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입한 중마론 렌즈를 테스트 해 보고자 M10-D에 마운트하고 송도에 다녀왔습니다. 우선은 렌즈가 작아서 좋습니다. 후드를 제거하면 재킷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길이가 짧은 것이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여차하면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28mm라 추가 렌즈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것도. 조리개 값이 F5.6으로 어두우니 야간 촬영은 진작에 포기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가격대에 이 정도 만듦새, 결과물을 누릴 수 있는 렌즈가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라이카 M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부담 없이 하나 들여서 종종 편안한 맘으로 즐겨보기 좋은 렌즈로 추천하고 싶어요. 아래는 지난 포스팅입니다. 사양과 디자인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 하세요.
TTArtisan 28mm f5.6 렌즈, 일명 '중마론' - 1
씌우면 어엿하고 빼면 앙증맞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렌즈 후드의 이야기입니다.
F5.6의 어두운 조리개 값을 갖는 이 렌즈를 선택하는 분들 대부분은 그만큼 작아진 이 렌즈의 휴대성에 점수를 준 것일테죠. 저 역시 이 렌즈를 가볍게 휴대하며 사용할 용도로 구매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후드를 빼고 렌즈만 마운트 한 채 촬영합니다. 옆으로 꽤 넓은 모양, 묵직한 무게 때문에 후드를 체결하면 이 렌즈의 장점이 절반은 날아가는 것 같거든요.
다만 후드를 체결한 모양새는 가격보다 몇 배는 돼 보일 정도로 근사합니다. 후드까지 메탈 소재로 제작해 고급스러워보이기도 하고요. 다만 후드가 홈에 맞춰 정확히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나사를 경통에 물려 고정하는 방식이라 영 못미덥습니다. 나사를 물린 후에도 사방으로 움직이고요. 잡광 제거 등 후드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 렌즈는 최대한 가볍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해상력은 가격 이상, 주변부 품질은 기대 만큼
고품질 이미지보다는 휴대성을 앞세운 렌즈지만 최상의 컨디션일 때 어느 정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빛이 충분한 여름날 오후에 부지런히 돌아 다니며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LCD 모니터가 없는 카메라 특성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30만원의 가격에서 기대하는 정도를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보이더군요.
사진은 대부분 F5.6, F8 조리개 값으로 촬영했습니다. 조리개 값 설정이 1스톱 단위라 F5.6/8/11/16/22 다섯 값으로만 지정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지 품질이 최상인 구간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저와 같은 설정을 할 것이니 실사용 결과물에 가깝겠네요. 중심부만 한정하면 F5.6에서도 꽤나 샤프합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이미지 품질을 비교한 것입니다. 많은 렌즈들이 F8-F11 구간에서 이미지 품질이 가장 좋은데 이 렌즈는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5.6으로 높아서 이러한 경향이 유지될 지 궁금했습니다.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비교 #1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비교 #2
기대만큼의 뚜렷한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 렌즈의 크기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조리개 값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향상되는 구조보단 가장 많이 사용될 F5.6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의 결과물 향상에 주력했는지 중심부 해상력에는 큰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F5.6 최대 개방 촬영보다 F8 결과물이 미세하게 낫지만 큰 차이는 아닙니다. F11에서는 F8보다 해상력이 조금 떨어지고 이후 눈에 띄게 흐려집니다. 중심부 해상력 기준으로 F8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네요.
주변부는 그 차이가 뚜렷합니다. 아무래도 렌즈 크기가 작다 보니 주변부 해상력 저하는 물론 광량 저하도 눈에 띕니다. 구조적 한계이자 예상 가능한 결과죠. 다만 중심부와 달리 조리개 값에 따른 개선 효과가 확실합니다. F5.6이 주변부를 포기해야 할 수준이라면 F11,16 구간은 그럭저럭 사용할 정도가 된달까요. 물론 F11,16 값을 설정할 환경이 흔치는 않겠습니다만. 그리고 우리모두 이 렌즈에 주변부까지 기대하진 않잖아요?
팬 포커스에 특화된 렌즈
제 아무리 풀 프레임 포맷이라도 28mm 광각, F5.6의 어두운 조리개 값으로는 얕은 심도 표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과초점을 이용한 팬포커스 스냅 사진이나 원거리 풍경 사진이 주라면 이런 것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비교는 해봐야겠죠. 가끔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배경 흐림 정도를 비교한 것입니다.
최단 촬영 거리 1m에 맞춰 그럭저럭 배경 흐림이 부각될 수 있는 조건으로 촬영했습니다만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나란히 비교한 사진에서야 F5.6의 결과물이 그럴듯해 보여도 확대하지 않은 사진으로 보면 배경 흐림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 렌즈는 깊은 심도의 팬 포커스 촬영에 적합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그래도 저는 만족스러웠던 것이, 이 렌즈로 웨이스트 레벨, 노 파인더 샷을 촬영할 때가 많습니다. 그 때 깊은 심도를 고려해 렌즈의 거리계를 보며 대략적으로 초점 영역을 설정하면 예상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렌즈를 포함해 오리지널격인 라이카 주마론 28mm F5.6 렌즈 등 비슷한 컨셉의 제품들이 스냅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께 인기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죠. 심도 효과에 대한 기대를 버리더라도 실내 촬영에서 생각보다 높은 F5.6의 벽이 남았습니다만.
주변부 극복이 관건
주변부 이미지 품질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F5.6에서 이 렌즈의 주변부 해상력은 휴대성의 장점으로 전부 상쇄시킬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작은 크기로 봐도 꽤나 거슬릴 정도로 흐릿하고 무성의 해 보이거든요. 물론 주변부까지 꼼꼼히 따지는 것이 이 렌즈에 기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일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만 광량 저하까지 더해진 결과가 영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광량 저하는 F8로 조리개를 한 스톱 높이면 확실히 좋아집니다. 더불어 해상력도 F8-11 구간에서 눈에 띄게 개선되고요. 게다가 주변부 광량 저하는 소프트웨어 보정을 통해 확실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룸의 렌즈 프로파일을 활용하는 방법, 수동으로 왜곡/비네팅을 수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중국산 렌즈의 렌즈 프로파일을 어도비에서 지원할 리 만무라 저는 직접 비네팅 보정값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해소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렌즈는 이미지 왜곡이 심하지 않아서 비네팅 보정만 해도 완성도가 몰라보게 높아집니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죠. 이 렌즈는 원래 그렇게 쓰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