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아이패드, 맥까지 애플 생태계에 깊이 발을 담궈놓고도 영영 살 일이 없을 것 같던 아이템 둘을 한 달 사이에 구매했습니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맥스. 오늘은 최근에 구매한 에어팟 맥스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지난 해 구매한 에어팟 프로를 일 년 가까이 만족하며 사용했지만 겨울부터 생긴 외이도염이 재발에 재발을 거듭했습니다. 괜찮을 만 해서 착용하면 곧 재발하는 바람에 당분간은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헤드폰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쪽에선 스탠더드격인 소니 WH-1000XM4와 에어팟 맥스를 구매한 뒤 현재는 에어팟 맥스를 사용 중입니다.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음에도 몇 안 되는 장점이 작업과 생활을 너무 편리하게 하는 것이 이유가 됐어요. 다음에 WH-1000XM4와 에어팟 맥스의 간단 비교 포스팅도 해 보겠습니다.
2021년 1월 국내 출시된 애플의 무선 헤드폰 에어팟 맥스. 애플 사용자들에게 평이 좋은 에어팟 시리즈의 장점들을 헤드폰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모았고 출시 초기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현재는 가격도 평가도 많이 떨어졌지만요.
기존 헤드폰과 차별화되는 소재 선택과 디자인, 애플 기기들과의 뛰어난 연동, 일반 사용자보단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플랫한 사운드, 에어팟 프로를 통해 검증된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허용 모드 등이 이 제품의 장점입니다. 특히 완성도 높은 외형은 이 헤드폰에 박한 평가를 내린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습니다. 알루미늄 케이스에 실리콘, 메쉬 소재를 결합한 헤드 밴드, 이어컵과 밴드를 연결하는 금속 연결부까지. 육안으로 볼 때는 물론이고 손에 쥐고 사이즈를 조절하고 머리에 착용했을 때 느껴지는 완성도가 확실히 뛰어납니다. 소니 WH-1000XM4가 허술하게 만든 상품이 아닌데도 소재의 차이와 만듦새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거기에 다양한 색상까지 더해져서 누가 봐도 ‘애플 헤드폰’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 완성도와 아름다움을 위해 목이 뻐근한 무게가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에어팟 맥스의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상세 사양을 좀처럼 제공하지 않는 애플답게 드라이버의 크기와 방식 등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이 헤드폰이 무엇을 하고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는 쉽게 풀어 놓았습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주변음 허용 모드, 적응형 EQ, 공간 음향이 주요 사양이고 조작은 디지털 크라운과 버튼이 담당합니다. 무게는 약 385g으로 소니 WH-1000XM4가 약 250g이니 1.5배 이상 무거운 셈입니다. 에어팟 맥스의 가장 큰 단점으로 가격과 무게들을 많이 꼽는다죠. 배터리는 한 번 충전에 약 20시간 사용. 적은 편은 아니지만 헤드폰 기준으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애플에서 자체 개발한 드라이버는 40mm 규격으로 소니 등 경쟁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풍부한 디테일이니 넓은 주파수 대역이니 듣기 좋은 말은 많지만 헤드폰의 음질을 평가할 때 드라이버 크기가 갖는 비중을 생각하면 가격 대비 좋은 평가를 하긴 힘듭니다. 다만 적응형 EQ 등의 소프트웨어 장치로 사용자 귀에 닿는 최종 결과물이 조금 더 좋게 들리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죠.
에어팟 맥스의 차별화 된 디자인은 헤드 밴드와 이어컵의 소재에서 시작됩니다. 실리콘으로 감싼 듯한 질감의 강한 헤드밴드는 머리에 닿는 부분에 메쉬 소재를 배치해 머리에 닿는 감촉을 조금 더 부드럽게 했습니다.
알루미늄 소재의 케이스에서는 맥북이나 애플워치에서 느꼈던 미려한 금속 가공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애플의 알루미늄 깎는(?) 실력이야 뭐 지구 최고니까요. 표면이 매끈하고 금속의 거슬한 질감 때문에 손으로 잡을 때 재미가 있습니다.
오른쪽 컨트롤은 이어컵 윗쪽에 디지털 크라운과 버튼이 있습니다. 크라운은 애플 워치의 그것을 크게 키운 모양입니다. 컨트롤 방식 역시 비슷하고요. 이 크라운을 돌려 볼륨을 조절하고 눌러서 재생/정지/시리 호출 등의 작업이 가능합니다. 버튼은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허용 모드를 전환하는 용도로 사용하고요.
