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름 끝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지인들이 사진, 카메라 얘기를 부쩍 많이 하는 걸 보니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이 왔구나 싶습니다. 저도 가을 올 것 같다는 소식에 못 참고 촬영 다녀 왔습니다. 늘 그렇듯 가벼운 촬영에는 서브 카메라 ZV-E10 그리고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조합입니다. 이 렌즈를 쓴 게 석 달 됐는데 이제 여행, 음식, 제품, 일상 등 모든 장면들을 담는 도구가 됐습니다.
가을의 서울식물원
가을 맞이는 하고 싶은데 멀리 나가기 어렵다면, 노들섬처럼 사람 바글바글한 곳은 엄두가 안 난다면 서울식물원 추천합니다. 강서구 마곡지구에 2019년 오픈한 식물원으로 비교적 최근에 개원해서 시설도 깔끔하고 주변으로 호수공원 걷는 재미도 있습니다. 전체 부지가 꽤 커서 소풍 겸 가도 좋겠어요. 식물원이니 새 계절 소식도 어느때보다 빠르고요. 저는 이번이 첫 방문인데 한적하고 여유롭고 깨끗해서 좋았습니다.
가벼운 카메라와 렌즈 들고 도착한 식물원. 흔한 온실처럼 생겼지만 규모도 크고 깨끗해서 그런지, 날씨 덕분인지 근사해 보였습니다. 입장료는 5천원이고 온실과 주변 캠퍼스 입장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온실 내부는 열대, 지중해 등 기후별로 나눠 해당 지역의 식물들이 심겨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고 내부 조경도 테마에 맞춰 놓아서 둘러보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제가 찾았을 때는 가을 소식이 들릴듯 말듯했던 9월 초였는데 곳곳이 단장 중이었습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관람했어요. 다만 한낮에는 온실 내부가 후끈후끈하니 시간대를 잘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야외 출사를 나온 날이라 두어 시간 동안 이삼백 장의 사진을 찍을 정도로 열심히 다녔습니다. 식물원도 근사했고 주변을 두른 마곡지구의 오피스 건축물도 사진 찍기 좋았습니다. 이 날 찍은 사진들을 통해 제가 느낀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의 특징과 장단점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광학 4배 줌의 유용함
메인 카메라인 라이카 M 대신 ZV-E10과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에 손이 간 것은 이 렌즈의 광학 줌. 35mm 환산 약 25.5-105mm의 광학 4.1배 줌이 풍경/접사가 주가 되는 이 날 촬영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단렌즈를 사용한다면 앞,뒤로 열심히 발줌을 하거나 렌즈 교체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이 렌즈의 17mm 최대 광각은 일반적인 풀 프레임 대응 표준 줌렌즈의 24mm와 비슷합니다. 부족함 없이 시원한 프레임.
70mm 망원에서는 완전히 다른 렌즈처럼 느껴집니다. 35mm 환산 105mm의 망원 프레임으로 정물, 인물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덕분에 난간 너머 제법 멀리 있는 연꽃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환경에서 다양한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때때로 단렌즈가 가진 화질의 이점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아래는 17mm 최대 광각과 70mm 최대 망원 결과물을 비교한 것입니다. 광학 4.1배 줌도 그 효과가 상당하죠?
[ 광학 4.1배 줌 비교(17-70mm) ]
F2.8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
F2.8의 밝은 조리개 값.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는 광학 4.1배 줌 렌즈로는 최초로 F2.8의 고정 조리개 값을 갖는 렌즈입니다. (APS-C 기준) 풀프레임 대비 심도 표현에 약점에 있다곤 하지만 APS-C 포맷에서도 F2.8 개방 촬영은 꽤나 얕은 심도 연출이 가능합니다. 거기에 개방 화질이 좋아서 F2.8 조리개 값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꽃이나 전시물 촬영할 때 70mm F2.8 촬영이 유용했습니다. 풀 프레임의 35-50mm 렌즈와 비교해도 크게 아쉬움 없는 수준이었어요.
19cm 근접 촬영의 연출
다른 렌즈들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근접 촬영. 17mm 최대 광각에서 19cm, 70mm 망원에서 39cm까지 근접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작은 꽃을 단독으로 담을 때가 많아 70mm 망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근접 촬영에선 심도가 더 얕아지기 때문에 F2.8보다 높은 조리개 값을 선택할 경우가 많았어요.
선인장처럼 작은 식물들을 찍을 때도 근접 촬영이 유용했습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미천해서 눈 앞의 식물이 귀한 것인지 잡초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는데 사막 식물들은 눈에 확 띌 정도로 독특했어요. 특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위처럼 겉모습을 바꾸며 진화했다는 식물들은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말 밖에.
모든 것의 밑바탕은 결과물
많은 기능과 광학 특징들이 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물의 품질입니다. 주로 해상력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 렌즈의 개방 결과물은 꽤 만족스럽습니다. 처음 렌즈를 쓸 때는 F2.8 최대 개방 결과물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석 달간 사용하며 이제는 어지간하면 믿고 씁니다. 물론 빛이 충분하다면 F4 정도로 해상력을 끌어올릴 때가 많습니다만.
이 날 촬영한 이미지들의 해상력을 확대, 비교해 봤습니다. 이 렌즈에 관심이 있다면, APS-C 포맷용 올인원 렌즈를 찾고 있다면 이 해상력 비교가 결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17mm 최대 광각에 F2.8 최대 개방 조리개 값. 이 렌즈에서 해상력이 가장 떨어지는 설정입니다. 해상력은 2400만 화소 기준 중심,주변부 모두 큰 아쉬움이 없지만 색수차는 꽤 신경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F3.2로 조리개 값을 조금만 더 높이면 눈에 띄게 개선됩니다.
F3.2의 결과물은 F2.8보다 확실히 좋아 보입니다. 중심부 대비 광량 저하가 있지만 차이가 심하지 않을뿐더러 라이트룸의 렌즈 프로파일을 적용하면 상당 부분 개선됩니다. 이후로 해상력은 조리개 값에 따라 계속 향상되고 F5.6-8 부근에서 가장 좋습니다. 이날은 대부분 F5.6 미만의 조리개 값으로 촬영했습니다.
일반적인 광학 3배 줌보다 넓은 광학 4.1배 줌을 지원하면서도 해상력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서 다른 렌즈에 대한 욕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광각부터 망원을 다 커버할 수 있고, 심도 표현과 근접 촬영 능력도 충분합니다. 이날처럼 마음먹고 촬영을 나갈 때는 보통 여러 렌즈들을 챙기느라 가방이 무거울 때가 많은데 요즘엔 올인원 렌즈 하나 가볍게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광학 성능의 발전으로 하나만으로 충분하게 됐습니다.
< 소니 ZV-E10,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로 촬영한 이미지 >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8351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