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입한 그리고 곧 방출한 해밀턴 카키 메카니컬 시계의 사용 후기. 그 중 화이트 다이얼, 일명 '흰판' 모델의 이야기입니다.
삼 년 전이었나, 그때부터 벌써 세 번째 사고 팔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를 사고 싶지만 큰 비용 지출을 원하지 않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할 정도로 잘 만든 시계입니다. 가격도 적당하고 줄질도 기가 막히게 잘 받죠. 사이즈도 적당해서 어느 차림에나 잘 어울립니다. 가지고 있는 동안 가장 많이 손이 간 시계이기도 했는데 얼마 전 문워치 영입으로 방출하게 됐어요.
해밀턴 카키 필드 메카니컬 복각 모델(H69429931) 영입 & 첫인상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아름다우니까
최근에 사용했던 모델은 화이트 다이얼입니다. 블랙 모델 출시 이후 추가된 버전으로 동일한 사양에 다이얼 색상만 검정에서 흰색으로 변경됐습니다. 원판이 군용 시계라 화이트 다이얼은 오리지널리티와 거리가 멀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 생각보다 인기가 있습니다. 저도 실제로 보니 줄질의 용이성에서 흰판이 나은 부분이 있다고 느겼고요.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델명 : H69439411
컬렉션 : 카키 필드(Khaki Field)
무브먼트 : H-50 메커니컬
케이스 사이즈 : 38mm
다이얼 컬러 : 블랙/화이트
케이스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브론즈 등
크리스탈 : 사파이어
러그 넓이 : 러그 넓이 20mm
파워 리저브 : 80시간 파워 리저브
방수 : 5 bar (50m)
직접 태엽을 감아야 하는 수동 무브먼트, 80시간 파워 리저브, 38mm 사이즈에 무광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해서 두께가 얇고 덕분에 착용감이 좋은 것도 높이 삽니다. 다만 많은 사용자들이 지적하듯 러그 to 러그 길이가 길어서 착용감을 일부 떨어뜨리고 가죽줄을 체결했을 때 넓은 공백이 생겨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다이얼 색상 하나만 바뀌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꽤 다른 시계같은 이미지를 줍니다. 흰판 모델을 처음 보고 검판에 비해 화려한 시계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색 자체도 환하지만 인덱스가 에나멜 도료를 바른 듯 장식돼 있어서 빛을 받으면 꽤나 반짝입니다. 사람에 따라 이것이 오히려 고급스러움을 떨어뜨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괜찮더라고요. 거기에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베이지색으로 칠한 야광부도 검정색보다 흰색에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용기를 보니 단순히 색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인덱스와 로고를 새긴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검판 모델의 해밀턴 로고는 숫자 인덱스처럼 도료를 발라 입체감이 있는 반면 흰판의 로고는 다이얼 자체에 인쇄가 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입니다. 다이얼의 완성도는 검판쪽이 높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입니다. 두 모델의 가격이 동일한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예쁘니까
흰판의 매력은 줄질
두 모델을 모두 사용해 본 입장에서 줄질에 관심이 많다면 흰판의 만족도가 높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리브 그린 컬러의 기본 나토 스트랩부터 검은색/흰색/파란색 등 거의 모든 색의 밴드를 매치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시계 자체가 빈티지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가죽 스트랩도 잘 어울리고요.
검판도 뭐 안 어울리는 스트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난한 컬러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어두운 네이비/블랙 계열을 매치했을 때 흰판과의 대비가 시계를 더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해요. 검판은 전체적으로 시계 디자인이 톤다운 되는 것에 호불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이얼 자체의 화려함도 흰판쪽에 우위가 있고요.
메탈 브레이슬릿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양쪽 다 잘 어울리는 것으로. 다만 이 시계는 브레이슬릿보단 나토/가죽 스트랩이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방출했지만 언젠가 편하게 찰 툴워치가 필요해진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이 시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괜찮은 가격에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게다가 튼튼한 기계식 시계를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비슷한 예산으로 이만한 시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