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17년 포스팅이 마지막이었으니 4년만의 복귀인 셈입니다. 2015년 제가 구매했던 물건들 중 최악으로 꼽았던 애플 워치는 에르메스 에디션을 사용하면서 그 만족도가 크게 올랐고, 삼성 스마트폰을 잠시 사용하면서 이별했습니다. 그 때 써 놓은 포스팅이 아래 있습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2978
시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며 애플 워치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표현했지만, 갤럭시 노트 7의 폭발 이슈 후 다시 아이폰을 사용한 뒤에도 애플 워치 욕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날로그 시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서 다이버-파일럿-필드 워치에 이르는 육해공 컬렉션을 맞추며 즐겼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제가 다시 애플 워치를 찰 줄은 몰랐어요.
지난 주말 갑작스레 애플 워치를 구매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나 중요하거나 큰 이유는 없었고 고민할 바에야 다시 방출하더라도 일단 사서 써보자는 생각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각광받는 운동용 스마트 워치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내 라이딩을 즐기고 틈틈이 조깅을 하면서 처음엔 데이터를 기록할 스마트워치를 찾았습니다. 스트라바 앱과 연동되는 스마트워치 중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이 애플 워치였고 가민이나 순토 등의 전문 스포츠 워치들은 제 취향에 맞지 않아서 애플 워치 중 가장 저렴한 SE 40mm 나이키 모델을 구매할 계획이었습니다. 단순 기록 목적이니 시리즈 6의 AOD나 심전도 측정 등의 새로운 기능이 필요 없다는 생각에.
그러다 애플 스토어에서 시착을 해 본 후 사이즈는 40mm보다 44mm가 낫겠다는 생각을 했고, 최저가를 검색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본 사진이 이것.
애플 워치 1세대 제품을 쓸 당시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비행기에서 찍은 것인데 이 사진을 보니 새삼 애플 워치 디자인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서 운동 기록 말고도 평상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봐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한동안 길에 지나가는 행인, 버스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카페 앞뒤옆 테이블 사람들이 애플 워치를 찬 모습들이 참 많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이왕이면 하다가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 모델을 비교하게 됐고,
애플 워치 SE 40mm에 스포츠 밴드로 시작됐던 구매 계획이,
애플 워치 시리즈 6 골드 스테인리스에 밀레니즈 루프까지 올라갔습니다. 정가 기준 약 3배까지 가격이 높아졌어요.
여러분, 이왕이면 병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6가 SE에 비해 좋은 것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심전도와 혈중 산소 농도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고 화면이 항상 켜져 있는 AOD(Always On Display) 기능이 추가된 것 외에는 사실 크게 체감되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라면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의 유무였죠. 개인적으로 애플 워치는 스테인리스 모델과 알루미늄 모델이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 차이가 크더라고요.
그렇게 손에 들어 온 애플 워치 시리즈 6 골드 스테인리스 모델의 패키지. 1세대 모델이 마지막이었으니 2,3,4,5,6 대략 5년의 간격이 있는 신제품입니다. 그 시기에 출시된 아이폰이 아이폰 6s, 7 시리즈였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지겠네요. 다만 패키지는 너무나도 간소화돼서 그때 줬던 플라스틱 케이스같은 것들은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패키지를 열면 안쪽의 화려한 프린트를 배경으로 시계와 밴드가 각각 따로 포장돼 있습니다. 시계와 밴드를 저렇게 모듈 형태로 구성/판매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나은 선택이었겠죠. 다만 예전 패키징을 경험해봐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습니다.
구성품 역시 간소합니다. 온통 종이뿐인 패키지들 속에서 필요한 것들만 꺼내니 이렇습니다. 시계와 스트랩 그리고 충전 케이블. 애플 워치 출시 초기에는 기존 고급 시계 브랜드를 겨냥한 귀금속 컨셉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다분히 전자제품같은 느낌입니다. 근데 가격은 그때보다 50% 가량은 인상된 것 같아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그리고 골드 컬러. 제가 원래 예산보다 세 배 가량 높은 시리즈 6 모델을 구매한 이유입니다. 이전에 사용했던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이 깨끗하고 무난하다면 골드는 그보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특히 골드 밀레니즈 루프와의 조합이 애플 스토어를 갈 때마다 눈에 띄어서 이번엔 꼭 골드 모델을 사려고 했습니다.
알루미늄 모델만 보면 애플 워치는 그냥 비슷비슷한 사각형 스마트워치지만 스테인리스 모델은 제법 고급 장신구 느낌이 나요. 신기하죠.
연결은 간단합니다. 애플 워치를 아이폰 가까이 가져가면 팝업 화면이 뜨고 안내에 따라 한 단계씩 진행하면 페어링 완료.
