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오랜만에 부산에 내려갔습니다. 삼년 만의 여행에 제가 좋아하는 부산의 장소, 공간들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기대가 됐죠. 특히 지난 여행에서 본 해운대 해변 풍경이 기억에 남아서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해운대로 향했습니다. 숙소도 해운대 근처로 정했고요.
하지만 제가 본 풍경은 온통 노란색인 탁한 바다였습니다. 이 날 부산에는 11년만의 황사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200만 돼도 외출 자제 권고가 내려지는 미세 먼지 농도가 이 날 1000 가까이 올라갔으니 정말 살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노란색 필터를 렌즈 앞에 끼운 듯, 노란 셀로판지를 눈 앞에 댄 듯 노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때문에 바다도 잿빛에 가까이 보였고요. 해변을 걷고 있으니 코 주위로 모래 냄새가 맴돌고 곧 눈알이 뻐근하더라고요. 기대했던 바다 여행이었는데, 이대로면 닷새 내내 숙소와 실내에만 있어야 할 것 같아 걱정이 됐습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연말연시에 맞춰 준비했던 해운대 빛 축제는 설치만 된 채로 겨울을 다 보냈고 슬슬 옷에 땀이 배기 시작하는 4월 무렵이 돼서야 소득 없이 철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과 손짓에서 허탈함과 씁쓸함 같은 감정들이 보이는 것만 같았어요.
적은 수의 사람만 간간히 거니는 모래사장은 비둘기와 갈매기들이 대붑분 차지했습니다. 제가 해운대를 찾은 여러 날 중 이날이 가장 쓸쓸해 보였어요. 그리고 미세 먼지가 얼마나 심했던지, 해변에서 카메라 렌즈를 갈아 끼우다가 이미지 센서에 먼지가 가득 내려 앉아서 내내 신경이 쓰였습니다.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날씨였어요.
그렇게 이,삼십 분 아쉬움 가득한 맘으로 바다를 둘러보다가 풍경도 공기도 버거워 근처 카페를 찾았습니다.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도 소리는 평소처럼 시원하게 울리더라고요. 날씨가 여행 그리고 여행자의 마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며 봄날의 부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부터 황사와 미세먼지가 물러가고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