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떨어지고 없지만, 계절마저 지나가 잊혀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언제나처럼 2021년 벚꽃 시즌도 참 짧고 화려했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개화일이 가장 빨랐지만 코로나 19 방역 조치 때문에 전국 벚꽃 명소가 폐쇄돼 아쉬움이 컸죠. 하지만 고개를 돌리니 집 근처 공원에, 출퇴근길 작은 골목에 벚나무가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봄이기도 했습니다. 일년에 길어야 보름이나 겨우 볼 수 있는 꽃인데, 그 시간을 위해 곳곳에 나무를 심어 둔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전국적으로 벚꽃이 만발한 3월 말 저는 부산에 있었습니다. 일주일간 부산에 머물며 곳곳에서 벚꽃 풍경을 즐겼습니다.
소박하게나마 벚꽃 놀이를 즐겼던 장소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년 봄을 기약하면서.
센텀시티, APEC나루공원
부산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며 센텀시티를 흐르는 수영강 양쪽으로 조성된 공원과 산책로에 가득한 벚꽃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그래서 하루 날을 잡아 센텀시티쪽을 찾아 갔어요. 점심 때쯤 찾아가니 사람이 많지 않고 마침 날도 화창해 풍경이 매우 근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APEC나루공원보다는 강 건너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벚나무길이 더 좋았습니다.
바로 옆이 아파트 단지라 낭만은 좀 떨어져도 잘 조성된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봄바람을 맞고 떨어지는 꽃잎 하나하나에 눈 맞추는 즐거움이 있었거든요.
강을 넘어가기 전, APEC나루공원에서 담은 풍경 중 하나. 짧지만 봄꽃으로 가득한 길을 자전거 타고 지나는 모습이 낭만적이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가득 물든 벚꽃 풍경. 절정을 지난 꽃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져 흩날렸고, 그 모습에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강물 위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꽃잎들을 바라보는 여유도 잊을 수 없고요. 어찌보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강변 산책로의 산책길 풍경이지만 이런 소소한 감동을 놓치지 않고 즐기고 담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니 2020년 벚꽃 시즌은 그냥 지나쳐 버렸거든요.
달맞이길
가면 크게 별 건 없는데도, 부산 그리고 해운대쪽에 올 때면 빠짐없이 찾게 되는 곳입니다.
운이 없어서인지 그간 벚꽃 시즌에 달맞이길을 가 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많았고요. 저는 청사포부터 달맞이길을 따라 해운대로 내려왔는데, 첫 오르막은 좀 벅차긴 해도 이후엔 여유롭게 걸어 내려오며 꽃과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이곳만의 풍경이 괜찮았습니다.
달맞이길은 정말 고개 위 나무들이 모두 벚나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분홍 빛이 가득했습니다.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오후 햇살에 바닥마저 분홍빛으로 물들 정도로요. 달맞이길이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벚꽃 명소라는 말을 이번에 실감했습니다. 청사포를 따라 바다까지 이어지는 방향이 맘에 들더군요.
다만 이 길은 사람보다는 차가 우선이라 산책보다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산책로는 너무 좁고 사람은 너무 몰려서 사람 머리가 시야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 같았어요.
내년 봄에도 부산에 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드라이브로 별 다른 목적지 없이 이 고개를 몇 번 오르내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차가 너무 막혀서 지칠 것 같네요.
이 날 가장 좋았던 장소는 고개 위에 있는 전통찻집 비비비당에서 내려다 본 청사포 풍경이었습니다.
흐드러진 벚나무와 파란 바다, 낭만적인 등대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았던 곳입니다.
동백역 앞 아파트 단지
이곳은 알려진 벚꽃 명소는 아니지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개인적인 벚꽃 명소였습니다.
숙소가 있는 동백역 버스정류장에 내려 걸어 들어오는 길,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를 가득 채운 밤 벚꽃 풍경에 이끌려 들어갔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뒤로 펼쳐진 풍경에 시간을 잊고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찾아보니 대우 마리나 아파트 단지더군요.
이날이 아마도 2021년 벚꽃 시즌의 절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나무마다, 길 가득 꽃잎이 가득해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평소엔 눈길을 주지 않던 가로등 등불마저 횡단보도와 꽃잎을 멋진 실루엣으로 그리고 있었고요.
많은 곳을 다니진 않았지만 부산엔 서울보다 벚나무가 더 많은 것 같았어요.
전국적인 명소는 아니었지만 짧은 여행 중간중간 여러 곳에서 2021년 벚꽃 축제를 작게나마 즐겼습니다.
내년엔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걱정없이 봄꽃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