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갇힌 일상을 조금씩 탈피해보고자 짬 날 때마다 제가 사는 도시들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엔 매일같이 펼쳐지는 노을 보는 즐거움이 대단한데요, 지난주엔 세 번째로 동작대교를 다녀왔습니다. 노들섬과 동호대교 위에서 본 노을 풍경은 링크로 덧붙이겠습니다.
용산과 동작,반포를 잇는 동작대교. 자전거 라이딩 때 종종 지나치는 곳이지만 여기서 노을을 볼 생각은 못했는데 이미 유명한 야경 스팟인지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놓고 촬영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하철로 갈 경우 2번 출구에서 바로 다리 위를 오를 수 있어요. 양쪽으로 노을 감상하기 좋은 카페가 있는 것도 특징. 뷰 좋은 루프탑이 있지만 사실 카페 옆 다리 위에서 봐도 충분합니다.
몇 번 한강 노을을 감상했지만 이 날 풍경이 가장 근사했던 것 같아요. 노을 카페까지 가는 길에도 몇 번이나 발길을 멈추고 하늘과 구름, 빛의 색을 감상했습니다.
동작대교 주변으로 자전거 도로와 여가 공간이 제법 잘 조성돼 있어서 반포 한강공원 못지 않게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다리 위가 노을 감상 포인트인지 지난번 동호대교때와 다르게 사진 찍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다리 위에 있는 노을 카페는 풍경 감상하기 좋게 통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이 카페 옥상에서 노을을 감상할 예정이었지만 입장하려면 음료를 구매해야하기도 하고, 커플지옥에서 삼각대 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카페 옆 공간에서 촬영했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각은 일곱 시 남짓. 몇 주 전 동호대교에 갔던 날 일몰 시간이 여덟시 쯤이었는데 이날은 일곱시 반만 돼도 깜깜해지더라고요. 계절의 변화가 생각보다 꽤 빠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로 도시의 스카이 라인과 자동차 헤드라이트,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 가로등 불빛 그리고 붉은 빛으로 물든 한강을 감상했습니다. 때마침 한강 위를 유영하는 카약 한 대가 있어 운치가 있었어요.
삼각대에 세워 놓은 카메라가 찍은 타임랩스 영상입니다.
하늘의 색은 더 깊고 붉어지는 삼십여 분간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여름날 야경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이제 올해 노을은 이것으로 되었다 싶을만큼 드라마틱한 시간이었습니다.
풍경이 어두워지자 건물과 가로등이 불을 밝혀 운치를 더하는 모습. 이런 장면을 보면 대도시에 사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신비한 붉은 빛 하늘과 그림같은 형태의 구름들을 보며 다음에는 카페 옥상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건 눈과 마음에 담는 것이 더 오래 가는데 늘 사진 욕심이 생기니 그땐 카메라도 스마트폰도 아예 챙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서로 대화는 없었지만 한마음으로 다리 위에 늘어서 노을과 야경을 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도시는 완전히 밤에 잠겼습니다. 저도 장비 챙겨 돌아갈 생각이 들었다가 다리 위에 불 들어와 한결 더 화려해진 풍경을 보니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야경까지 몇 장 더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에 여름이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절이 완전히 떠나가기 전 한 번 더 멋진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그 때 배경은 어디가 될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