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새로운 카메라가 발표됐습니다. 후지필름의 기존 제품 라인업은 물론이고 타사에서도 유래가 없던 형태의 카메라라 발매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죠. 44x33mm 중형 포맷의 이미지 센서와 고정식 렌즈를 사용한 컴팩트 카메라 GFX100RF입니다. 후지필름 최고의 시리즈이자 저도 가장-유일하게- 좋아하는 X100의 중형 포맷 버전이 나온 것이죠. 중형과 컴팩트,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 조합을 어떻게 풀어 냈을까 기대가 됩니다. X100 시리즈의 오랜 팬 입장에서요.
후지필름 GFX100RF 사양
1억 200만 화소 (11,648 x 8736)
43.8x32.9 mm 미디엄 포맷 CMOS 이미지 센서
후지논 SUPER EBC GF 35mm F4 asph 렌즈 (35mm 환산 약 28mm)
조리개 값 F4-22
1/4000-3600초 셔터 속도 (1/16,000 전자 셔터 지원)
ISO 80-12,800 (확장 ISO 40-102,400)
초당 6매 연속 촬영
DCI 4K (4096 x 2160), UHD 4K (3840 x 2160) 동영상 촬영
(H.264 ALL-Intra/H.264 Long GOP/H.265 ALL-Intra/H.265 Long GOP 4:2:2/4:2:0 8/10-Bit)
3.15인치 210만 도트 LCD 디스플레이, 틸트 지원
576만 도트 전자식 뷰 파인더
듀얼 SD 카드 슬롯 (UHS-II)
Wi-Fi 무선 통신
USB C 포트 (USB 3.2 Gen 2, 충전 지원)
NP-W235 배터리
134x90x77mm
735g
4899 달러
GFX 시리즈의 44x33mm 포맷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1억 화소 이미지 센서는 GFX100S 등 현행 GFX 모델에 탑재된 것과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렌즈는 교체가 불가능한 고정형으로 초점거리는 35mm,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은 F4입니다. 풀 프레임 포맷으로 환산하면 28mm 2.8-F3.2 수준의 렌즈가 되겠네요. 조리개 값이 아쉽지만 렌즈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28mm 프레임이야 이미 라이카 Q, 리코 GR 시리즈를 통해 검증 됐으니 많은 분들이 좋아할 테고요. X100 시리즈처럼 환산 35mm였으면 저는 더 환영했을 것 같습니다만. 동영상 촬영은 최대 4K 해상도를 지원합니다. 다만 손떨림 보정 장치가 없어서 영상 촬영에는 다소 제약이 있겠네요.
X100, X-Pro 시리즈의 핵심이자 후지필름 카메라의 큰 매력 중 하나였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GFX100RF에는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576만 도트의 전자식 뷰파인더만 사용할 수 있는데 감성에선 감점이지만 해상도가 워낙에 높아서 EVF 성능 자체는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초고화소 카메라답게 듀얼 SD 카드 슬롯을 그것도 양쪽 다 UHS-II로 채용했고 Wi-Fi 무선 통신과 USB C 포트 등 현행 카메라에 걸맞은 장치들도 다 탑재됐습니다.
기대했던 크기, 무게는 중형 포맷임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입니다. 35Mm 풀 프레임 포맷의 라이카 Q3(130x80.3x92.6mm, 743g)와 크기, 무게 모두 비슷한 수준입니다. 마치 Q 시리즈를 겨냥한 것처럼 렌즈의 초점거리도 비슷하고요. 더 큰 포맷, 고화소의 장점으로 경쟁해 보려는 거겠죠. 가격도 4899로 후지필름 카메라치고는 비싸지만 라이카 Q3보다는 약 1400불 저렴합니다.
디자인은 X100VI를 기반으로 큰 포맷에 맞춰 디자인됐습니다. 높이가 X100 시리즈에 비해 꽤 높아졌는데 마치 3:2 비율의 APS-C 포맷에서 4:3 비율의 중형 포맷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첫인상은 인스탁스 즉석 카메라를 보는 것 같지만 곧 이것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소재도 X100 시리즈와 같이 알루미늄을 사용했으니 실물이 꽤 단단하고 고급스럽겠죠.
중형 포맷에 맞춘 렌즈인데도 휴대성을 꽤나 고려한 듯 경통 길이가 짧습니다. 그로 인해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4로 어두워지긴 했지만요. 라이카 Q3의 Summilux 렌즈가 F1.7로 조리개 값이 매우 밝은 것과 비교하면 중형 포맷임을 감안해도 아쉽습니다. 풍경, 스냅 촬영에선 이 단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라지 포맷의 얕은 심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렌즈의 크기가 커지더라도 F2.8 정도의 조리개 값으로 제작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중이 라지 포맷에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조작계는 X100 시리즈의 것을 대부분 가져왔고 이미지 비율 조절 레버 같은 요소들이 추가됐습니다. 흥미로운 형태의 전면 다이얼의 용도도 궁금하네요.
후지필름의 첫 번째 X100을 보고 가슴 떨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1차 물량을 구매한 뒤 푹 빠져 지냈고 이후로도 대부분의 X100 시리즈를 경험했어요. 그래서 이번 중형 포맷 컴팩트 카메라의 출시 루머를 보며 그때처럼 가슴 떨릴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벌써 14년 전 일이니 그사이 나이가 들고 열정도 식은 걸까요. 저는 이 카메라가 첫 X100만큼 놀라움을 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X100은 그 컨셉이나 스타일이 독보적이었다면 이제는 비교할 만한 제품이 꽤 많거든요. 오랫동안 굳건히 철학을 지키며 전진한 행보가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꽤 지지부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국내 출시 가격이 매력적으로 나오면 구매를 고민해 볼 것 같긴 해요. 손에 쥐면 또 그때처럼 설렐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