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7일 금요일 밤, 새로운 아이폰 13 프로를 주문했습니다. 미국 홈페이지를 통한 직구입니다. 가격에선 별 메리트가 없지만 카메라 셔터음이 없는 것과 정발보다 다만 며칠이라도 앞서 받을 수 있는 것에 끌렸습니다. 아이폰 X, 아이폰 11 프로에 이어 2년 간격의 교체입니다. 전에는 매년 새 아이폰을 구매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저 뿐만 아니라 다들 그 사이클이 길어진 것 같네요.
아이폰 13과 13 프로를 간략히 정리하면 전작 12 시리즈와 같은 디자인에 새로운 칩을 통한 구동 성능 향상, 카메라와 배터리 등 일부 사양의 발전 등이 있습니다. 아이폰 12 시리즈가 화면 크기와 측면 프레임 등 전체적인 디자인을 바꾼 것에 비하면 미미해서 13 시리즈는 사실상 12s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가 구매한 13 프로 역시 눈에 띄는 변화보다는 프로 사용자들의 기준을 충족할 만한 업데이트가 이뤄졌습니다.
아이폰 13 프로 라인업은 전작과 동일하게 6.1인치 프로 모델, 6.7인치 프로 맥스 모델로 출시됐습니다. 디스플레이 크기에 따라 나뉜 것으로 전작은 카메라 사양에서 일부 차이가 있었지만 이번엔 화면 크기와 배터리 정도를 제외하면 동일 사양입니다.
아이폰 12 시리즈부터 변경된 플랫한 옆면 디자인 역시 동일합니다. 프로 모델은 이 부분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반짝이는 유광 처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쥐기에도 아이폰 11 프로까지의 라운딩 처리가 더 좋고요. 아이폰 4 시리즈를 최고로 기억하는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둘 때가 좋은 것 같아요.
아이폰 13 프로 시리즈의 얼굴은 뒤에 있습니다. 카메라 부분을 제외하면 아이폰 13 일반 모델들에 비해 큰 장점이 없을 정도로 힘을 줬는데, 외형으로만 봐도 카메라의 크기나 돌출 정도가 이전 모델보다 커졌습니다. 그간 아이폰 프로 시리즈의 카메라 성능이 좋은 평을 받으면서도 경쟁 안드로이드폰 대비 그리고 프로 사용자들의 기준을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늘 있었는데 이번에 아예 크기를 키우면서 성능을 대폭 향상했습니다.
어느때보다 비대해진 카메라를 보며 새 아이폰 구매 의사가 생겼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아이폰도 일반적인 기능들을 사용하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지만 사진과 영상에 관심이 많다 보니 카메라의 변화만으로도 새 아이폰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새 아이폰의 특징과 장단점을 카메라 중심으로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트리플 카메라의 구성
카메라의 수는 이전과 동일한 초광각/광각/망원 셋입니다. 다만 카메라의 크기와 면적이 증가한만큼 사양 역시 향상됐습니다. 노란색 글씨 부분이 이전 모델 대비 향상/변화한 내용으로 망원 카메라는 초점거리가 77mm로 변경돼 클로즈업 성능이 향상됐고, 울트라 와이드 렌즈는 F1.8의 밝은 조리개 값과 AF 성능 향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기본 광각 카메라는 화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커졌고 조리개 값 역시 F1.5로 밝아져 큰 폭의 화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 개선
더 큰 이미지 센서와 더 밝은 조리개 값의 렌즈를 탑재한 초광각/광각 카메라는 어두운 실내/야간 촬영에서 더 좋은 이미지를 안겨 준다고 합니다. 실제 제품 발표에서 이 저조도 촬영 성능에 대한 설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을 정도로 아이폰 13 프로의 가장 중요한 업데이트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소프트웨어 보정보다는 이미지 센서와 렌즈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성능 향상을 그간 바라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홈페이지에 공개 된 샘플 이미지들입니다.
77mm로 당겨진 망원
망원 카메라는 초점거리가 35mm 환산 약 77로 늘어났습니다. 이전 아이폰 망원 카메라의 초점거리가 12 프로 맥스 기준 65mm였으니 클로즈업에 보다 유리하게 됐죠. 다만 조리개 값이 F2.2에서 F2.8로 어두워져 실내/야간 저조도 촬영에서는 오히려 불리해 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건 실제 받아서 촬영해 봐야 알 것 같아요. 무튼 제가 사용하는 아이폰 11 프로의 망원같지 않은 52mm 망원 카메라보다는 활용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2cm 매크로 모드
이번 아이폰 13 프로 시리즈에선 매크로 모드가 새로 추가됐습니다. 2cm 거리까지 다가가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이폰 카메라의 활용도를 한발짝 더 넓힐 변화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초광각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하며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카메라가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 역시 새 아이폰 수령 후 비교 및 테스트 해 볼 계획입니다.
커스텀 사진 스타일
예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사진 스타일 모드가 생겼습니다. 사진의 보정값을 미리 설정해 모든 사진에 적용하는 사진 스타일 기능입니다. 그간 사진을 찍고 노출과 WB, 명/암부, 필터 효과까지 비슷한 보정 작업을 반복해야 했는데 이제 사용자가 좋아하는 룩을 미리 지정하고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의 프리셋이나 영상 보정의 LUT와 비슷한 개념 같은데 어떻게 구현됐을지, 얼마나 다양한 옵션을 지원할지 궁금합니다.
ProRes 동영상 촬영
동영상에서는 고화질 옵션인 ProRes 촬영이 눈에 띕니다. 전문적인 영상 편집에 대응하는 포맷으로 아이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좀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네요. 당연히 지금 사용 중인 미러리스 카메라의 동영상 결과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발전의 현재를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다만 데이터 용량이 큰 ProRes 코덱 특성 상 4K ProRes 동영상 촬영을 위해서는 256GB 이상 모델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울며 겨자먹기로 256GB 모델을 주문했습니다. 있는데 안 하는 것과 없어서 못 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 밖에
120Hz의 프로모션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 프로 모델을 통해 이미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유려함이 아이패드만 사용할 때는 모르지만 다시 아이폰 화면을 볼 때 느껴지는 역체감이 커서 프로모션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새 아이폰을 구매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그 밖에 더 밝고 선명해진 화면, 더 향상된 A 칩 성능 등의 업데이트 내용이 있습니다. 이건 매년 반복되는 것이라 몇 년 전부터는 눈길이 가지 않더군요. 당연히 작년 아이폰보다 더 좋아졌겠지, 라면서요.
프리 오더 그리고 색상 고민
프리오더를 앞두고 색상 선택에 대한 고민이 꽤 컸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당연히 신상 느낌 가득한 시에라 블루지만, 개인적으로 푸른색 톤의 아이폰에 한 번도 매력을 느껴본 적 없고 이번에도 쉬이 질릴 것 같단 생각에 10년 넘게 고수하고 있는 블랙 계열 아이폰을 구매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당일날 급선회 해 골드 256GB 모델로 결정. 가격은 1099달러고 미국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구매했습니다. 정식 출시일인 24일에 맞춰 배대지에 배송되고 이후 한국에 있는 제게 올 예정입니다. 빠르면 9월 안에 받을 수 있을..까요?
이제 남은 시간동안 케이스 고르며 새 아이폰을 즐겁게 기다려 봐야겠어요.
어느때보다 카메라를 앞세운 만큼, 이번 아이폰 13 프로의 카메라를 제대로 사용해 보며 포스팅 남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