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맵 후기의 사진들을 보고 허름한 동네 버거집이겠거니 했는데 주소지에 도착하니 웬걸, 번듯한 호텔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로비엔 어둑어둑한 라운지 바뿐. 버거집이 있을 분위기가 아니라고 중얼 거리며 1층을 샅샅이 뒤졌지만 도무지 식당이 보이지 않더군요. “여기에 혹시 버거집이 있습니까?” 제 질문에 라운지 직원은 손가락으로 홀 끝에 있는 계단을 가리켰습니다. 별다른 표식도 없는 데다 커튼으로 가려 놓아서 주방이 있겠거니 했던 곳이었어요.
https://maps.app.goo.gl/fpU7vECPKcLvkK2H6
burger joint · 119 W 56th St, New York, NY 10019 미국
★★★★☆ · 햄버거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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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르 파커 메르디앙(Le Parker Meridien) 호텔에서 문을 연 버거집입니다. 로비 안쪽의 비밀 공간에서 별다른 간판도 없이, 이름도 그저 ‘버거집’으로 시작한 식당이 맨해튼 전체에서 손 꼽히는 버거집이 됐단 건 그만큼 맛이 있단 거겠죠. 화려한 그래피티와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들. 브루클린 뒷골목에나 있을 법한 힙한 분위기의 버거집이 호텔 로비 분위기와 너무나도 상반되는 것이 매력입니다.
호텔 로비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죠?
톰슨 호텔 로비 구석에 숨겨져 있는 이 비밀 공간은 창문 하나 없이 어둑어둑해서 꼭 지하에 있는 식당이나 펍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2002년 오픈 때부터 계속 덧쓰여졌을 낙서와 그림 그리고 스티커에선 세월과 연륜이 느껴져요.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누구도 지우거나 떼어내길 원치 않을 겁니다. 내부 공간이 꽤 넓고 테이블 수도 많지만 주말이면 홀이 가득 차고 줄까지 선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집이 음식 조리 시간이 꽤 긴 편이라니 오픈 시간에 맞춰 또는 저녁 시간 이후에 가는 것이 좋겠어요.
기본 햄버거가 12.25달러, 치즈버거가 13.5달러입니다. 패티가 두 개인 더블 햄버거(18달러)와 더블 치즈버거(20.5달러)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버거를 주문할 때는 종류와 함께 패티 굽기와 속재료를 선택합니다. 속재료는 상추, 토마토, 생양파, 피클이 기본이고 베이컨이나 구운 양파, 버섯, 소스 등을 유료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별다른 콤보 또는 세트 메뉴가 없으니 음료와 사이드 메뉴는 따로 주문하면 됩니다. 8.5달러짜리 프렌치 프라이는 두 사람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니 인원수대로 주문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 하세요.
싱글 치즈거버인데도 종이로 싼 버거가 두툼하고 묵직한 것이 먹기 전부터 기대가 됩니다. 포장을 벗기니 적당히 녹은 치즈가 이미 빵까지 흘러 내려 있습니다. 겉면을 살짝 구운 화이트 번 사이로 두툼한 패티와 노란 체다 치즈가 있고 그 위로 적양파와 생 토마토, 피클 그리고 양상추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클래식 치즈버거의 모양새입니다. 돋보이는 것은 7-10 온스 가까이 돼 보이는 패티. 두 번째 방문 때는 더블 치즈버거를 주문했는데 안 그래도 두꺼운 패티가 두 장 들어가니 한 입에 무는 것은 고사하고 손으로 잡고 있기도 버겁더군요. 웬만큼 잘 드시는 분 아니면 싱글 치즈버거로도 충분할 겁니다.
한 입 베어 무니 이 버거는 식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삭하고 깨지는 빵의 겉면부터 아사삭 씹히는 양상추, 채즙이 입 안에 쭉 스며드는 토마토, 피클까지. 다채로운 식감들의 조화에 입과 귀가 즐겁습니다. 미디움 굽기의 패티는 안쪽이 붉게 보일 정도로 덜 익었는데 적당한 육향에 식감도 부드러워서 먹기 좋았고 녹은 치즈의 풍미가 훌륭했어요. 아쉬운 것은 특제 소스 대신 케첩과 마요네즈를 쓴 것. 덕분에 고급스러운 와퍼 맛이 납니다. 차라리 소스가 없는 편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할 만합니다. 분위기만으로도 가 볼 가치가 있어요.
https://brunch.co.kr/@mistyfriday/233
10화 버거 조인트, 치즈버거
빨간 커튼 너머로 펼쳐지는 뉴욕 바이브 | 버거는 모르겠고 지금 여기 있는 게 너무 좋아. 센트럴파크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푸르른 풍경이 조금씩 빛을 잃다 이내 어둠에 잠겼고 깔깔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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