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OF THE WORLD FAMOUS CORN! (세계적으로 유명한 옥수수의 집)'
식당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포스트에 적힌 문구입니다. 그 자신감의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고개가 갸웃거리면서도 한 번 가보고는 싶어집니다. 그들의 작전에 보기 좋게 당한 것이겠죠. 식당에 대해 검색해보니 정말로 유명한 곳이긴 합니다. 소호를 오가며 몇 번 지나쳤던 식당이 이런 곳이었다니. 뉴욕에서는 흔한 일이겠지만요.

상호명은 카페 하바나. 쿠바의 수도 아바나(Habana, Havana)에서 따 온 것이니 그들의 발음대로면 카페 아바나가 맞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대로 적는 게 낫겠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쿠바 스타일의 음식들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낡은 가구들과 화려한 색채들에서 남미의 감성을 느낄 수 있죠. 주말이면 야외 테라스까지 좌석이 가득 차고 대기도 긴 유명 식당입니다. 주 메뉴는 세계 최고의 옥수수 요리 그리고 쿠바 샌드위치라고 해요.
https://maps.app.goo.gl/ZLFAmKqmWvneKYTbA
카페 하바나 · 17 Prince St, New York, NY 10012 미국
★★★★★ · 쿠바 음식점
www.google.com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식당에서 남미, 쿠바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오래 되기도 했겠지만 실내/외를 정말로 그곳의 식당처럼 꾸며 놓았어요. 할렘의 골목에 이런 류의 식당들이 많죠.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미 음식점들 중에서도 이집은 손에 꼽히는 곳입니다.

그래서 평일 오픈런으로 방문했어요. 주말 한창 시간이 아니면 대기가 심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많이 본 4인 테이블. 가구와 소파는 낡았고 귓가엔 흥겨운 남미 스타일의 음악이 맴돕니다. 마침 햇살까지 남미의 그것처럼 강해서 기분 제대로 나더군요.


벽에 걸린 사진들까지 완벽. 당장 남미로 가기는 쉽지 않으니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낡고 멋스럽고 편한 분위기의 식당이었어요.

메뉴판도 정겹습니다. 쿠바 음식이 주를 이루지만 타코나 그릴 요리 등 근처 남미 음식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타코야 뉴욕에 잘 하는 집이 워낙 많으니 대표 메뉴들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이름부터 가슴 웅장해지는 월드 페이머스 콘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쿠반 샌드위치. 가격은 옥수수가 개당 5.75달러, 쿠바노가 18.95달러로 이 동네 물가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입니다. 옥수수는 두 개를 주문하면 50센트 가량 할인이 되고 샌드위치에 1.5달러를 추가하면 감자 튀김을 함께 먹을 수 있습니다. 감자 추가는 가성비가 좋으니 추천.

궁금했던 옥수수부터. 그릴에 구워 겉면이 거뭇거뭇한 옥수수에 치즈와 향신료를 뿌린 간단한 메뉴입니다.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특별한 조리보다 길거리 음식처럼 구워서 내 놓는 것이 당연해 보여요. 관건은 옥수수 자체의 당도와 식감 그리고 시즈닝의 중독성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름 그대로의 콘도그를 집어 한 입 크게 무니 잘 구운 옥수수의 식감이 겉바속촉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콤콤 짭짤한 치즈 시즈닝이 입맛을 확 돋우고요. 빨간색 시즈닝은 독특한 향과 함께 매콤한 맛을 더합니다. 분명히 맛은 있습니다. 근데 월드 페이머스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달까요. 그저 근처에 있는 슈프림의 문구를 가져다 쓴 건지. 개인적으로는 이스탄불에서 먹었던 옥수수가 더 맛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마약 옥수수 많이 팔잖아요. 그것 먹으면 충분합니다. 다닐 때마다 느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맛잘알입니다.

그 어떤 샌드위치보다 좋아하는 쿠반 샌드위치. 햄과 치즈를 넣고 그릴에 눌러 구운 것이 특징이죠. 그 식감이며 녹아 내린 치즈의 풍미가 압권입니다. 이집 쿠바노 역시 기본적인 구성은 같습니다. 빵을 그릴에 구웠고 안에는 햄과 치즈, 풀드 포크 그리고 오이가 들었어요. 간단한 조합이 쿠바노의 특징이기도 하죠.

사실 제가 오이를 안 먹습니다. 그래서 오이는 바로 뺐어요. 다른 재료들이 다들 짭짤한 것들이라 오이가 없어도 느끼하거나 싱겁진 않았습니다. 아삭한 식감이 빠진 건 사람에 따라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만. 평가는 앞선 옥수수와 같습니다. 맛있어요, 맛있는데 역시나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남미 그리고 쿠바 음식들의 장점이라면 평범한 혹은 저렴한 식재료를 절묘하게 조합하는 것인데 오히려 그 기본에 가까운 샌드위치였어요. 누군가는 이런 음식에 향수가 있을테니 이 식당이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옥수수와 쿠바노 모두 베스트는 아니었습니다. 쿠바노는 쿠반 섁(Cuban shack)이 더 나았어요. 그래도 뉴욕 소호 감성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니 자리가 있으면 잠깐 들러 옥수수 하나 먹어봐도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