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의 광각 줌렌즈 17-50mm F4 Di III VXD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약 한 달간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이미지 품질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휴대성이 뛰어난 F4 고정 조리개 값의 렌즈라 컴팩트 풀 프레임 카메라인 소니 A7C와 조합해 보았습니다. 이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등의 정보는 지난 포스팅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탐론 17-50mm f/4 Di III VXD 렌즈 - 1.우리가 광각 줌렌즈에 원하는 것들은 무엇인가(디자인/사양)
17-50mm, 절묘한 광학 3배 줌
DSLR 카메라 좀 써 봤다 싶은 분은 17-50mm이란 초점거리가 익숙할 겁니다. 소위 크롭 바디에서 환산 25(7)-75(80)mm 초점거리를 갖는 표준줌 렌즈로 꽤 인기를 끌었거든요. 그 렌즈 역시 탐론 렌즈였습니다. 풀 프레임에서 17-50mm라는 초점거리가 처음엔 꽤 생소했으나 사용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활용도가 좋았습니다. 16-35mm, 17-28mm 류의 초광각 줌렌즈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서 35-50mm 표준 구간을 얻게 됐으니까요. 여행 또는 풍경 촬영용으로 광각 줌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프레임을 좀 타이트하게 구성하고 싶은데 렌즈 바꾸기는 귀찮고, 아예 챙기지 않은 날도 있고.
풀 프레임에서 표준 줌 렌즈의 최대 광각은 대체로 24mm 내외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야 훨씬 넓다만 풍경 촬영에서 또는 다이내믹한 연출을 원할 때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위 두 장의 사진을 통해 17mm와 24mm의 결과물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꽤 큽니다. 광각에서 1mm는 망원에서의 그것과 무게감이 달라요. 그래서 풍경/여행용 렌즈로는 표준 줌렌즈보다 광각 줌렌즈를 선호합니다.
이 렌즈는 광각 줌렌즈지만 50mm 촬영이 가능합니다. 저처럼 망원 촬영 빈도가 낮은 분이라면, 그간 50mm로도 충분했다면 이 렌즈는 이상적인 초점거리와 줌 비율을 갖는 렌즈입니다.
동영상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표준줌 렌즈의 최대 광각이 24mm에서 20mm 내외로 넓어졌습니다. 그래도 17/20/24mm 프레임을 비교하면 17mm가 월등히 넓죠. 동일한 3배 줌이지만 24-70mm 또는 28-75mm와 17-50mm의 느낌이 사뭇 다른 이유입니다. 이 렌즈들이 공유하는 24(28)-50mm 구간을 제외하면 초광각과 준망원 중 어느 쪽에 가치를 두느냐가 관건이 되겠네요. 저는 50-80mm 구간은 50mm 촬영본을 크롭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서 초광각 쪽을 선호합니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17mm와 50mm 프레임을 비교하면 꽤나 드라마틱하거든요. 이것을 렌즈 교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정도로.
어렵지만 꼭 필요한 17-24mm 초광각
17-50mm 구간을 오가며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광학 3배 줌이 이 정도였나 싶습니다. 17mm가 그만큼 광활하기에 더 극적으로 보이는 거겠죠. 최신 광학 기술 그 중에서도 VXD 시스템 덕분에 동영상 촬영 중 AF도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동작합니다. 비교적 구형 카메라인 A7C에서도 촬영 중 초점 검출에 실패한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초광각에서는 물론이고 50mm 구간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입니다.
정작 어려우면서도 꼭 필요한 순간을 위해 구비해 두는 것이 17mm 내외의 초광각입니다. 여행 중에는 전망대에서 보는 광활한 풍경, 랜드마크에서의 타임 랩스 촬영에 광각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한 때를 위해 종일 초광각 렌즈를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생각해도 17-50mm 초점거리는 정말 탁월한 선택입니다. 지난 해 사용한 20-40mm F2.8 렌즈의 20mm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17mm를 쥐고 있는 쪽이 더 든든하기 마련이죠.
