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숙소에 대강 짐을 풀고 나니 자연스럽게 배가 고팠습니다. 머릿속엔 짜장면이 가득했지만 맨해튼 한복판에서 한국식 짜장면을 기대할 수 있나요. 대신 동네 맛집을 찾았습니다. 메뉴는 당연히 버거. 당연히 집 근처에 크고 작은 버거집들이 많았습니다. 타임 스퀘어 쪽에는 관광객 대상 맛집들이 즐비한데 서너 블록만 넘어와도 전형적인 동네 식당들로 분위기며 가격대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그중 적당한 가격에 평이 좋단 이유로 선택한 집이 베어버거 헬스 키친 점이었습니다.
https://maps.app.goo.gl/zyZLurs9mJhUgGzp6
Bareburger · 366 W 46th St, New York, NY 10036 미국
★★★★★ · 햄버거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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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Bareburger
Discover a menu crafted with responsibly-sourced ingredients, inviting you to a truly sustainable burger restaurant experience.
bareburger.com
2009년에 오픈한 베어버거는 버거의 맛 못지않게 자신들의 행보를 자랑합니다.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친환경 음식,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등을 곳곳에서 내세우고 있어요. 맨해튼 내에도 여섯 곳의 매장이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이지만 맥도널드, 버거킹 등으로 대표되는 공장형 버거보다는 수제 버거에 가깝습니다. 소고기 패티뿐 아니라 바이슨(아메리카들소), 엘크(사슴) 고기로 만든 패티를 제공하고 번, 채소, 소스까지 직접 골라 나만의 버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타임스퀘어에서 서쪽으로 한 블록, 집으로 가는 길에 베어버거가 있습니다. 늦은 밤 그냥 집에 들어가기 뭣한 날에 찾을 동네 단골집으로 이만한 위치도 없죠. 노란 조명에 화려한 칵테일 바, 주변으로 작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놓여 있는 것이 영락없는 동네 펍 분위기였습니다. 그간 보아 온 버거 전문점의 모습이 아니라 입구에 있는 간판을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혹 입구를 헷갈린 것이 아닐까 하고요.
버거 전문점다운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메인은 유기농 소고기 패티로 만든 버거들입니다. 버몬트주 셸번에 있는 버몬트 컨트리 팜에서 항생제, 호르몬제 없이 초원 방목 방식으로 키운 소의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이 집의 자랑입니다.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은 8:2. 많은 집에서 쓰고 있는 최적의 조합이죠. 대표 메뉴인 슈프림 버거는 더블 치즈 버거에 감자 튀김과 양파 튀김을 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버거 세트에 나온 튀김을 버거 안에 넣고 한 번에 먹는 것이죠. 가격은 16.95달러. 패티를 와규로 변경하면 3달러가 추가됩니다.
모양이 꽤나 근사합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별 것 없는데도 한 데 모아 높이 쌓아 올리니 특별한 음식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구성은 더블 패티와 충분히 녹아 흘러내린 체다 치즈, 삐져나온 양상추, 매끈한 브리오슈 번 그리고 감자와 양파 튀김입니다. 보기에도 바삭해 보이는 튀김을 버거 안에 넣은 것도 모자라 뚜껑 위에도 올렸습니다. 가장 위에 있는 양파를 세로로 올려 버거가 두 배쯤 커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 재미있죠. 다음으로 제가 주목한 것은 접시에 흥건한 육즙이었습니다. 소고기 품질에 힘을 준 만큼 패티에서 나온 육즙이 빵을 타고 흘러내려 접시에 고일 정도로 풍부했습니다. 겉면을 바싹 구운 스매시 버거와는 달리 겉과 속을 고루 익혀 식감이 부드러웠고요. 다만 각 패티의 양이 4온스 정도로 작아서 더블 패티라도 그 존재감이 압도적이진 못했습니다.
양파 튀김은 바삭한 식감도 식감이지만 시즈닝이 짭짤하게 되어 있어서 맥주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게다가 버거 안에도 감자튀김과 양파 튀김이 들어 있어요. 반면 버거는 매우 부드럽습니다. 입 안에서 저항 없이 찢어지는 브리오슈 번, 음료가 필요 없는 육즙 가득 패티, 잘 녹아 소스가 되어버린 치즈. 클래식 치즈버거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단점이라면 튀김의 맛과 향에 유기농 소고기 패티와 체다 치즈의 매력이 가려진다는 점입니다. 좋은 고기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담백한 채소 튀김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북동에 있는 ‘너의 냠냠 버거’의 담백한 연근 튀김이 떠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