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비까지 겹쳐 힘들었던 8월 첫 주. 여름의 절정에 짧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급하게 낸 1박 2일의 시간동안 다녀올 만한 곳이 역시나 가까운 인천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송도더라고요. 다행히 첫날은 비가 잠시 멎고 날씨도 화창해서 센트럴파크 산책을 즐겼습니다. 둘째날은 제법 거세게 비가 와서 식당과 카페, 아울렛에서 여유를 즐겼고요.
이틀간 찍은 사진들 중 괜찮은 것을 추려 보았습니다. 위치 정보와 제 소감을 덧붙이니 당일 혹은 이틀 정도 일정으로 송도를 둘러보고 싶은 분들께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화창한 날씨, 깨끗한 도시
많은 이들이 송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센트럴파크. 물길 주변으로 녹지 또 그 밖으로 세련된 형태의 빌딩들이 늘어선 형태가 외국 어느 도시 같기도, 가까운 미래의 모습 같기도 해서 십여년 전쯤 송도에 처음 왔을 때 인상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신도시 특유의 깨끗함과 매끈함 때문에 계절마다 찾을만큼 좋아하게 된 것 같고요.
몇 주간 비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방문하는 날도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낮에는 날이 활짝 개서 기분 좋게 산책을 했습니다. 물론 30도가 넘는 기온에 높은 습도까지 겹쳐서 두어 시간만에 카페로 피신해야 했지만요. 그래도 운이 좋은지 송도에 올때마다 날씨는 제법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새벽 안개
오크우드나 쉐라톤같은 고급 호텔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요샌 저렴하면서 제법 괜찮은 숙소들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묵은 숙소는 송도달빛축제공원역 근처에 있는 랜드마크송도스테이였는데, 에어비앤비처럼 아파트를 객실로 운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원룸형 구조에 취식도 가능해서 개인적으로는 일반 호텔보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곽이라 한적한 맛도 있었고요. 사진은 26층에서 바라 본 아침 풍경. 오락가락하는 비로 풍경이 뿌옇게 흐렸는데 인천대교의 모습이 운치가 있어서 담아봤어요.
사진찍기 좋은 곳
가끔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송도에 오기도 합니다. 대부분 당일치기 일정이라 두어 곳 정도를 정하고 출발하는데 대체로 센트럴파크와 현대 아울렛 뒤쪽 트리플 스트리트입니다. 트리플 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광장은 바닥이 체커보드를 연상시키는 검정/흰색 패턴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있는 거리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광장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요.
여기서 더 들어가면 우산을 촘촘히 매달아 둔 풍경을 머리 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다른 데서 쉽게 볼 수 없는 장식이고 우산의 색들이 다양해서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날씨까지 화창하면 더더욱.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은 방문할 때마다 규모도 라인업도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왕 방문하셨다면 트리플 스트리트까지 둘러보고 오시면 아쉬움이 덜하실 거예요.
한옥 카페
송도 내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 '모양' 카페는 처음 왔을 땐 스타벅스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할리스로 운영중입니다. 막상 들어가면 별 것 없지만서도 센트럴 파크를 내다 볼 수 있는 한옥 카페는 한 번은 가볼만한 곳입니다. 위치도 좋고, 껍데기만 한옥이라도 괜히 여행, 나들이 온 기분이 나거든요. 그런 마음에 송도에서 약속이 있을 때면 일부러 접선 장소를 여기로 정하기도 합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전해주고 싶어서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갈 때마다 자리 잡기가 어렵습니다. 이날은 더위를 피해 카페에서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보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노을색이 예뻐서 사진에 담았습니다. 평소 같았음 뛰쳐 나갔겠지만, 너무 더웠어요.
나이트 가운
당일치기로 다녀갈 때가 많다보니 송도의 야경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이 빌딩과 가로등, 다리에 불이 들어오면 도시가 참 아름답게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엔 1박 2일 일정이라 야경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낮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야경 속을 가르는 수상 택시를 보고 부러워져서 다음날 해질 때 맞춰 나도 수상택시를 타야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비오는 날
날씨운은 첫날 뿐이었던지 다음날은 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세게 불었습니다. 공원 산책이나 전망대 구경 등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카페와 아울렛을 구경하며 진짜 나들이처럼 하루를 보냈어요. 현대 아울렛 내부에는 크고 작은 분수들이 여럿 있는데 하나같이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차피 비도 맞고 옷도 발도 젖었겠다 차라리 제대로 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맘 같아서는 저도 간만에 물 뒤집어 쓰고 손으로 튀어가며 놀고 싶었지만 휴대폰에 카메라에 돌아갈 옷차림 걱정에 역시나 포기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가장 서글플 때가 바로 이런 때입니다.
마지막 디저트
마지막 일정인 해질녘 수상 택시를 타기 전에 근처에 있는 카페 기노스코에 들렀습니다. 별 기대 없이 찾아 간 곳인데 내부 공간이며 디저트 메뉴까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이 날 시킨 디저트 '밤하늘'은 송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콜릿 안에 가득한 얼그레이 향. 집 근처에 있으면 자주 먹으러 갈 텐데요.
송도에 카페 거리를 포함해서 카페며 디저트 가게가 정말 많은데 기노스코는 디저트 메뉴의 비주얼과 다양성이 인상적이었던 곳입니다. 색다른 디저트 좋아하시면 추천해요. 그 외에도 이틀간 송도에서 먹은 음식들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먼저 칠리크랩 파는 에이스크랩 송도점. 제가 좋아하는 싱가포르 칠리크랩과는 다른 세부식 칠리크랩이라고 합니다. 현지 유명 프랜차이즈라고 하는데 서울 강남과 안산, 송도에 매장을 오픈했다고 하네요. 게 수급 상황 상 칠리크랩에 들어가는 게는 국내산 게라고 하는데 뭐 칠리크랩이 게 맛으로 먹는 건가요, 소스 맛이지. 소스 맛이 꽤 좋았고 게도 살이 제법 차 있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세 마리에 3만원대인 가격까지 만족. 현지 느낌보다는 좋은 가격에 맛있는 게 요리 먹으러 간다 생각하시면 후회 없을 겁니다.
카페 거리에 도넛 가게들이 많은데 저는 캘리포니아 도넛 클럽에 방문했습니다. 도넛 클랜이란 가게도 후보에 있었는데 마침 제가 간 날부터 내부 공사 시작. 캘리포니아 도넛 클럽도 오후 두시쯤 가니 대부분의 메뉴가 품절돼서 딸기 크림 도넛과 토마토 바질 도넛 두 개를 사 먹어 봤습니다. 딸기 크림 도넛이야 우리 모두 예상하는 그 맛인데 토마토 바질 도넛 맛이 재미있었습니다. 속은 이탈리안 샌드위치인데 겉은 달콤한 도넛인 노골적인 단짠단짠.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저는 한 개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다음엔 도넛 클랜을 가 보려고 합니다.
가성비 최고의 어트랙션
마지막 일정이었던 수상 택시. 오크우드 앞에 유람선도 있지만 가격 대비 이쪽이 훨씬 낫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인당 4천원에 20분, 센트럴파크 중간쯤까지 다녀오는 코스입니다. 이 수상 택시가 지나가는 다리와 공원 초입 구간이 예뻐서 낮,밤으로 두 번 타도 충분히 만족하실 것 같아요. 특히 화창한 날 노을이 깔릴 때가 가장 좋겠네요. 평일 기준 매 정시에 운행하고 막차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니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