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생각나는 심한 더위. 근래 가 본 빙수집 중 가장 괜찮았던 부빙을 두 번째로 찾았습니다. 전엔 북촌에 있는 가회점을 방문했고 이번엔 본점이 있는 부암동. 부빙이 부암동 빙수의 줄임말이었군요.
부암동 입구에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곳이라 전에 몇 번 가회점 방문을 실패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래서 부암동 본점도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빙수가 너무 먹고싶었어요. 역시나 대기가 23팀. 다행히 가게 앞 단말기에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차례에 맞춰 오는 방식이라 땡볕에 서 있지는 않았습니다. 인자한 북극곰의 저 표정이 왠지 야속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아래는 얼마 전 다녀 온 부빙 가회점의 흑임자 빙수 후기입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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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서 부빙이 워낙 인기있다 보니 주변 카페들이 그 덕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날 근처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대기 시간을 보내는데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 모두 부빙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분들이더라고요. 그렇게 옆 빵집에서 아몬드 크루아상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대기 한 시간 반 만에 입장. 세 시에 대기 등록하고 네 시 반에 입장했습니다. 빙수 먹기가 이렇게 힘들군요.
부암점과 가회점은 몇몇 메뉴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날은 복숭아 빙수와 민트초코 빙수를 시켰습니다. 민초 마니아인 일행 때문이지만 저도 어느새 민트 초코를 찾아 먹고 있는 것이 신기하고 두렵습니다(?).
가회점에도 있던 센스있는 빙수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습니다. 그림 자체가 예뻐서 하나쯤 갖고 싶더라고요.
복숭아 빙수가 먼저 나왔습니다. 생 복숭아를 직접 갈았다는 설명 답게 우유 얼음 위에 간 복숭아를 꼼꼼히 덮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꼭대기에 작은 복숭아 조각 둘. 민초 빙수와 달리 복숭아 빙수는 우유 얼음이라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이, 복숭아가 좋기도 했겠지만 거기에 시럽을 더한 건지 단 것 좋아하는 제 입에도 복숭아 빙수는 과하게 달게 느껴졌어요. 혼자 한 그릇 다 먹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얼음 속에는 갈지 않은 복숭아 조각들이 들어있는데 그쪽이 더 좋았습니다. 복숭아 자체의 식감과 당도가 좋아서 굳이 당을 더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은 민초 빙수. 민초파의 만행(?)은 점점 더 다양한 장르로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하지만 부빙의 민초 빙수는 평소 민트 초코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얼음 위에 초콜릿 얼음을 더하고 그 위에 민트 크림을 올려 마무리했는데, 크림의 양이 많지 않고 향도 강한 편이 아니라 입문 수준의 민트초코 맛이었어요. 민트초코를 즐기는 분들께는 크림이 너무 적어서 불만일 수 있겠더라고요. 나중에는 민트 없이 초콜릿 빙수만 먹게 되는 터라. 그래도 설빙이나 다른 빙수집에서 먹는 것보단 완성도가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방문때도 느꼈지만 부빙의 빙수는 너무나 빨리 녹아서 사진 몇 장 찍으면 이미 녹기 시작하면서 시럽이며 고명이 접시로 떨어집니다. 그럼 그릇 벽을 긁어 올리면서 허겁지겁 먹게 되죠. 이날도 대기 90분만에 빙수를 받아서 십 분 만에 두 그릇을 해치웠습니다. 좋으면서도 허무한 그 느낌. 그래도 빙수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기회만 된다면 남은 여름 종종 오고 싶어요. 다음에는 시그니처 메뉴라는 옥수수 빙수를 도전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인 순위를 꼽자면 현재까진 가회점의 흑임자 빙수가 1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