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구매 직전까지 다가갔다 걸음을 돌리는 삼성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최근 들어 플립 시리즈가 더 주목을 받는 것 같지만 저는 역시 대화면 폴드 4의 임팩트를 좋아합니다. 2022년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갤럭시 Z 폴드/플립 시리즈가 발매됐고 갤럭시 투 고 서비스로 사흘간 대여해서 사용해 봤습니다.
폴드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2년 전 Z 폴드 2였는데 그 때보다 기기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낍니다. 당시 폰은 폴더블 스크린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데 총력을 기울인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후면 소재나 화면을 접었을 때의 화면 비율, 대화면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지원 등이 더해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무광 마감된 후면 소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전히 큰 폰입니다. 어지간한 스마트폰의 화면 세 개 분량(?)이 겉과 속에 펼쳐져 있는 폰이니만큼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무게는 조금 더 가벼워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진짜로 폰과 태블릿을 합친 미래의 스마트폰이 되기 위해서는요. 저를 포함한 제 주변인들 대부분이 이 폰을 욕심 내면서도 무게 때문에 결국 포기하시는 걸 보면요. 이번 제품 무게가 263g이고 제가 사용하는 아이폰 13 프로가 약 200g이니 사양과 활용도를 생각하면 사실 그리 무거운 건 아니네요. 1,2년 후엔 200g 초반까지 무게를 줄여 논란을 불식시키거나 성능과 소재에서 타협한 보급형 모델로 타겟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면 하단에 마치 PC 운영 체제의 작업 표시줄처럼 앱 아이콘을 배치한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입니다. 넓은 화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도, 멀티 태스킹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폴드 4가 전작 대비 디자인 변화가 적은 것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이런 소프트웨어, 편의 장치 보강이 실사용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화면 크기를 조금 더 키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트리플 카메라
다양한 장치와 기능들 중 카메라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사흘간의 대여 기간이 이 제품을 제대로 경험하기에는 너무 짧기도 했고, 업무상 스마트폰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서요. 예전 시리즈에서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번 Z 폴드 4에서는 '프로급 카메라'를 제품 소재의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웠습니다. 그간 Z 시리즈는 S 시리즈보다 카메라는 한 세대 이전 또는 한 단계 낮은 등급의 모듈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엔 달라졌을지 궁금했어요. 갤럭시 Z 폴드 4의 카메라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메인 카메라의 화소가 1200만(Z폴드3)에서 5000만으로 늘어났습니다. 픽셀 비닝 기술을 통해 5천만 화소 카메라로 1200만 화소로 촬영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확실한 업데이트로 볼 수 있겠습니다. 세 개의 카메라는 갤럭시 S,S+ 시리즈와 같은 것입니다. 상위 모델인 울트라 시리즈가 네 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것과 비교하면 하나가 적습니다. 그리고 카메라의 사양 역시 동세대 울트라 시리즈보다는 조금씩 떨어집니다. 가장 화질/성능이 좋은 메인 카메라를 기준으로 하면 화소가 1억800만(S22U), 5000만(Z폴드4)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조리개 값은 F1.8로 동일하고요. 초점거리가 약 23mm인 것, 픽셀 사이즈가 1.0 μm인 것을 보면 S22, S22+의 카메라와 동일 또는 동급 카메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망원 카메라의 사양은 1000만 화소, F2.4 조리개 값, 1.0 μm의 픽셀 크기 등 대부분이 S22,S22+ 플러스와 동일하지만 초점거리가 약 66mm로 69,70mm 내외인 다른 제품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초광각 카메라의 사양이 차이가 있는데 1200만 화소와 F2.2의 조리개 값은 동일하지만 픽셀 크기가 1.4 μm(S22), 1.12 μm(Z폴드4)로 Z폴드4쪽이 다소 떨어집니다. 실제 촬영에서 극적인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세대 전쯤 카메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폰의 두께 등 물리적인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겠죠. 기대했던 것처럼 S22 울트라 모델에 필적하는 고성능은 아니지만 현세대 S 시리즈와 동급으로 맞췄다는 것에 의의가 있겠습니다.
5000만 화소 카메라 탑재로 얻는 이익은 디지털 줌 방식을 이용한 30배 줌 촬영입니다. 실제 줌과 달리 이미지를 확대-크롭하는 소프트웨어 방식이지만 화소가 5000만 화소로 높아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화소의 가장 크고 직접적인 장점입니다. 1억 화소 카메라 탑재 모델은 이 디지털 줌을 100배까지 구현하죠.
< 카메라 설정 화면 >
< 촬영 화면 >
카메라 앱은 제가 최근까지 테스트했던 S21, S22 모델과 거의 동일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인텔리전트 자동 모드에 해당하는 장면별 최적 촬영, HEIF/RAW 촬영 지원, GIF 즉시 촬영, 야간 촬영 모드 등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신규/특화 기능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UI는 기존 갤럭시 폰과 동일합니다.
아, 폴드 시스템에 맞춘 플렉스 모드를 카메라 앱에서 지원합니다. 윗쪽엔 촬영 화면, 아랫쪽엔 UI와 기존 촬영 이미지가 표시됩니다. 이건 다른 폰과 매우 큰 차이가 있네요.
5000만 화소
촬영은 주로 화질이 가장 좋은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로 진행했습니다. 고화소 카메라의 장점은 작은 피사체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이미지를 줄였을 때 좀 더 샤프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을 꼽을 수 있죠. 5000만 화소와 1200만 화소 촬영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5000만 화소 촬영 시 해상도는 8160 x 6120입니다.
