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강 건너 롱 아일랜드 시티. 버거투어 첫 원정을 떠났습니다. 퀸즈 최고의 버거를 만든다는 발칙한 문구를 봤을 때도 그랬어요. 코웃음을 쳤지만 혹시나 하고 리스트에 추가해 뒀죠. 하지만 떠들썩한 광고와 달리 실상은 아늑한 동네 선술집이었어요.
https://maps.app.goo.gl/AfWDDjQnn9Maw9L79
THE BARONESS · 47-18 Vernon Blvd, Long Island City, NY 11101 미국
★★★★☆ · 바 &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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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오픈해 이제 십 년을 갓 넘겼습니다. 하지만 백 년 넘은 고택이라, 낡은 가구들 덕분에 누가 봐도 꽤나 연륜 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20여 개의 버거 메뉴를 구비해 둘 정도로 버거에 진심이고 뉴욕 시내 여러 브루어리들의 맥주들도 취급하고 있으니 버거+맥주 조합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구미가 당길 만한 곳입니다.
붉은 조명과 나무들로 채워진 공간은 대단히 옛스러워서 흡사 옛 미국 식당을 재현한 민속촌에 들어 온 기분이었어요. 홀 끝에 가면 수염 덥수룩한 뚱보 사내가 손 들고 저를 반기진 않을까, 그런 상상도 해 봤고요. 오래 된 실내 장식을 유지한 식당들은 많았지만 이곳은 그곳들보다 더 서민적입니다.
아델, 셀린, 수지 큐 등 버거에는 유명한 가수의 이름이나 노래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라이브 공연을 여는 곳 다운 작명 센스입니다. 가장 저렴한 클래식 버거 딕시(15달러)를 주문하려다 아무래도 구성이 부실해서 더블 패티의 스매시 버거 스웨이지(20달러)를 주문했습니다. 거기에 맥주 한잔.
핀이나 막대 대신 칼로 푹 찔러 버거를 고정한 게 무심한 듯 멋져 보였습니다. 버거를 주문하면 샐러드와 감자 튀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양이 많진 않습니다. 스웨이지 버거는 스매시 버거와 BLT의 요소들을 합친 버거입니다. 납작하게 눌러 바삭하게 구운 스매시 패티에 쫄깃한 식감의 감자 번, 구운 양파, 피클, 아메리칸 치즈까지 전형적인 스매시 버거를 바탕에 두고 토마토와 베이컨, 양상추를 넣었습니다.
많은 재료가 들어간 버거인만큼 식감부터 다채롭습니다. 스매시 버거에 없는 아삭, 바삭한 식감들이 더해진 게 일단 기분을 좋게 하더군요. 일반적인 스매시 버거와 다른 점이라면 신선 채소들이 기름진 맛을 잡아준다는 것. 우려했던 스매시+BLT 조합은 제 취향에는 잘 맞았습니다.
조리 등 디테일에선 아쉬운 점이 몇 있었습니다. 패티는 속까지 바짝 익어서 식감이 다소 퍽퍽했고 치즈는 충분히 녹지 못했어요. 감자 번을 굽지 않은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따뜻해야 쫀득한 식감이며 고소한 맛이 배가되는데 말예요. 분위기는 좋았지만 퀸즈 최고의 버거가 되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https://brunch.co.kr/@mistyfriday/235
11화 더 바로네스 바, 스웨이지 버거
퀸즈 최고의 버거? 제가 먹어봤습니다. | 버거투어 첫 번째 원정 사람의 결정이란 때때로 속을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기운 쪽을 따릅니다. 퀸즈 최고의 버거를 만든다는 발칙한 문구를 봤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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