골드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은 애플 워치 시리즈 4부터 출시됐다는데 이번 시리즈 6의 골드 컬러는 이전보다 채도가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전 모델들의 골드가 노란빛이 강했다면 이번엔 은은한 금색이라 각도에 따라 실버 스테인리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전보다 착용에 부담이 덜해진 셈이죠. 그래서 평소 골드 컬러를 좋아하지 않는 제 맘에 들었나 봅니다.
스테인리스 모델은 모두 셀룰러가 지원됩니다. 사실 가격을 생각하면 끼워팔기인 셈이죠. 용두의 빨간색 띠가 셀룰러 지원을 표시합니다.
게다가 스마트워치 요금제를 찾아보니 월 11000 정도로 매우 비싸서 통신사 개통 없이 사용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 실버보다 골드 모델의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 사기 전엔 알루미늄 모델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나 싶었지만 막상 이렇게 쥐어보고 뜯어보고 차 보면 그 때 고민이 싹 사라지죠.
거기에 화룡점정 밀레니즈 루프 결합. 애플 워치의 이 스트랩 교체 시스템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아날로그 시계들보다 압도적으로 간편하고, 평소 시계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쉽게 할 수 있을만큼 직관적입니다. 시계 디자인의 일체감을 해치지 않는 것도 좋고요.
이렇게 금-금 조합 완성. 평소 금통 시계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었는데 이 조합은 꽤나 맘에 듭니다.
손목 둘레가 약 18cm인 저는 44mm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평소 작은 시계를 좋아해서 40mm를 생각했는데 직접 차 보니 44mm 쪽이 좀 더 낫더라고요. 40mm도 크게 어색하진 않았지만 단순 시계가 아닌지라 앱 활용 등도 고려했습니다. 찾아보니 예전 1세대도 큰 모델인 42mm를 사용했더라고요.
밀레니즈 루프의 저 결합부가 참 마음에 듭니다.
자성을 통해 간편하고 세밀하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 밴드 중에 밀레니즈 루프의 인기가 꾸준히 높은 것도 이런 장점들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메탈 밴드 중 링크 브레이슬릿에 비해 저렴한 것도 있겠죠.
AOD 비교
많은 분들이 애플 워치 시리즈 5부터 추가된 AOD에 대해 애플 워치 역사 중 가장 크고 중요한 변화라는 평을 할만큼 선호도가 높습니다. 생각해보면 손목에서 늘 시간을 표시하는 것이 시계의 기본 덕목이니 AOD는 애플 워치가 시계에 보다 가까워진 계기로 꼽을 수도 있겠네요. 사용 전에는 AOD에 대해 큰 욕심이 없었지만 며칠 사용해보니 역시 좋습니다. 화면이 꺼진 애플 워치는 손목에 두른 팔찌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제 좀 시계 같아요.
아래는 화면 켜짐 상태와 AOD 상태를 비교한 것입니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AOD 상태에서는 배경이 검은색으로 바뀌고 초침이 사라지는 등의 변화가 있습니다. 저는 검은색 배경을 사용하고 있어서 밝기와 초침의 유무 외에는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 시/분침의 모양 역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바뀌는 것도 차이점이네요. AOD 화면이 생각보다 밝아서 주광에서도 그럭저럭 잘 보입니다.
줄질의 시작
애플 워치는 어떤 아날로그 시계보다도 줄질의 재미가 있는 그리고 용도에 따라 다른 줄질을 강요당하는 시계입니다. 저도 벌써 애플 워치 구매와 동시에 운동용 스포츠 밴드와 캐주얼한 차림에 쓸 레더 루프, 스포츠 루프 등을 구매했고 추가로 가죽 스트랩을 결제한 상태입니다. 모으고 나면 순식간에 6-7개가 될테니 스트랩 2-3개로 돌려 쓰는 기존 시계들한테 미안해 질 지경이죠.
위는 레더루프 브라운 컬러와의 조합입니다. 천연 가죽 소재에 밀레니즈 루프와 같은 마그네틱 체결 방식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최근에는 레더 링크가 나왔던데 저는 레더 루프쪽이 더 낫더라고요.
골드 스테인리스 모델이 실버 스테인리스에 비해 줄질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색상이 어울리고 그린-골드, 퍼플-골드같은 취향 저격 컬러 조합이 있어서 재미는 이쪽이 더 있습니다. 브라운 가죽 밴드와의 조합은 뭐 기본이죠. 추가로 주문한 가죽 스트랩은 블랙 컬러인데 블랙-골드 조합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밴드는 밝은 그린색을 구매했습니다. 2천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운동, 수면용 전천후 밴드를 구매할 수 있으니 줄질에 빠질만 합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애플 워치 스트랩 구경하느라 하루를 꼬박 보냈어요. 그린과 골드 컬러의 어울림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죠.
앞으로 여러 밴드를 사용해보며 괜찮은 조합은 이렇게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구매 전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손목에 올리고 나니 왜 진작 안 샀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감이 높습니다. 아마 처음 계획대로 알루미늄 모델을 구매했다면 이만한 만족감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두고두고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