이미지를 확대했을 때 고화소의 장점이 잘 드러납니다. 작은 부분의 윤곽을 잘 표시하고 있고 샤프니스 역시 충분합니다. 예전 갤럭시 스마트폰의 카메라들이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후보정 때문에 윤곽선이 무너지는 경향을 보냈다면 Z폴드4의 5000만 화소 이미지는 노이즈가 다소 보일지언정 디테일은 잘 보존돼 있습니다.
다만 디지털 카메라보다 이미지 센서 면적 자체가 좁은만큼 세부 묘사의 한계가 뚜렷합니다. 멀리 있는 나뭇가지, 잎 등 작은 피사체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있어선 아쉬움이 있네요.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스마트폰 카메라 수준에서는 꽤 좋은 편입니다만. 디지털 카메라의 고화소 이미지가 세부 묘사에 장점이 있다면 스마트폰 카메라의 고화소는 그보단 이미지를 크롭/추출해 사용할 때, 웹/SNS용으로 크기를 줄였을 때 얻는 이점에 좀 더 무게를 뒀다고 생각합니다.
초광각-광각-망원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한 초광각-광각-망원 촬영 결과물입니다. 초점거리는 35mm 포맷 환산 약 13mm, 23mm, 66mm로 촬영 화면에서는 각각 0.6배 줌, 1배, 3배 줌으로 표기됩니다. 이미지 품질은 역시 메인 광각 카메라가 가장 좋지만 초광각/망원 모두 메인 카메라에 없는 넓은 프레임, 배경 압축 등의 효과가 있으니 용도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물 모드
인물 사진 찍을 일이 없는 저는 음식 촬영을 할 때 주로 인물 모드를 사용합니다. 배경 흐림 효과가 메인 음식을 돋보이게 해 주고, 입체감 덕분에 평면적인 플레이트 사진이 더 좋아 보이거든요. 촬영 모드에서 바로 인물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서 편하고 예전에 사용했던 갤럭시 카메라보다 배경/피사체를 분리하는 능력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메인 카메라로 촬영한 인물 모드 결과물인데 광각 카메라에 한정하면 오히려 아이폰 13 프로보다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Z폴드4(광각)의 인물 모드 사진과 아이폰 13프로(망원)의 인물 모드 사진. 예전에는 갤럭시 카메라의 인물 모드가 아이폰보다 눈에 띄게 떨어졌는데 이제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 갤럭시 Z 폴드 4로 촬영한 이미지 >
vs 아이폰 13 프로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 13 프로와 간단히 비교해 보았습니다. 아이폰 13프로는 일반 모델 대비 카메라 중심으로 사양을 올린 상위 모델이고 갤럭시 Z 폴드 시리즈는 대화면에 중점을 둔 특화 모델인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볼 수 있지만 두 모델 모두 각각 삼성,애플의 주력 모델이자 최고가 시리즈라는 데 공통점이 있으니 비교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아요.
초광각-광각-망원까지 세 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것은 양쪽이 동일합니다. 다만 각 카메라의 사양은 아이폰 13 프로쪽이 높습니다. 메인 카메라를 비교하면 화소는 5000만-1200만으로 Z폴드쪽이 높고 이미지 센서 면적과 조리개 값, 픽셀 크기는 아이폰이 우세해서 고화소의 장점이 도드라지는 환경이 아니라면 이미지 품질은 아이폰 13 프로쪽이 우세하다고 평할 수 있겠네요. 아래는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갤럭시 Z 폴드와 아이폰 13 프로의 결과물을 비교한 것입니다.
화소가 5000만, 1200만으로 네 배 이상 높다 보니 확대할 수 있는 면적과 디테일 역시 차이가 큽니다. 두 이미지를 비교하면 Z폴드4는 역시 더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 아이폰 13 프로는 피사체의 질감과 윤곽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합니다. 특히 나무 표면의 무늬, 벽 표면의 질감에서 차이가 나죠.
그래도 적지 않은 경우에, 특히 원거리 풍경 촬영에서 고화소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이미지를 확대했을 때, 특히 PC 모니터보다 작은 폰,태블릿 화면에서 감상할 때 더 세세하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실제로 더 세세하다 말하기 어려운 것은 카메라 성능의 한계 상 확대했을 때 디테일/샤프니스 손상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13 프로의 1200만 화소 이미지를 그만큼 확대해도 이미지가 조금 더 뭉개져 보일 뿐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메인은 아니지만 충분한
짧은 시간 갤럭시 Z 폴드로 사진을 촬영하고 또 감상하면서 느낀 것은 폴더블 폰은 아직 카메라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작들보다 카메라 사양을 끌어 올려서 현세대 S 시리즈 모델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S22 울트라 모델 대비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두께와 무게 때문에 일반 바 타입 스마트폰처럼 가볍고 경쾌하지 않다는 느낌도 사용하는 내내 들었습니다. 고작 하루 그리고 몇 장의 사진들이 전부라 정확한 평가가 어렵지만 카메라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제게는 '역시나, 여전히, 아직도'라고 평할 수 밖에요.
그래도 현세대 S 시리즈와 동급 카메라를 탑재하면서 200만원의 가격만큼은 아니지만 절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 Z폴드4의 카메라는 충분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아이폰 13 프로의 카메라보다 기본기에서 다소 열세라도 고화소와 디지털 줌 등 갤럭시만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카메라가 중요하다면 Z폴드4는 충분하지만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결론은 일 년만 더 기다려 보기로. 아니면 S23에 기대를 걸어 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