귀에 닿는 이어 쿠션에도 헤드 벤드와 비슷한 메쉬 소재가 적용됐습니다. 대신 직물 소재로 그보다 더 폭신하고 귀 전체가 패드 안에 들어갈 정도로 공간도 넓어서 착용감이 무척 좋습니다. 소니 헤드폰은 인조가죽 소재라 겨울이 아닌 이상 더위가 느껴지고 귀 끝부분도 눌리는데 여기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물론 무게 때문에 그 장점이 반 이상 깎여 나가긴 합니다.
이 메쉬 소재의 쿠션은 자석 방식으로 간편하게 탈착이 가능합니다. 귀에 직접 닿는 파츠다 보니 차후 교체해야 할 때가 오는데 쉽게 교체할 수 있겠죠. 다만 가격이 가격이라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 호환품이 나오길 기대해볼까봐요.
기본 제공되는 스마트 케이스. 제품을 보관하는 용도와 동시에 절전 모드를 활성화하는 용도입니다. 이 모양새와 소재, 내구성에 대한 평은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요.
색상은 총 다섯 가지로 실버, 그레이, 블루, 그린, 핑크. 애플워치나 아이패드 에어의 컬러웨이를 연상케 합니다. 실버와 그레이가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데 저는 실버가 마음에 들었지만 헤드 밴드와 이어 쿠션의 이염이 감당 안 될 것 같아 결국 스페이스 그레이로 구매했습니다. 착용했을 때 튀지도 않고요.
에어팟 맥스 언박싱
굉장한 것이 들어있을 것만 같은 커다란 상자. 에어팟과는 확실히 다른 헤드폰의 패키지입니다. 생각보다 패키지가 커서 처음 받았을 때 놀랐어요. 상단엔 실제 모델에 맞춰 제품 이미지가 인쇄돼 있습니다.
구성품은 에어팟 맥스와 스마트 케이스, USB C to 라이트닝 케이블, 매뉴얼입니다. 애플 제품다운 간결한 패키지. 다만 헤드폰 제품에 필요한 3.5mm 오디오 케이블은 기본 구성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에어팟 맥스를 유선 오디오에 연결하고 싶다면 45000원에 판매 중인 lightning-3.5mm 오디오 케이블을 구매해야 한다죠. 대부분의 헤드폰에 기본 포함돼 있는 케이블을 별매로 그것도 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정말 대단합니다.
스마트 케이스 소재는 가죽과 실리콘 사이 느낌의 그 무엇. 부드러운 촉감은 좋지만 먼지가 많이 붙고 내구성이 좋지는 않을 것 같아 저는 다른 케이스를 사용하고 이 케이스는 보관하려고 합니다. 그나마 검정색이니 망정이지 흰색이나 다른 컬러의 스마트 케이스는 이염과 오염 걱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에어팟 맥스의 실루엣. 라운딩 처리된 이어컵 디자인에 원기둥 형태의 프레임, 넓은 메시 소재의 상단 헤드 밴드로 이뤄져 있습니다. 함께 사용한 소니 WH-1000XM4가 전통적인 헤드폰의 디자인이라면 이건 조금 더 패셔너블한 느낌이죠. 패션 헤드폰들의 공통점이 정작 음질이 좋지 못한 것인데, 어찌 보면 에어팟 맥스도 이런 경향을 따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메시 소재의 헤드 밴드는 착용감이 무척 좋습니다. 일반 플라스틱 소재와 달리 오래 착용했을 때 정수리에 통증이 없어요. 다만 안쪽으로 오목한 형태라 머리가 긴(?) 제 두상에는 아슬아슬하게 맞아서 머리카락이 많이 눌리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건 제 머리의 문제인가요? 메쉬 소재다보니 안 그래도 파손 염려가 되는데 스마트 케이스가 보호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보니 보관할 때 유의해야겠습니다.
오른쪽 이어컵 상단의 조작부. 케이스와 동일한 색상으로 만들어져서 일체감이 높습니다. 다이얼과 버튼을 이용한 컨트롤은 손을 높게 올려야 한다는 것 외에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소니를 비롯해 몇몇 무선 헤드폰이 이어컵 표면에 터치 방식의 조작계를 배치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디자인도 깔끔하고 터치 방식의 오작동에서도 자유로워서 좋습니다. 특히 크라운을 돌리는 느낌이 예전 전축의 볼륨 다이얼을 돌리는 것 같아요. 다만 처음엔 버튼과 크라운을 찾느라 좀 헤맵니다.
