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이화동에 다녀왔습니다.
봄이 한창이라 어딜 가나 사람이 많을 것은 아는데, 후보들 중에선 그나마 가깝고 한적하게 다닐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이 날 저녁 메뉴인 카레 음식점이 이쪽인 이유가 더 큽니다만.
대학로 뒷편 낙산 공원 그리고 그 아래 이화 마을. 한 때 사진이 취미였던 사람들은 다들 몇 번은 가 보셨을 거예요.
오래된 동네 골목 사이사이에 그려진 벽화, 언덕 위 성벽 너머 보이는 서울 풍경이 출사족들의 인기를 끌었던 곳.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더군요. 그래도 낙산 공원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전경은 여전히 근사합니다. 뭔가 애틋한 기분이 들기도.
나중에 든 생각인데, 2012년 그러니까 9년 전 제 첫 라이카 카메라 M8을 중고로 구매하고 기쁜 마음에 어디로든 사진을 찍으러 가자 해서 떠났던 곳이 이화마을이었어요. 십 년 가까이 지난 이날도 이름 다른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는 제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아래는 2021년 4월의 이화동, 낙산 풍경.
사람들을 불러 모았지만 반대로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했던 벽화들은 상당수 사라지거나 다른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거기에 지금은 마을 곳곳이 공사중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성곽길 양 옆으로 보이는 서울 풍경은 늘 그대로인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 부서지고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이렇게 멀리서, 높이서 사람 사는 모습을 볼 때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낙산 공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공원의 녹지가 더해져서 한결 포근하게 느껴진달까.
'생각보다 서울에 녹지가 많은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가 '이마저도 없으면 안되겠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날 오후까지 비 예보가 있어서 하늘이 흐렸어요. 대학로까지 걸어 내려오니 날이 활짝 개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벽화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롭게 그려진 벽화 그리고 예술가들의 작업실 앞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 역시 한창 새단장 중이라 다음에 올 때를 기대하게 되더군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상점 앞을 지나다 화분이 된 구두와 신발, 등산화를 화분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키 높이만큼 높은 상점 안에서 주인이 말을 건네더군요. '이 안쪽에서 찍으면 더 예쁘게 나와요.'
그 한마디를 들으니 이 동네엔 여전히 멋과 여유가 있다 싶었습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던 중에 마주친 풍경. 요즘은 보기 귀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오면 몇 년 후에도 여전히 이런 모습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