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어떤 순간은 짧지만 강하게 남아 두고두고 그리워집니다.
노을을 좋아하는 저는 화려한 색으로 물든 대지와 그 아래 펼쳐진 실루엣에 감탄할 때가 많아요.
운 좋게도 지난 부산 여행에서도 하루, 아름답게 노을지는 풍경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달맞이 고개 가득 벚꽃이 흐드러지던 봄날. 예년보다 빠른 개화에 모두들 맘이 급한 것 같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사랑을 표현하던 사람들을 지나 언덕을 거의 내려올 때쯤, 고층 빌딩 사이로 예쁜 색이 비쳤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노을. 저는 해운대에서 색과 빛을 감상했습니다.
저 멀리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한 연인이 바다와 노을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는 모습이 예쁜 실루엣으로 남았습니다.
이 날의 노을은 어쩐지 남미의 어떤 도시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그 색이 강렬하고 또 오묘했어요.
모래사장 위에 놓인 간이 축구 골대와 뛰어 노는 사람들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걷다가 또 어딘가에 앉아서 2021년 봄이 빛나는 시간을 감상했습니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매우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마지막은 바다와 모래사장 위로 아이의 실루엣이 예쁘게 남은 사진으로.
여행이 중요한 그리고 추억이 소중한 이유가 이런 날을 마주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개성 없는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해운대 바닷가가 볼 때마다 아쉽지만 이런 감동을 안겨줬으니, 또 다시 부산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날의 노을이, 이 장면들이 훗날 2021년 봄을 추억하게 만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