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말마다 비가 와서, 방역 조치를 위해 인공 비를 내리는 게 아니냐는 웃지 못할 소리까지 있었다죠.
지난 주말엔 모처럼 날이 화창했습니다. 전날 비가 온 것도 아니었는데 하늘이 파랗고 햇살도 선명했어요.
그래서 모처럼 주말 산책을 나섰습니다. 늘 그렇듯 목적지는 먹고싶은 메뉴, 가고싶은 곳에 맞췄죠. 이날은 인사동-삼청동.
오랜만에 찜닭을 먹고 근처 인사동-삼청동 골목을 거닐었습니다.
한창 사진 찍기 취미에 빠져 있을 때 자주 찾던 동네였는데, 무척 오랜만에 왔어요.
이날 산책의 기록들은 라이카 요즘 매일같이 함께하는 카메라 M10-D로 담았습니다.
렌즈는 잠시 고민했지만 50mm 렌즈가 끌려서 녹턴 빈티지 50mm F1.5 II를 물렸습니다.
35mm f2 울트론에 밀려 제대로 된 출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삼청동 입구에서 본 풍경.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구경거리가 있나 다가갔더니 활짝 핀 벚꽃 나무 앞에서 저마다의 봄을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더라고요. 마침 구름이 나무들 사이에 예쁘게 걸려 있어 기분 좋게 사진에 담았습니다.
화창하게 갠 날씨, 포근한 기온에 카페들은 다들 문을 활짝 열고 야외 테이블을 놓았습니다.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야외에서 마스크 벗기가 망설여지지만, 이나마라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죠.
이 동네가 좋은 것은 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조금씩 변화들이 있죠. 겉모습은 한옥이지만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현대식 가옥과 상점들도 생겨나고요.
그래도 걷다보면 이따금씩 오 년 또는 십 년 전 언제쯤이 떠오르는 것이 이 동네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동네가 꽤 넓어서 여전히 생소한 골목들이 많습니다.
맛있는 빙수를 먹고 나오는 길에 발견한 멋스런 고택도 반가웠습니다.
주변 가옥들을 모두 구입해 각 채를 복도로 연결했는데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형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잘 보존된 한옥이 화창한 날씨 아래 더 근사해 보았습니다. 구석구석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이게 얼마만인가 싶은 북촌 한옥마을 전망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사람이 많았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빠진 자리를 마스크 쓰고 삼삼오오 모인 여행객들과 추억을 담으러 온 연인들이 채웠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여유로운 전경을 담을 수가 없었어요. 아마 그런 날이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 동네와 골목의 변화겠죠.
길에 핀 꽃 하나, 집 앞에 내 놓은 화분 하나 허투루 지날 수 없을만큼 봄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런 소소한 풍경을 담기에 50mm 렌즈는 참 좋습니다. 게다가 녹턴의 맑은 표현이 이 날 날씨 그리고 분위기와 잘 어울렸어요.
이 날 가장 좋았던 발견은 건물 옥상에 작업실을 두고 북촌 풍경들을 그려 온 작가의 공간이었습니다.
다양한 크기, 배경으로 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느라, 구매하고 싶은 그림을 고르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오래오래 쌓여 진한 향을 내는 것들이 요즘은 무엇보다 아름다워 보입니다.
다음에 이 길을 찾을 때는 더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림 한 장 꼭 사 오려고요.
그렇게 여유로운 봄날의 서울 산책이 이어졌습니다.
어느덧 비행기, 해외 여행같은 말들이 남들의 것처럼 느껴지게 된 요즘 이렇게 옛 기억 물씬 나게하는 동네와 거리들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허기를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