. 도쿄에서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 삿포로 퍼펙트 맥주 한 잔이 기억에 남을 정도니까요. 어쩌면 일본 식도락의 진짜 주인공은 나마비루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