풍경 뿐 아니라 실내 인테리어 촬영 등에도 17mm의 장점이 분명합니다. 다만 28/35mm 단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해 온 제 눈에는 아직 17mm가 어렵습니다. 자꾸만 24mm로 줌을 하게 되네요.
익숙하고 다재다능한 35-50mm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고향에 온 것처럼 찍으면서도, 넘겨 보면서도 편안했습니다. 일상 기록, 거리 사진, 인물과 정물, 큰 욕심 없으면 풍경까지 전천후로 활용 가능한 35-50mm입니다. 광각 줌렌즈지만 아무래도 이 구간을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평소 촬영하는 프레임과 가까워서겠죠. 이미지 품질, 주변부 왜곡과 비네팅에서도 특별히 이질감이 없어서 표준 줌렌즈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 포스팅의 제목을 붙일 때 이 렌즈를 표준 줌렌즈라고 적었으니까요. 뭐, 이 정도면 표준 줌렌즈라고 해도 무리는 없겠습니다만.
보통은 일상 기록용으로 35mm F1.8 렌즈를 사용하는데 17-50mm 렌즈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따로 단렌즈를 챙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끔 답답했던 시야를 넓혀 준 것에 만족도가 높았어요. 물론 F4의 어두운 조리개 값이 가끔 아쉽긴 했는데, 요즘 카메라야 고감도 이미지 품질이 워낙 좋으니까요. 심도 표현이 필요할 때는 50mm F4 촬영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는요.
F4, 그거 너무 어둡지 않아?
단렌즈가 주력인 제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F1.4와 F4는 아주 많이 다르죠. 하지만 F2.8 줌렌즈와 F4 줌렌즈는 크기와 무게를 감수할 만큼 차이가 날까 생각하면 제 용도에는 작고 가벼운 F4 렌즈 쪽이 낫습니다. 크롭 바디라면 몰라도 풀 프레임에서 F4도 꽤 괜찮은 심도 연출이 가능하니까요. 물론 해상력만을 고려한다면 크고 무겁고 비싼 F2.8 대구경 렌즈가 좋겠습니다만, 요즘 화질 떨어져서 못 쓰는 렌즈는 드물잖아요.
F4 최대 개방부터 F8까지 심도 표현은 이렇습니다. 초점거리는 50mm, 꽤 멀리 떨어진 배경이라 F4로도 배경이 제법 흐려졌습니다. 물론 인물 전신 촬영할 정도까진 못 됩니다만. 얕은 심도 표현을 즐긴다면 애초에 광각 줌렌즈는 후보가 아니겠죠. 초광각 줌렌즈에서는 F2.8 못지 않게 F4 렌즈의 인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렌즈의 F4 고정 조리개 값은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화질 저하 걱정 없이 F4를 사용할 수 있느냐'겠죠.
요즘 렌즈 화질이야 다 좋지 뭐
써드파티 제조사까지 광학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언젠가부터 렌즈의 해상력 테스트에 큰 감흥이 없어졌습니다. 탐론 역시 최신 렌즈 특히 G2 시리즈 이후 제품들은 휴대성, 가격 대비 결과물이 눈 부신 수준이라 의심하지 않고 최대 개방 촬영을 즐깁니다. 이 렌즈 역시 그렇습니다. 2400만 화소 A7C 이미지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고 F4 최대 개방에서 약간의 해상력 저하, 주변부 광량 저하 정도를 느꼈을 뿐 그 외에는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한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 초점 거리,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비교 ]
[ 17mm - 중심부 ]
[ 35mm - 중심부 ]
[ 50mm - 중심부 ]
F4 최대 개방에서 미세한 해상력 저하가 있지만 100% 확대가 아니라면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F5.6부터 F11까지는 샤프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F16부터는 해상력이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17mm 최대 광각보다는 35/50mm의 해상력이 더 좋습니다. 일반적인 촬영에선 어떤 초점거리, 조리개 값을 사용해도 결과물에서 아쉬움을 느끼진 않았어요. F16 이상의 값은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 17mm - 주변부 ]
[ 35mm - 주변부 ]
[ 50mm - 주변부 ]
주변부 해상력은 아무래도 중심부보다 열악하지만 F8-F11 구간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원본 RAW 촬영에서는 주변부 광량 저하가 다소 있는데 라이트룸의 렌즈 프로파일을 적용하니 비네팅과 왜곡이 상당 부분 해결됐습니다. 위 테스트는 렌즈 프로파일을 통한 주변부 보정이 적용된 결과물입니다. 될 수 있으면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요즘 렌즈들은 애초에 보정을 고려해 설계하니.
