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년만의 브롬톤 정비 후 첫 라이딩을 다녀왔습니다. 주말을 그대로 보내기 아쉬워 일요일 쨍한 해가 식은 늦은 오후에 자전거를 끌고 나섰어요. 그간 체력도 힘도 많이 떨어졌을 게 뻔해서 집 앞 우이천부터 중랑천까지 익숙한 코스를 잡았습니다.
전에는 주 2-3회 중랑천 라이딩을 즐겼는데 못 본 사이 풍경이 제법 변했더군요. 주변으로 꽃이 만발한 것이 달리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마 계절이 절정인 덕도 있었겠죠. 장미와 유채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자전거 도로 양 옆으로 쭉 펼쳐지는 풍경이 오랜만의 라이딩을 상쾌하게 했어요.
하지만 역시 세월은 세월인지라 짧은 라이딩도 힘에 부치더라고요. 거기에 해까지 강해서 30분쯤 지나니 티셔츠가 흠뻑 젖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자전거를 세운 것이 중랑천 변의 장미밭. 중랑천 자전거길에는 그늘이 드물어서 잠시 숨 돌리고 물 한 잔 마신 다음에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지 사십 분쯤 지나 도착한 것이 청량리 자전거 길.
중랑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이 구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시원한 내리막길을 지난 후에 그늘이 충분한 자전거길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갈림길 중 하나를 선택해 청계천 자전거길을 따라 가거나 한강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구간이 첫 번째 휴식 구간이었죠.
그때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청계천 변에 나무 데크들이 있더라고요. 거울처럼 풍경이 비치는 청계천으로 빼꼼히 팔을 내민 나무 데크가 꼭 외국의 어느 하천에서 본 것 같아서 자전거를 일부러 여기까지 끌고 갔습니다. 나무 데크에 앉으면 발 아래로 더럽지만 잔잔한 하천이 펼쳐지고 하천길을 따라 바람이 불어옵니다. 마침 체력도 거의 고갈돼서 이대로 누워서 한 숨 자고 가고 싶었어요.
자전거를 세워 이날의 라이딩 기록과 함께 저장할 사진 찍기에도 좋았던 곳. 사진은 이번에 새로 구매한 트리고 브롬톤 거치대인데 디자인이 꽤 맘에 듭니다. 브롬톤 타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가벼운 이 날 라이딩 기록. 약 30km의 거리를 타는 데 90분이 소요됐습니다. 평균 속도가 20km/h가 채 되지 않으니 체력이 전같지 않은 게 숫자로도 보입니다. 이번 라이딩부터 스트라바를 사용하고 있는데 예전에 사용했던 런키퍼보다 구간 표시가 좀 더 상세해서 좋습니다. 기록하는 재미가 있다보니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애플 워치에도 욕심이 생기네요.
그간 떨어진 체력을 다시 끌어 올리기 위해서라도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타야겠습니다. 곧 무더위가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