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주 차를 맞아 버거 투어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30곳이었던 버거집 리스트는 어느새 백 개에 가까워졌고 예산도 상향돼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고급 식당들을 하나씩 기웃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매일 뉴욕 내 이름난 버거집을 방문했습니다. 업랜드는 그 골든 위크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집입니다.
https://maps.app.goo.gl/QUugyYgC3peYFJUc7
Upland · 345 Park Ave S, New York, NY 10010 미국
★★★★★ · 음식점
www.google.com
Upland
Built around a California-inspired philosophy that takes heavy cues from the seasons, Upland balances a familiar rusticity with a smart global approach, all enhanced by an enticing and urbane touch. Learn More
uplandnyc.com
필라델피아 출신의 레스토랑 경영자 스티븐 스타가 2014년 오픈한 레스토랑입니다.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한복판, 매디슨 스퀘어 파크 옆에 있는 이 식당은 캘리포니아와 지중해를 키워드로 천연 목재와 가죽, 꽃, 흙냄새로 실내를 채웠고 활기찬 오픈 키친에선 셰프 저스틴 스마일리와 그의 팀이 창의적인 요리들을 만듭니다.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등 다수의 유명인들이 이 식당의 단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미쉐린 가이드 등 다수 매체에서도 이 식당을 소개했는데 그중 The Infatuation은 오바마가 선택한 치즈버거를 뉴욕 최고의 버거들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피자, 버거, 파스타, 구운 닭고기, 스테이크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들에 유명세 대비 가격도 합리적이라 가족, 연인과의 식사에 추천하는 곳입니다.
식당 내부는 꽤 넓고 해가 드는 창가와 노란 조명에 의지한 내부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바가 있는 바깥쪽이 유쾌하고 흥겹게 느껴졌다면 안쪽은 아늑하고 낭만적인 느낌. 특히 맞은편에 보이는 동그란 소파 좌석이 아늑해 보였습니다. 한 명씩 찾아오는 일행을 일일이 볼뽀뽀로 맞이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는 것이 어찌나 부럽던지. 식사 외의 요소에서도 이 집이 왜 좋은 평가를 받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집의 버거 메뉴는 업랜드 치즈버거 하나뿐입니다. 가격은 28달러. 드라이 에이징 고기를 사용한 버거와 견줄 수 있는 비싼 가격이지만 메뉴를 받고 보니 재료 구성이 좋고 감자튀김도 함께 나옵니다. 고기 굽기를 선택할 수 있고 베이컨 추가 등 다른 옵션은 없었습니다.
맛있겠단 생각보다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유난히 동그랗게 보이는 번과 차곡차곡 잘도 쌓아 올린 재료들, 보기 좋게 녹은 치즈까지 마치 식당 앞에 전시된 모형 같더라고요. 업랜드 치즈버거는 캘리포니아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클래식 치즈 버거를 업랜드 스타일로 풀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강조한 것이 패티로 오레곤 주 농장에서 항생제 없이 방목해 키운 소의 고기를 살코기 80%, 지방 20% 비율로 빚었다고 해요.
버거의 구성은 참깨 번과 4온스 소고기 패티 두 장, 아메리칸 치즈, 토마토, 잘게 썬 상추, 고수잎, 절인 고추 그리고 아보카도. 제가 먹어 본 뉴욕 버거들 중 이만큼 재료가 많은 버거가 없을 만큼 실한 구성입니다. 번은 그 자체로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안쪽을 살짝 구워 식감과 향을 살린 것이 좋았습니다. 패티는 큰 것 한 장을 넣는 대신 비교적 작은 크기의 패티 둘을 넣었습니다. 굽기는 미디엄으로 표면에 적당히 육즙이 흐르고 식감이 부드러웠습니다. 패티 수에 맞게 치즈도 두 장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별다른 소스 없이 아보카도와 Peppadew 사의 절인 고추로 간을 잡은 것은 재료의 맛에 충실하단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줍니다. 오이 싫어하는 제게는 피클을 따로 담아 주는 것까지 완벽.
누구나 좋아하는 클래식 버거를 좋은 재료, 섬세한 조리로 완벽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언뜻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이 버거에 이렇게 좋은 점수를 줄 거라곤 먹기 전엔 몰랐습니다. 버거 가격이 25달러가 넘어가면 제 평가 기준도 보다 깐깐해지는데 이 치즈버거는 흠잡을 것이 없었습니다. 비싸서 자주 못 먹는 게 단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