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의 VM 마운트 광각 렌즈인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asph. 오리지널 울트론 28mm F2 이후 오랜만에 나온 렌즈인데다 클래식한 디자인, 광학 성능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라이카 유저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약 판매 때 일찌감치 구매하길 잘했다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은 약 한 달간 사용하며 느낀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의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화질 테스트 결과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렌즈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들입니다.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그리고 특징을 정리한 지난 포스팅에도 정보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F2 최대 개방 촬영
28mm 렌즈의 주 용도야 풍경 또는 깊은 심도의 광각 스냅 촬영 정도가 되겠지만 풀 프레임 카메라에 F2 단렌즈를 사용하다 보면 최대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 표현도 욕심이 납니다. 게다가 현행 렌즈의 해상력과 광학 성능을 갖춘 최신 렌즈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최대 개방 촬영을 하게 되죠. 실제로 이 렌즈를 사용하면서 F2 촬영의 빈도가 꽤 높았는데, 기본적으로 광각 렌즈라 개방 촬영에서도 초점 맞추기가 수월했고 결과물 역시 훌륭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햇살을 받은 꽃의 묘사가 극대화되고 배경이 흐려지면서 입체감 있는 사진이 됐죠.
광각 프레임에서도 F2 촬영이 만드는 약간의 배경 흐림이 사진의 표현을 좀 더 풍부하게 해 주었습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배경의 보케 표현과 주변부 비네팅 덕분에 감성적으로 느껴졌고요. 과거엔 50mm 렌즈를 표준 렌즈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엔 스마트폰 카메라 때문에 26-30mm의 광각 카메라가 익숙해져서인지 28mm 렌즈 하나만으로도 전보다 더 다양한 장면에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F2 최대 개방의 심도 표현은 거기에 '맛'을 더하는 요소가 되겠죠.
아래는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의 심도 표현을 조리개값별로 테스트 한 것입니다.
심도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A7C+어댑터 조합으로 최단 촬영 거리인 50cm 근방의 근접 촬영을 이용했습니다. F2 최대 개방에서는 제법 크고 선명한 보케 표현이 가능했고, F2.8부터 급격히 심도가 깊어져 F4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는 사실상 얕은 심도 표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광각 렌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죠.
보케 형태는 전체적으로 원형으로 표현되며 F5.6까지 유지됩니다. 다만 F2 최대 개방에선 중심부가 원형, 주변부는 타원형으로 나타납니다. 더러 F1.4 또는 그보다 밝은 조리개 값을 갖춘 광각 단렌즈가 있지만 그만큼 크기/무게에서 단점을 갖는 만큼, F2의 심도 효과를 확보하면서 크기와 무게를 줄인 울트론 28mm F2 렌즈의 경쟁력도 충분해 보입니다.
현행 광학 성능 - 해상력 / 비네팅 테스트
울트론 28mm F2 렌즈를 포함한 현행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 렌즈들의 최대 강점은 '클래식 디자인 & 현행 광학 성능'입니다. 덕분에 사용자는 라이카 M 카메라와 잘 어울리는 외형을 즐기면서 높은 해상력, 왜곡/수차가 잘 억제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장점들이 마음에 들어 저는 21/35/50mm 렌즈를 모두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 렌즈로 사용하고 있고요.
울트론 28mm F2 렌즈 역시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 렌즈의 특징을 보입니다. F2 최대 개방에서도 중심부 묘사가 상당히 샤프하고 수차 발생 역시 잘 억제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울트론 35mm F2 렌즈보다 개방 해상력은 조금 더 좋게 느껴집니다. 나중에 두 개의 울트론 렌즈 비교 포스팅을 해 보려고요.
이런 고화질은 현행 렌즈다운 고급 구성과 최적화 설계에 있을 것입니다. 이 렌즈의 구성에는 비구면 렌즈 1매와 이상부분산 렌즈 2매 등 총 3매의 특수 렌즈가 포함됐습니다. 더불어 광각 렌즈에서 우려되는 주변부 컬러 캐스트를 줄이기 위한 광학 설계가 적용됐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아래는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한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의 촬영 이미지입니다. F2 최대 개방 촬영에서도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F2 최대 개방 조리개 값부터 F8까지 비교적 균일한 해상력을 보입니다. 개방 촬영에서의 주변부 광량 저하를 제외하면 중심부 해상력은 육안상 어떤 값을 선택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F5.6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는 네 귀퉁이쪽 해상력도 중심부 못지 않게 향상됩니다. 개인적으로 28mm 광각에서의 주변부 이미지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입니다. 이전 버전의 울트론 28mm F2 렌즈 역시 크기/무게 대비 뛰어난 화질로 오랫동안 사랑 받았는데 울트론 28mm F2의 광학 완성도는 그보다 더 높아졌다 평할 수 있겠네요.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를 비교한 이미지입니다. 중심부와 측면/주변부로 나눠 확대/비교했습니다.