[ 50mm - 중심부 ]
[ 50mm - 주변부 ]
플레어, 고스트 억제력도 준수한 편입니다. 강한 광원을 직접 촬영할 때 부분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촬영에 방해가 되거나 해상력을 저하시킬 정도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동영상 촬영에서 이 광원 표현이 꽤 괜찮은 느낌이라 일부러 몇 번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광각 렌즈인데 근접 촬영도 돼?
근접 촬영은 17mm 최대 광각에서 19cm, 50mm 에서 30cm입니다. 아무래도 광각보다는 50mm의 클로즈업 효과가 낫습니다. 단순히 상대 우위 정도가 아니라 근접 촬영 성능이 꽤나 괜찮아서 표준 줌렌즈처럼 사용해도 아쉬움을 느끼지 못했어요. 음식 찍을 때 특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광각 렌즈니까 야경 촬영이 좋아야겠지, 보케도 그렇고.
저는 표준 줌렌즈처럼 사용했지만 이 렌즈를 선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풍경 촬영이 주 목적일 테고 빛망울과 빛갈라짐 등의 야경 표현에도 크게 신경 쓸 것입니다. 저 역시 초광각 렌즈의 주 용도가 장노출 촬영이고요. 웬만한 고급 렌즈 아니면 단렌즈만큼의 아름다운 빛갈라짐을 기대하지 않는데 이 렌즈는 기대보다는 좋았습니다. 단렌즈나 고급 렌즈와 비교하면 형태의 선명함이 다소 아쉽지만 그간 사용했던 줌렌즈 중에선 평균 이상이라 평할 수 있겠어요.
빛망울(보케)은 사실 F4 최대 개방 외에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형태만큼은 완전한 원형이라 50mm, F4를 잘 활용하시면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동영상 촬영에서는 F4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초점거리나 조리개 값, 이너 줌, 크기, 무게 등 이 렌즈는 동영상 촬영을 상당 부분 고려한 렌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주로 사진 용도로 사용했지만 그 역시 나쁘지 않았으니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20-70mm을 참 좋아했는데요, 이제 17-50mm이 더 좋아요.
초광각과 표준을 포함하는 동시에 휴대성도 좋은 여행용 줌렌즈. 얼마 전까지 이 기준에 부합하는 렌즈는 소니 20-70mm F4 G 렌즈였습니다만 탐론 17-50mm F4 Di III VXD 렌즈를 사용해 본 뒤 근소하나마 이 렌즈의 손을 들어 줍니다. 풍경 촬영과 동영상까지 고려했을 때 17-20mm 구간이 50-70mm보다 더 유용하다는 결론 때문입니다. 휴대성은 소니 20-70mm 쪽이 부피에서, 탐론 17-50mm이 무게에서 이점이 있으니 비슷하다고 하고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휴대성을 중시하는 제 기준에서는 탐론 20-40mm F2.8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광학 2배 줌과 3배 줌의 가능성은 1.5배 이상이 될 수 있으니 이 렌즈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되고 선택받는 렌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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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