제가 이 헤드폰의 디자인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어컵과 헤드 밴드를 연결하는 저 프레임입니다. 빛나는 은색으로 그레이로 통일된 전체 색상에 포인트가 되면서 플라스틱 헤드폰 대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애플 워치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다른 헤드폰이 이 부분을 다소 두껍게 설계해 전체 실루엣이 둔탁해지는데 에어팟 맥스는 가늘면서도 튼튼하게 설계됐습니다. 다만 안쪽으로 접을 수는 없으니 각각 장단이 있겠네요.
충전은 애플 라이트닝 포트. 아이폰도 아직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하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USB C 포트였으면 훨씬 더 좋았겠죠. 3.5mm 오디오 연결 액세서리도 좀 더 폭넓게 선택할 수 있었을 테고요. 애플의 고집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어 쿠션 교체 방식은 정말 간편하게 잘 설계돼 있습니다. 별다른 조작 없이 힘을 줘 당기면 곧바로 떨어집니다. 새 이어 쿠션으로 교체하기도 쉽겠어요. 내부도 애플 제품답게 완성도 높은 금속 프레임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iFixit에서 에어팟 맥스를 애플 제품 중 가장 섬세하고 정밀하게 조립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는데 곳곳에 디테일이 대단합니다. 다만 그만큼 무겁고 비싸다죠.
스마트 케이스는 솔직히 우스꽝스럽습니다. 보기에도 그리 좋지 않고 제품의 보호 목적으로도 제몫을 못하고요. 저대로 가방에 넣었을 때 헤드밴드의 메쉬 소재가 소지품 때문에 찢어지진 않을지, 아니면 이염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더 나쁜 것은 에어팟 맥스는 별도의 전원 버튼이 없어서 연결을 끊는 초절전 모드에 진입하려면 자성이 있는 이 스마트 케이스에 수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케이스 자체도 이염이나 손상의 우려가 있죠. 저는 자석을 내장해 초절전 모드 사용이 가능한 파우치형 케이스를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간편한 연결과 기기간 전환
애플 이어폰/헤드폰 쓰면서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가 첫 연결을 할 때죠. 에어팟을 케이스에서 꺼내면 아이폰/아이패드 화면에 기기 정보와 연결 메시지가 팝업되는 것. 블루투스 메뉴로 진입해 직접 페어링을 해 줘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몇만원 어치는 하는 기분입니다. 애플 H1 칩이 이런 편의성을 제공하는데, 에어팟 맥스에도 H1 칩이 탑재돼 있습니다. 스마트 케이스에서 헤드폰을 꺼내면 곧바로 연결 메시지 팝업. 이후 하라는 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노이즈 캔슬링과 메시지/전화 알림, 공간 음향 등 주요 기능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고 연결이 완료됩니다. 에어팟 사용자라면 이미 익숙한 과정이죠.
더불어 사용자의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등록된 기기들에 연결 정보가 저장돼 별도의 연결 과정 없이 아이패드, 맥, 아이폰 등에 에어팟 맥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기간 전환을 위한 조작도 필요 없이 현재 사용 중인 기기의 사운드를 자동으로 전환/재생하는 기능이 있어요. 이런 기기간 전환의 편의성이 제가 소니 헤드폰과 에어팟 맥스 사이에서 에어팟 맥스를 쭉 사용하기로 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맥OS의 사운드 설정에서 에어팟 맥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주변음 허용 모드 상태와 배터리 잔량 등의 정보 조회가 가능합니다. 블루투스 메뉴의 장치 정보에 들어가면 헤드폰 착용 인식, 자동 연결 여부, 디지털 크라운 조작 방향 등의 설정도 가능하고요. 애플 장치와의 연동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에어팟과 에어팟 맥스 제품은 확실히 이런 소프트웨어 지원이 뛰어납니다.
다른 헤드폰들보다 조작계가 빈약하지만 그 빈자리를 자동 연결과 전환, 착용 인식 등 편의 장치로 충분히 보완했습니다. 오히려 사용자들에게는 이쪽이 더 편하게 느껴지겠죠. 소니 WH-1000XM4도 멀티 포인트를 지원해 두 개의 장치 사이를 비교적 간편하게 오갈 수 있지만 아이클라우드 기반의 이 폭넓은 연결에는 역시나 미치지 못합니다. 적어도 애플 생태계 내에서는 말이죠.
다음 포스팅에는 비전문가의 시선으로 이 헤드폰의 사운드나 착용감, 부가 기능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가격 대비’라는 말로 시작하는 단점 얘기가 주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