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근사했고 마침 가방엔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매일 폭염 경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왠지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동작대교에서 노을을 봤습니다.
동작역 2번 출구와 동작 대교가 바로 이어지니 가기 쉬워요. 더위 빼고는 다 좋았습니다. 한강 대교들이 출사 장소로 다 유명하지만 동작대교 역시 많이 알려져 있어서 해 질 때 즈음 되니 주변에 삼각대 세워 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4도. 습도도 높아서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동작대교 초입에 카페가 있어 들어갈까 했는데 마침 바람이 불어 하루쯤 한여름 날씨를 즐겨볼까 싶어 그늘을 찾았습니다. 곧 잘못된 선택이란 걸 알았지만요.
한강, 서울타워, 동작대교가 함께 보이는 뷰. 동작대교에는 아치형 구조물도 있고 이따금 지하철도 덜컹거리면서 지나가니 다른 한강 대교보다 꽤 운치가 있습니다. 날이 쨍하니 눈으로 보기에도, 사진에 담기에도 풍경이 참 근사합니다. 이럴 때 내가 멋진 도시에 살고 있단 생각을 해요.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장면들. 지나가는 사람들, 저녁을 기다리는 가로등, 유람선과 요트 등. 이날 두어 시간 동작대교에 있었는데 그 사이에도 많은 장면들을 얻었습니다. 쉴 새 없이 걷는 것이 더 많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는 편인데 가끔은 이렇게 가만히 앉거나 서서 교차하는 풍경들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여섯 시가 지나니 빛의 온도가 바뀌고 구름이 태양을 쥐었다 놓으며 화려한 쇼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구름 주변으로 빛줄기가 뻗어나가는 장면이 황홀했어요. 옷은 진작에 땀으로 다 젖고 기운도 빠져 있었지만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퇴근 지하철 안에서 보는 노을. 운 좋으면 창 밖으로 이 날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죠. 다리 위에서 바람 맞으며 풍경을 보는 것이 좋긴 했지만 이날은 지나가는 지하철 보면서 '저 안은 얼마나 시원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화려했던 빛의 쇼와 함께 하루가 마무리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매년 가장 더운 날 한강을 찾게 돼요. 올해도 이렇게 한여름의 추억이 하나 생겼습니다. 날이 좀 식으면 노을 보러 가 볼만 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