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오랜 취미기도 하고, 최신 카메라를 테스트 하는 일을 하면서 그간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시스템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이상하게 소니 카메라는 마음이 가지 않았어요. 성능과 가성비 모두 뛰어난 FE 시스템을 주변에 추천하면서도 제 메인 장비로 사용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돌아보건대 매장에서 만져 본 A7R2의 답답한 셔터 랙이 안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이런저런 이유로 메인 장비를 라이카 M에서 소니 FE 시스템으로 변경하고 있습니다. 상업 촬영을 위한 시스템을 구성하자는 게 시작이었는데 주 용도인 여행 사진에도 굳이 M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휴대성에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렌즈군 구성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됐고요. 렌즈는 일찌감치 두 개를 정해뒀습니다. 성향상 줌렌즈보다는 단렌즈를, 그 중 활용도 높은 35/50mm로. 아래는 렌즈의 첫인상을 남긴 포스팅입니다.
소니 FE 35mm F1.4 GM 사용 후기 - 1.최고라길래 사 봤습니다(35.4GM, 35GM)
소니 FE 50mm F1.4 ZA 사용 후기 - 1.내맘은 늘 라이카 다음 자이스였지 (Planar T* FE 50mm F1.4 ZA, 50.4ZA)
카메라는 A7R3, A7R4, A7M4 셋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사진/영상 전천후에 최신 모델인 A7M4로 거의 넘어갔다가 아무래도 사진의 비중이 압도적일 것 같아 R시리즈로. 가성비의 R3와 최신 모델 R4 사이에서 결국 R4로. 정적인 제 사진에선 R3도 차고 넘치치만 그놈의 고화소뽕이 뭔지.
제품 사양
35mm(35.7 x 23.8mm) Exmor R® CMOS 센서
6100만 화소
고속 하이브리드 AF(567포인트 위상차/ 콘트라스트 감지)
1/8000~30초, 벌브
ISO 100-32000(확장 ISO 50~102400)
초당 10매 연속 촬영(JPG 기준 최대 68매)
5축 손떨림 보정(센서 시프트 방식)
XAVC S 4K 동영상 촬영 (3840x2160 30p/100M)
576만 화소 OLED 뷰파인터(약 0.78배, 시야율 100%)
7.5cm 144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틸트/터치 조작
듀얼 SD 슬롯(UHS-I/II 호환)
Wi-Fi / Bluetooth / NFC 무선 통신
USB Type C 인터페이스, 충전 지원
microHDMI 출력
NP-FZ100 배터리, 약 660매(사진)/105분(동영상) 촬영
방진방적 설계
크기 128.9x96.4x77.5mm
무게 665g (배터리,메모리 포함)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에서도 초고화소에 속하는 6100만 화소, 사용자들이 칭송하는 리얼 타임 트래킹을 포함한 AF 시스템, 576만 화소 OLED 뷰파인더. 이 셋이 A7R4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 외엔 A7M4와 비교해 크게 나을 것이 없는, 영상 촬영쪽으로는 오히려 뒤지는 성능의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고화소 이미지 센서의 뛰어난 디테일은 사진 작업에서 큰 차이를 만들 것입니다.
사실 6100만 화소,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렌즈를 주로 사용하는 저는 여행 사진을 작업하면서 이미지 크롭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전에 사용했던 2400만 화소는 부족함이 있었거든요. 이점에선 R3의 4200만 화소도 충분하지만 최신 이미지 센서의 성능을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현재는 R3, R4를 모두 가지고 있어요. 둘을 비교해 보고 최종 결정하려고 합니다.
전형적인 소니 카메라 모양. 디자인은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4세대에 바디는 3세대보다 그립이 보강돼서 좀 더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란히 두고 쥐어보고 비교해봐도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어요. 다만 전반적인 만듦새가 좀 더 좋아진 느낌이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리는 조작감이 좀 더 고급스럽달까.
후면 버튼 레이아웃도 3세대 바디와 동일합니다. 초점 영역 변경 등에 사용되는 멀티 셀렉터의 디자인이 좀 더 사용하기 편하게 바뀐 점, 버튼의 크기와 돌출도가 바뀌어서 조작감이 향상된 점 등을 4세대 바디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이런저런 설정 변경을 자주 하는 프로 포토그래퍼들에게는 이 변화가 무척 유용하겠지만 사실 저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서요.
상단 레이아웃은 기본적인 형태, 버튼/다이얼 배치는 같습니다만 그립부 두께, 다이얼의 위치와크기 등 조금씩 변했습니다. 그립부가 상당히 크고 두꺼워져서 손에 쥐는 느낌이 한결 좋을 것 같고, 안쪽 보조 다이얼이 돌출형으로 바뀐 것도 조작감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노출 보정 다이얼엔 잠금 버튼이 추가됐습니다.
옆면의 포트 배치, 듀얼 메모리 슬롯, 틸트 방식 LCD는 A7R3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LCD 해상도가 144만으로 이전 세대보다 나아진 게 없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부랴부랴 뒤늦게 화면만 개선한 A7R3A, A7R4A을 출시할 정도로 화면 품질은 정평(?)이 나 있죠.
정리하다 보니 A7R4보단 가성비로 A7R3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6100만 화소를 제외하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보이지 않거든요. 그 화소마저 고화소로 인한 노이즈 증가, 계조 표현의 차별화 실패 등 단점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요. 숫자로 느낄 수 없는 AF 성능 향상, 더 선명해진 전자 뷰파인더 등이 있다지만 제 촬영 용도에선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은 아직 본격적인 촬영을 해 보지 않은 상태의 이야기로, 결과물을 비교하면 확실히 신형, 고화소의 장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바람이 있고요. 당분간 A7R4 그리고 A7R3를 함께 사용하며 비교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