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애플의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가 발표됐습니다.
밤사이 구형이 되어버린 아이패드 프로 11 2세대로 키노트를 관람하는 내내 사양과 성능에 대한 놀라움보단 가격을 얼마나 받으려고 저렇게 다 쏟아부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와도 차별화되는 큰 도약을 이뤄냈습니다. 불과 일 년 전 발표된 제 아이패드 프로 11이 몇 년 전 구형처럼 느껴지고 있으니까 말예요.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의 핵심은 M1 칩. 맥 제품에 탑재돼 그 성능과 전력 효율 등을 검증 받은 M1 칩이 아이패드에도 탑재됐습니다. 8코어 CPU/GPU는 물론 최대 16GB 메모리 지원까지 맥 제품과 동일합니다. 맥북 프로, 아이맥과 동일한 성능과 지원을 아이패드에서도 누릴 수 잇게 된 것이죠.
애플이 이런 단어를 쓸 정도로 이번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의 사양은 굉장합니다.
아래는 제품 소개 페이지에 소개된 제품의 핵심 포인트 세 가지. 마지막은 그리 와닿지 않습니다만.
맥북 프로, 아이맥과 동일한 M1 칩셋 채용, 최상위 Pro Display XDR과 동급 수준의 디스플레이 채용. 거기에 썬더볼트 연결 지원. 이 셋만으로도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 모바일 태블릿의 한계를 깨고 컴퓨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체감 성능이나 사용자 경험은 웬만한 하이엔드 노트북, PC를 가볍게 넘어설테고요.
아이패드 프로는 11 / 12.9 두 모델로 발표됐습니다. 아래는 주요 사양입니다.
이번엔 디스플레이에서 두 모델의 사양 차이가 있습니다. 애플의 최상위 모니터 Pro Display XDR 수준의 Liquid Retina XDR 디스플레이가 12.9 모델에만 적용됐습니다. 1,000,000:1의 명암비와 피크 기준 1600 니트 밝기의 고화질 디스플레이로 두 모델에 차이를 둔 것인데, 대화면 모델에 확실히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11인치 모델은 이전 세대 모델과 동일한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M1 칩을 탑재한 아이패드
기존엔 맥과 아이패드의 칩셋에 차별화를 뒀지만 이번 아이패드 프로 모델을 기점으로 동일한 M1 프로세서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8코어 CPU와 8코어 GPU, 16코어 뉴럴 엔진 등 M1 칩셋의 성능을 아이패드에서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아이패드의 능력과 잠재력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모리 역시 기존 6GB 에서 8GB로, 1TB/2TB 모델은 16기가 모델로 증가했습니다.
물론 맥과 아이패드의 OS가 다르기 때문에 칩셋 통합이 당장 맥 OS와 앱을 아이패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유니버셜 앱 등 두 플랫폼과의 간격이 점차 좁아지는 것을 볼 때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일들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Liquid Retina XDR 디스플레이
숫자만 보고 그 화려함과 대단함을 가늠하긴 어렵습니다만, 600만원이 넘는 Pro Display XDR과 동등한 사양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는 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1000니트의 밝기는 11인치 모델의 600니트에 비해 그 발전의 폭이 대단히 큰 거라서 그간 보아 온 아이패드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디스플레이를 아이패드에 채용하기 위해 미니 LED가 아이패드 시리즈 최초로 도입됐습니다. 10000개가 넘는 LED가 화면을 밝고 선명하게 표현하고 2500개의 로컬 디밍 존으로 구성돼 높은 명암비 실현, HDR 콘텐츠 재생의 품질 향상 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실물로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다만 이 굉장한 디스플레이는 12.9 모델에만 탑재된다고 하니 이번엔 확실히 대화면 모델의 인기가 높겠네요.
썬더볼트 연결
USB C 타입 커넥터는 썬더볼트를 지원하는 포트로 개선됐습니다. 더 빠른 전송 속도는 물론이고 외장 디스플레이 연결, 다양한 확장 포트 구성 등 본격적인 컴퓨팅에 아이패드를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엔 사진/영상/그래픽 등의 전문 작업에서도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작가들이 많아 그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패드가 컴퓨터를 대체하는 애플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꼭 필요한 변화였습니다.
전면 카메라 개선 / 액세서리 추가
그 외의 개선 사항이라면 전면 카메라의 화질이 향상되고 화각이 넓어져서 영상 통화나 화상 회의 등에서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센터 스테이지 기능은 넓은 카메라의 화각을 이용해 인물의 이동에 맞춰 프레임을 이동하거나 줌인/아웃 효과를 적용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당초 새로운 애플 펜슬이 함께 출시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애플 펜슬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기존 애플 펜슬 2세대를 사용하게 됩니다. 매직 키보드 역시 별다른 변화 없이 화이트 색상이 추가되는 것으로 새로움을 더했습니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은 11인치 기준 이전 세대와 동일, 12.9 모델은 100달러가 올라 한국 기준 1379000원이 됐습니다. 최고의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는 데 100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면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전 세대 대비 사양의 향상 폭이 매우 커서 이번 모델은 전에 없는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제 아이패드 11은 구형이 됐습니다. 느낌상으로는 구구구구형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새로운 아이패드의 고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제 입장에서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도 훌륭해서 저는 더 큰 변화가 있을 다음 세데 제품을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애플 제품들은 외형에선 놀라움이 덜하지만 내실에선 그 전진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올 연말 발표될 아이폰과 맥 제품들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