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시리즈의 주류는 완전히 풀프레임이지만 여전히 APS-C가 유리한 영역이 있습니다. 시스템 전체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저렴하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죠. 특히 여행, 일상 V-LOG, 숏 폼 촬영 등 기동성이 중요한 영역에서 빛을 발합니다. 저도 메인인 풀 프레임 카메라가 커버할 수 없는 서브, 데일리 카메라 영역을 APS-C 포맷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번에 소개 할 탐론의 APS-C 표준 줌렌즈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는 APS-C 포맷의 장점을 극대화 한 제품입니다. 풀 프레임 환산 25.5-105mm의 광학 4.1배 줌, 전 구간 F2.8의 밝은 조리개 값, 손 떨림 보정 장치, 19cm 근접 촬영을 모두 갖추면서도 무게는 500ml 생수 한 병 수준. 가격도 백 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 사용 해 보니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하는 올인원 렌즈로 손색 없습니다. 풀 프레임에서 이 정도 사양의 렌즈를 구매 하려면 크기와 무게, 가격이 부담스러워지겠죠.
제품 사양
12군 16매 구성
초점 거리 17-70mm (35mm 환산 25.5-105mm)
조리개 값 F2.8-22
최단 촬영 거리 19cm(광각) / 39cm(망원)
최대 촬영 배율 1:4.8(광각) / 1:5.2(망원)
필터 구경 67mm
9매 원형 조리개
74.6 x 119.3mm
525g
광각~망원을 아우르는 35mm 풀 프레임 환산 약 25.5-105mm의 초점 거리. 모든 구간에서 F2.8 개방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 둘을 모두 갖춘 렌즈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내장 손떨림 보정 장치 VC, 19cm의 근접 촬영, 고성능 모터 RXD 등 탐론의 최신 기술이 모두 적용됐습니다. 경통 길이는 120mm, 무게는 525g입니다.
디자인
현행 탐론 렌즈들과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는 심플한 원통형 실루엣. 활용도가 높은 줌 링이 렌즈 상단에 넓게 자리하고 있고 경통 중간에 초점 링이 있습니다. 초점 거리에 따라 경통이 길어지는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렌즈 외부엔 별도의 스위치, 버튼, USB C 포트가 없습니다. 현행 탐론 렌즈들이 USB C 포트를 통해 펌웨어 업데이트, 기능 설정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본래의 간결한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것, 손에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러운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소니 APS-C 미러리스 카메라 중 가장 작고 가벼운 ZV-E10에 마운트 한 모습. 카메라가 워낙 작아 렌즈가 커 보입니다. 둘을 합친 무게는 약 870g. 이 조합으로 2400만 화소 사진, 4K 동영상, 광학 4.1배 줌, F2.8 개방 촬영, 19cm 근접 촬영, 손 떨림 보정 기능 등을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도 APS-C 포맷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요.
A6700 등의 고급 카메라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 링과 마운트부, 돌출되는 경통부에 기본적인 웨더 실링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수분과 이물질 유입이 우려되는 악천후 촬영에 대응할 수 있겠죠. 제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ZV-E10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방진방적 카메라 사용자에겐 유용하겠습니다. 대물 렌즈에는 불소 방오 코팅이 적용돼 얼룩, 먼지가 묻는 것을 방지하고 쉽게 닦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9C8uipWi78
17-70mm 광학 4.1배 줌
보통의 표준줌 렌즈가 3배 내외의 줌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이 렌즈는 4.1배 줌을 지원합니다. 35mm 환산 25.5-105mm로 풀 프레임 카메라의 24-105mm F4 렌즈와 같은 포지션입니다. 올인원 렌즈로 검증 받은 초점거리에 조리개 값이 F2.8로 밝아진 셈. 물론 심도 표현 관점에선 풀 프레임 포맷의 F4가 유리합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17-70mm로 대부분의 촬영이 가능합니다. 풍경, 인물, 일상 스냅까지.
[ 17-70mm 광각 4.1배 줌 비교 ]
경통 길이는 17mm 최대 광각에서 가장 짧고 망원으로 갈 수록 점점 길어집니다. 70mm 망원에서 전체 경통 길이는 약 145mm입니다.
[ 17-25mm 광각 ]
환산 25.5mm에 해당하는 17mm 광각은 광각의 표준과 같은 24mm와 비슷한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눈보다 훨씬 넓은 시야를 제공하면서 초광각의 왜곡이 없는 초점거리라 풍경 촬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여행용으로도 꼭 필요한 프레임이고요. 초광각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다만 동영상 촬영에서는 기종에 따라 4K 촬영에서 프레임 손실이 있기에 아쉬울 수 있습니다.
