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그리고 제대로 된 피자를 먹고 싶었습니다. 이탈리안 피자를 좋아해서 잘 하는 집들을 검색해 봤는데 의외로 서울에 이태리 피자 협회 인증을 받았다는 피자집이 꽤 있더라고요. 그 중에서 평이 좋은 성수의 마리오네에 다녀왔습니다. 일요일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 가니 앞에 세 팀 정보가 대기 중이었고 입장까지 사십 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앞 대기팀 중에 외국인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본토 맛과 가까운 음식을 더욱 기대하게 됐습니다.
위치는 성수역 인근. 유명한 대림창고를 지난 뒤 나오는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가게 입구가 이탈리아 어느 도시에 있을 법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입구에 붙어있는 나폴리 피자협회 인증 로고. 피자의 본고장 나폴리의 피자 협회 기준에 맞춘 피자를 나무 장작 화덕으로 굽는 집이라고 하네요.
주문을 하고 내부를 둘러 봅니다. 창 밖 풍경만 아니면 내부는 정말 이탈리아에 있을법 한 분위기입니다. 가게 안쪽에 큰 화덕이 있고 이태리산 밀가루와 파스타, 올리브유, 치즈 등의 재료 놓여 있습니다.
거기에 벽에 걸린 그림들과 각종 인증서들이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 줍니다.
이 날 주문한 메뉴는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톤노 파쪼. 이태리 참치와 액젓 꼴라뚜라를 올린 피자입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태리 사람들이 참치를 재료로 한 파스타와 피자를 즐겨 먹는다는 것을 봤던 터라 참치 피자를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 참치와 이태리 참치의 차이도 궁금했고요. 거기에 추가로 치즈를 부팔로 치즈로 변경했습니다. 물소 젖으로 만든 치즈라고 하는데 분명 피자 맛이 더 좋고 향도 풍부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메뉴와 가격은 아래 사진으로 첨부합니다.
외형이 심플하면서도 화려합니다. 도우와 치즈, 토마토가 모두 노란빛인데 그 위에 페페론치노(Fili di peperoncino)를 올려 색감을 더했습니다. 더 페페론치노가 맵지 않으면서 향이 매우 좋더군요. 피자 맛에 깊이를 더해 주는 느낌이랄까. 먹는 내내 이게 뭔데 이렇게 맛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태리 피자 협회의 기준에 맞춘 피자답게 숙성된 도우가 매우 쫄깃하면서 도우만 씹어도 좋은 밀가루에서 느껴지는 풍미와 맛이 있었습니다. 기본 치즈와 직접 비교를 해 보지 못했지만 물소 치즈는 식감이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더라고요. 노란색 토마토는 단맛이 강했어요. 주인공인 참치는 익숙한 국내 업체의 캔참치와 식감이나 맛에서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다만 함께 넣은 피쉬 소스 덕분인지 짭짤하면서 감칠맛이 강해서 담백한 도우,치즈와 잘 어울렸어요. 흔히 호불호 없는 피자로 마리게리따 피자를 추천하는데 이 정도면 모두가 좋아할 것 같아요. 참치 자체가 우리에게도 익숙하니까.
전체적으로 피자를 씹고 있으면 도우, 치즈, 토마토, 참치, 페페론치노까지 각 재료의 맛이 하나하나 느껴져서 저절로 눈을 감게 되더군요. 국내에서 가 본 피자집 중 손꼽을만한 곳이었어요. 다음에 다른 메뉴 맛보러 또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