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라이카 M 시스템으로 복귀하면서 렌즈 구성을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업으로 통일했습니다. 21-35-50mm 초점거리의 나름 촘촘한 구성이라 색다른 35mm 렌즈가 아니면 아마도 당분간 추가 영입은 없을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중 50mm 렌즈인 녹턴 빈티지 50mm F1.5 asph II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와 소감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50mm 렌즈를 즐겨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눈처럼 익숙해진 35mm 렌즈보다 프레임이 좁아서 답답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도 종종 50mm 렌즈 특유의 함축적인 구도와 심도 표현이 필요할 때가 있어 35mm 다음으로 구비하는 렌즈인데, 이번엔 녹턴을 사용하게 됐네요. 보이그랜더 빈티지 렌즈들이 그렇듯 크기와 무게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F1.5의 밝은 개방 조리개 값을 가지면서도 휴대성이 뛰어나거든요. 물론 저는 그 중 디자인이 좀 더 좋은 니켈 버전을 구매해서 무게의 장점은 그리 누리지 못하지만.
이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등에 대한 소개는 지난 포스팅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녹턴 50mm '첫 롤'
첫 롤이라는 말이 디자털에선 영 어색하지만 첫 촬영보다 좀 더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서요. 지난 주말은 M10-D에 녹턴 50mm F1.5를 물리고 인사동-삼청동-북촌을 산책하고 왔습니다. 여행 때 21mm / 35mm 렌즈를 실컷 사용해서 다른 렌즈를 사용하고 싶기도 했고, 만개한 봄꽃 담기에 50mm가 좀 더 좋은 선택일 것 같아서요.
녹턴 특유의 부드러운 묘사
보이그랜더 녹턴 렌즈들은 울트론이나 최신 APO 렌즈처럼 샤프하진 않지만 부드럽고 맑은 이미지 톤을 가진 렌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날 찍은 이미지들을 넘겨 보니 지난 부산 여행에서 찍은 울트론 35mm f2 렌즈의 그것과 비교하게 됐습니다. 환경의 차이도 있겠지만 확실히 녹턴의 이미지가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있더군요. 채도와 대비 역시 조금 더 낮은 느낌인데, 이건 제가 S.C(싱글 코팅) 버전을 사용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들은 보정 없이 약간의 노출 보정이나 수평 조절 등만 거쳤습니다. 이 날 촬영한 사진들은 전반적으로 맑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마치 이전에 사용했던 라이카 Summilux 50mm F1.4 asph 렌즈의 결과물을 보는 것처럼요.
F1.5의 심도 표현
21/35mm 렌즈를 주로 사용해서 간과했던 것이, 50mm 렌즈의 F1.5 최대 개방 촬영은 생각보다도 훨씬 얕은 심도 표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위 사진이 F1.5 최대 개방 촬영으로 인물과 배경의 분리, 포커스 영역의 표현력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케는 차후 다양하게 테스트 해 보겠지만 별다른 특색 없는 현행 렌즈의 그것으로 보이며, 해상력 역시 현행다운 성능이라 녹턴이란 이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부드럽고 어찌 보면 모던한 현행 렌즈 특유의 톤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올드 렌즈 마니아들에게는 특색 없이 평이한 표현력이지만 2차로 이미지 편집을 거치는 저는 이런 뉴트럴한 쪽이 좋습니다.
이날 촬영한 F1.5 최대 개방 촬영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해상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최대 개방 촬영 이미지를 확대 비교해보았습니다.
해상력이 크게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울트론처럼 샤프하지는 않습니다. 이미지 보정 작업을 할 때 울트론 렌즈의 결과물은 샤프니스 값을 마니어스로 할 때가 많을 정도로 선명했지만 녹턴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마지막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주변부까지 묘사력이 유지되는 것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물론 개방 촬영의 비네팅이 다소 있습니다. 이건 사실 크기와 무게를 생각했을 때 어쩔 수 없는 한계겠죠.
아래는 F4-F8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현행 렌즈답게 조리개 값을 F4 이상으로 높이면 나무랄 데 없는 해상력을 보여줍니다. 테스트 환경이 2400만 화소라 보다 높은 화소의 카메라에서는 어떤 결과를 보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중심부와 주변부 화질의 차이가 적은 것도 이 렌즈의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비네팅 역시 F4 이상의 조리개 값에선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감소합니다. 이건 차후에 좀 더 테스트를 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촬영 소감은 여기까지입니다. 집에 돌아와 몇 장의 사진을 넘겨 본 뒤 저는 이 렌즈가 앞으로 가장 좋아하는 렌즈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35mm 프레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맑고 부드러운 표현이 M10 시리즈의 뉴트럴한 이미지와 잘 어울리거든요. 마치 50mm Summilux가 그런 것처럼.
비상시(?)에만 사용할 요량으로 구매한 렌즈인데, 제대로 사용해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