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머문 닷새동안 해운대 인근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좋았던 것은 바다만은 원없이 볼 수 있었다는 것.
특히 달맞이 고개 너머 청사포는 해운대 바다와 상반된 수수한 바닷가 풍경이 좋았습니다.
청사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해운대와 청사포 사이를 오가는 열차와 바닷가에 하나 둘 들어선 카페들 등 삼 년전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청사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두 개의 등대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주변으로 정박된 어선들과 그로부터 나는 비릿한 냄새도 그대로였습니다.
마을 입구 허름한 버스 정류장이 깨끗한 흰색의 전망대로, 낡은 가게들이 세련된 카페들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이곳은 '바닷마을'이란 말이 어울리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반가웠어요.
지난 번 해운대에서 청사포로 연결되는 길을 걸어갔을 때는 휑했던 녹슨 철길이 그사이 멋진 해변 기찻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 윗길로 유럽의 트램을 연상시키는 작은 모노레일이 느릿느릿 운행중이더군요.
이 동네의 새로운 관광거리가 된 '스카이 캡슐'을 타고 해운대에서 청사포로 편하게 넘어갔습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한 번쯤 해볼만한 낭만적인 경험이에요.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포스팅을 아래 남기니 참고하세요.
시속 4km, 걷는 것과 진배없는 느린 열차를 타면 해운대에서 청사포까지 약 삼십 분이 걸립니다.
가만히 앉아 바깥 경치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여유가 괜찮았어요.
산책로가 꽤 잘 조성돼있지만 그래도 걸어가면 꽤 먼 길이라 다리가 아프잖아요.
청사포가 가까워오며 창 밖의 풍경이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에서 낡고 거친 것들로 바뀌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익숙한 청사포 등대 주변 풍경을 뒤로하고 이날의 목적지인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날 것 그대로의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바닷가라 바람도 충분히 시원하게 불어오고요.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이 첫 방문입니다.
간판을 보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거나, 최근에 개편을 한 것 같습니다. 아직 별로 낡지 않은 나무 데크도 그렇고요.
극심했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물러간 직후라 유독 푸르고 화창하게 느껴졌던 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다릿돌 전망대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산책로에서 불쑥 나와 제법 길게 이어진 전망대는 발 아래로 바다를 보며 걷는 아슬아슬함과 짜릿함이 있습니다. 들어갈 때는 입구에 준비된 덧신을 신어야 합니다.
발 아래로 훤히 보이는 푸른 바다. 전체는 아니고 전망대 끝쪽 일부 구간이 사진과 같은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제 몸 무게 하나쯤이야 아무 위험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발 아래 반짝이는 바닷물을 보니 오금이 저릿한 기분.
이 위에서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살짝 발을 디뎠다가 재빨리 바깥으로 나와 바닥만 사진으로 찍었어요.
나이 드니 왜이렇게 겁만 많아지는지.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거리까지 돌출된 덕에 전망대 끝에서는 눈 앞 그리고 좌우로 넓게 바다가 펼쳐집니다.
보기에 따라 푸른색과 녹색 사이의 어디쯤으로 보이는 색, 아무렇게나 나 있는 이빨처럼 바다와 맞닿은 바위와 자갈들, 수면 아래로 보이는 해초들의 너풀거림 등. 양 옆으로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물들이 보여 정겹습니다.
전망대 위에서 즐길 것은 많지 않지만 아슬아슬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그 끝에서 광활한 바다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었어요. 해운대 해변열차를 이용하면 전망대 바로 앞 정류장으로 바로 갈 수 있으니 접근성도 좋습니다.
여유롭고 푸르른 청사포의 낭만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