[ 25-50mm 표준 ]
광학 2배 줌은 환산 50mm 내외의 표준 초점거리입니다. 일상 스냅, 제품 사진 촬영 등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구간입니다. 서브 카메라로 ZV-E10의 주 용도인 블로깅용 사진 촬영에 최적이에요.
[ 50-70mm 망원 ]
환산 105mm의 망원입니다. 장점은 클로즈업 효과와 얕은 심도 표현을 꼽을 수 있습니다. 70mm 망원에 비해 확실한 클로즈업 효과가 있어요. 광학 3배 줌렌즈가 더러 '계륵'으로 불릴 정도로 광각/망원 양쪽 모두 부족함을 느끼는데 망원에 확실한 이점이 있는 4.1배 줌렌즈는 올인원 렌즈로 아쉬움이 없습니다.. 얕은 심도 표현으로 APS-C 포맷의 아쉬움도 달랠 수 있기에 인물 사진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F2.8 대구경 렌즈
대구경, 고급 렌즈의 기준과도 같은 F2.8 밝은 조리개 값을 17-70mm 전체 구간에서 유지하는 렌즈입니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동영상 촬영에서는 초점 거리를 변경할 때마다 바뀐 조리개 값에 맞춰 노출 설정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밝은 개방 촬영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아름다운 배경 흐림입니다. 사용자들이 풀프레임 대비 가장 아쉬운 점으로 심도 표현을 꼽죠. 개방, 망원 촬영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근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 렌즈의 조리개 값에 따른 배경 흐림 효과를 비교해 봤습니다.
[ 배경 흐림 비교 - 17mm ]
[ 배경 흐림 비교 - 70mm ]
당연히 70mm 최대 망원, 낮은 조리개 값에서 더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합니다. 17mm 최대 광각에서도 F2.8-4에서는 옅게나마 배경 흐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F2.8 개방 촬영에서 비네팅이 눈에 띕니다. 렌즈 크기를 줄일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단점입니다. 요즘에야 카메라 내 보정 기능 또는 편집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해소 가능해서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해상력 비교
현행 렌즈인만큼 APS-C 포맷의 2400만 화소 사진을 표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관건은 4.1배의 줌배율을 위해, F2.8의 밝은 개방 촬영을 위해 그리고 이것들을 작고 가벼운 렌즈 안에 욱여넣기 위해 어느 정도 타협을 했느냐겠죠. 휴대성을 위해 왜곡, 비네팅도 일정 부분 손해를 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빛이 충분한 환경, 높은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결과물의 묘사력은 충분합니다. 원경의 나뭇가지, 잎, 꽃 등 작은 피사체의 윤곽선을 표현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최신 소니 APS-C 카메라 A6700 역시 화소수는 2000만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향후 몇 년간은 메인 렌즈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아래는 17mm 최대 광각, 광학 2배 줌에 해당 하는 35mm, 70mm 최대 망원 초점거리에서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을 비교해 본 것입니다. 라이트룸의 렌즈 프로파일을 적용한 최종 결과물 기준입니다. 공통적으로 F2.8 최대 개방에서 약간의 해상력 저하가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35/70mm에서는 중심부 못지 않게 주변부 해상력이 좋은 편입니다.
[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비교 - 17mm ]
[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비교 - 35mm ]
[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비교 - 70mm ]
17mm에서는 F2.8-4 개방촬영에서 주변부에, 70mm에서는 중심부 F2.8 개방 촬영에서 해상력 저하가 눈에 띕니다. 이외에는 크게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해상력은 좋은 편입니다. F16-22에서는 회절 현상으로 인한 해상력 저하가 있으므로 최상의 화질을 위해서는 F5.6-11 구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얕은 심도 표현을 위해서라면 70mm, F4 내외가 최적이고요.
[ 소프트웨어를 통한 왜곡/비네팅 보정 ]
카메라의 왜곡/비네팅 보정, 라이트룸 프로파일을 적용하지 않은 원본 이미지에서는 주변부 광량 저하와 왜곡이 있습니다. 비네팅은 F2.8-4 개방 촬영, 모서리 끝부분에 도드라지고 왜곡은 광각에서 중앙이 볼록한 형태, 망원에선 오목한 형태로 상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비네팅, 왜곡 모두 라이트룸 프로파일로 해소됩니다.
VC(이미지 안정화 장치)의 효과
제가 사용 중인 카메라 ZV-E10은 손 떨림 보정 장치가 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전에 쓰던 A6400 역시 그랬죠. 엔트리급 APS-C 모델들의 공통점입니다. 이런 모델을 쓸 때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에서 사진이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동영상. 핸드헬드 동영상 촬영에서 잔떨림이 도드라집니다. 이럴 때 렌즈에 손 떨림 보정 장치가 있다면 상당 부분 보완 되겠죠. 소니에는 OSS, 탐론은 VC가 있습니다.