[ 중심부 ]
육안상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F2 최대 개방과 F2.8 조리개 값을 나란히 비교하니 역시나 약간의 해상력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그 차이가 100% 확대가 아닌 이상 크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라 F2 최대 개방 촬영을 적극 활용하기에 무리 없습니다. 이후로 F2.8부터 F16까지 해상력이 비교적 균일하게 유지되며 F16 이상에선 회절 현상으로 인한 해상력 저하가 있습니다.
[ 측면부 ]
[ 구석부 ]
측면/구석부에서는 중심부보다 해상력 저하 구간이 조금 더 넓습니다. 공통적으로 F2-4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해상력이 떨어지며 F5.6 이상에서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해상력 저하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주변부 광량 저하로 광각 렌즈의 특성상 주변부가 어두운 비네팅 현상이 35mm 이상 렌즈보다 심한 편입니다. 구석부 F2 결과물은 중심부에 비해 노출값이 대략 1ev 가량 차이가 나니 풍경 촬영에서는 조리개 값 선택에 유의해야겠습니다. 해상력과 주변부 광량 저하 모두 측면부가 구석부보다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아래 이미지들은 F2 최대 개방 결과물로 주변부 광량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주변부 광량 저하는 정물, 스냅 촬영에선 피사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좀 더 감성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풍경 등 여러 장르에서 아무래도 결과물의 완성도를 저하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비네팅은 F4-5.6 구간에서 체감되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되니 야외 촬영에선 가급적 높은 조리개 값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8mm 초점거리와 F2 조리개 값을 감안했을 때 주변부 비네팅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높은 해상력과 대비되는 이 렌즈의 단점이라 하겠습니다.
50cm 근접 촬영
울트론 빈티지 라인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는 50cm로 기존 울트론 28mm f2의 70cm보다 20cm 가량 짧아졌습니다. 최신 보이그랜더 VM 렌즈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변화를 따르고 있습니다. 라이카 M 카메라에선 뷰파인더 연동이 최단 70cm라 50cm 근접 촬영을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최신 제품에선 라이브 뷰를 활용하거나 어댑터를 통해 다른 시스템 카메라를 사용하면 그 편리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소니 A7C에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를 연결해 촬영한 것입니다.
음식이나 정물 촬영에서 50cm와 70cm는 체감 차이가 꽤 컸습니다. 라이카 M 카메라에서는 찍기 어려웠던 테이블 위 음식 사진을 손쉽게 담을 수 있고, 그럴 때 28mm의 광각 프레임이 유용했습니다. 라이카 M 시스템 사용자는 라이카 CL, 소니 A 시리즈 등 서브 카메라와 어댑터를 사용하면 무척 유용할 것 같아요.
보케 / 야경 표현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의 형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F2에서 완전한 원형으로 표현되며 이후 조리개 값이 높아지면서 점차 10각형의 형태로 변합니다. 10매 조리개 날을 채용한 결과입니다. 조명의 모양과 밝기에 따라 원형 보케가 유지되는 조리개 값에 변화가 있습니다.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의 보케 형태를 보면서 얼마 전 테스트 했던 아포란타 렌즈의 보케 패턴이 생각났습니다. 원형 보케 표현을 위해 독특한 조리개 모양을 채용했던 아포란타는 F2, F2.8, F5.6에서 조리개 값이 원형으로 나타났죠. 일반적인 조리개 형태의 울트론 28mm F2 렌즈와 어느쪽이 더 나을지는 사용자에 따라 다르겠죠.
다만 빛갈라짐은 아포란타 렌즈 시리즈보다 더 다양한 조리개 값에서, 선명하고 크게 즐길 수 있습니다. F2.8 부터 대략적인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해 F5.6-16 구간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크고 선명해집니다. 보케 연출 중심의 촬영보다 풍경 촬영 비중이 높은 28mm 광각 렌즈의 용도를 고려했을 때,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빛갈라짐 표현의 장점이 이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이그랜더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는 최근 발매된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 렌즈들의 특성과 장단점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현행 광학 설계에 따른 높은 해상력은 중심부보다 주변부에서 돋보이며 색수차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전형적인 현행 VM 렌즈의 특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개방 촬영에서의 주변부 광량 저하같은 공통적인 단점도 보입니다. 이는 울트론 35mm F2나 녹턴 50mm F1.5 II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인데, 28mm 광각 렌즈라 조금 더 도드라집니다. 렌즈 크기를 줄인 것에 따른 광학적 한계로 보입니다.
한 달간 사용해 본 결과, 개방 촬영의 주변부 광량 저하를 제외하면 해상력이나 외형의 만듦새 등에서 딱히 단점이 보이진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현행 보이그랜더의 VM 렌즈답게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며, 2008년 출시된 울트론 28mm F2를 완벽히 대체하는 웰 메이드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35mm 보다 28mm를 더 자주 사용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