[ 사진 촬영 중 VC 테스트 ]
사진 촬영에서 렌즈 VC의 성능을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70mm 최대 망원, 이동 없는 핸드 헬드 촬영에서 1/15초 촬영까지는 흔들림 없이 촬영 가능했습니다. 1/8초에서의 성공률은 1/4 정도였어요. 제조사 공식 발표는 없지만 대략 2-3스톱 가량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소니 E PZ 16-50mm 3.5-5.6 OSS 렌즈의 OSS 성능과 비슷합니다.
[ 동영상 촬영 중 VC 테스트 ]
카메라의 스테디 샷 메뉴를 OFF/표준으로 설정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정지해서 촬영한 동영상임에도 망원 촬영에서는 잔떨림이 심하게 발생하지만 스테디 샷 설정으로 크게 개선됩니다. 나란히 재생해 보면 훨씬 안정적이죠. 사진보다 동영상에서 VC의 역할이 큽니다.
동영상 촬영에서 결과물의 잔떨림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니 E PZ 16-50mm F3.5-5.6 OSS 렌즈와 비교해 보니 손떨림 보정 성능은 비슷하거나 탐론쪽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보입니다.
여기에 파이널컷, 프리미어 등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흔들림 보정 기능을 추가로 적용하면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ZV-E10의 가장 큰 단점을 이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현재 APS-C 포맷 카메라가 가벼운 V-LOG 촬영에 널리 활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손떨림 보정 장치는 바디, 렌즈 모두에서 필수라 해도 되겠어요.
19cm 근접 촬영
17mm 최대 광각에서 19cm까지 피사체에 근접해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센서 기준 19cm라 체감 촬영 거리는 렌즈 끝에서 10cm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이를 이용해 간이 접사 수준의 근접 촬영이 가능하죠. 70mm 망원에서의 최단 촬영 거리는 39cm로 늘어나는데, 망원의 클로즈 업 효과 덕분에 결과물의 몰입도는 광각의 19cm 못지 않습니다. 배경과 심도, 왜곡 등을 고려해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광각은 원근감 때문에 프레임이 역동적으로 보이는, 망원에서는 주 피사체가 돋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원형 조리개의 보케 표현
[ 조리개 값에 따른 빛망울 비교 - 17mm ]
9매의 원형 조리개를 채용했습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조리개 값에서 원형 보케를 볼 수 있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17/70mm 모두 원형을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선 보케가 없는 것도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보케 크기는 70mm F2.8에서 가장 크고 선명하니 망원 위주 촬영이 좋겠습니다.
[ 조리개 값에 따른 빛망울 비교 - 70mm ]
[ 조리개 값에 따른 빛 갈라짐 비교 ]
빛갈라짐은 총 18갈래로 표현되며 F5.6 내외 조리개 값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F22에서 가장 크고 선명해집니다. 보케와 빛 갈라짐 표현 모두 4.1배 줌렌즈임을 감안하면 깔끔한 편입니다.
BBAR 코팅
탐론의 독자적인 BBAR 코팅이 적용됐습니다. 직접 광원을 촬영한 이미지를 보면 강한 빛으로 인한 소프트 현상, 플레어, 고스트를 볼 수 없었습니다. 현행 렌즈다운 깔끔한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APS-C의 존재 가치
활용도 높은 4.1배 광학 줌, F2.8 고정 조리개, 손 떨림 보정 장치 VC, 19cm 근접 촬영 등 이 렌즈에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높은 사양들이 집약돼 있습니다. 만약 소니 APS-C 카메라에 하나의 줌렌즈만 사용한다면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렌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소니 SEL1655G 렌즈와 비교하면 55-70mm 망원 구간과 저렴한 가격, SELP18105G 렌즈와 비교하면 밝은 조리개 값에 장점이 있습니다. 사양뿐 아니라 실제 결과물도 현행 렌즈답게 깔끔했습니다.
제품이 눈에 띄게 뜸해진 APS-C 포맷이지만 그만큼 타협 없이 좋은 카메라, 렌즈들이 출시되는 것은 반갑습니다. 이 렌즈 역시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용하는 동안 F1.X대의 밝은 단렌즈, 극단적으로 얕은 심도 표현에 대한 욕심만 없으면 사진이든 영상이든 이 렌즈 하나로 다 찍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렌즈 욕심도 별로 없었고요. 크기, 무게가 휴대하기 부담스럽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렌즈들이 있는 한 APS-C 포맷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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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