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해외 여행을 갈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간간히 국내 여행지의 매력을 느끼며 달래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수는 지난해 12월 초겨울에 다녀왔는데, 직후 코로나 3차 유행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마지막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숨통을 틔울 수 있었던 여행. 다시 봄이 오면 조금씩 다닐 수 있겠죠.
오늘 포스팅에서 소개할 곳은 여수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식당입니다. 얼마나 좋았던지 이틀 연속으로 방문했어요. 저는 겨울에 여수 오면 삼치회를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 저곳을 검색해 알게 됐는데, 평일에도 두 시간씩 대기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식당이더군요.
상호명은 조일식당. 여수 시청 문수 청사 근처에 있습니다. 많이들 찾으시는 구항구 근처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 다녀왔어요. 버스로도 갈 수 있으니 찾아가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진 곳인데, 얼마 전 방송에 나와 여행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해요.
내부는 동네의 흔한 낡은 횟집 분위기입니다. 좁지 않은 실내에 테이블이 좁게 배치돼 있고, 테이블 위에 비닐을 겹겹이 씌워놓은 모양이 정겹습니다. 오후 다섯 시에 오픈하는데, 첫 날 일곱시쯤 갔더니 아슬아슬하게 한 자리가 남아 있어서 다음날엔 오픈 시간에 맞춰 갔습니다. 자리가 차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더라고요.
가게 첫인상이 좋았던 것이, 사장님이 친절하게 맞아주시면서 주문부터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마치 지인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가게처럼 살갑게 반겨 주셨습니다. 여기는 때마다 제철 선어회를 판매하는데, 제가 간 시즌은 대표 메뉴인 삼치회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인원수에 맞게 선어회를 주문하면 됩니다.
그렇게 차려진 남도 한 상. 두툼하게 썬 삼치회와 병어가 함께 나왔습니다. 4만원짜리 작은 사이즈인데 두 명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어요. 여수다보니 당연히 갓김치가 나오고 그 외에도 굴과 김치, 콩나물국, 깻잎, 고등어 조림 등의 반찬들 그리고 고구마같은 주전부리도 나오는 푸짐한 한 상이었어요. 특히 곁다리로 나오는 고등어 조림 맛이 좋아서 못 참고 공기밥을 주문했습니다.
구이로만 먹었던 삼치를 회로 먹으면 어떤 맛일까, 활어회와 선어회는 또 어떤 차이일까. 상차림을 보고 기대감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사장님이 자리에서 맛있게 먹는 법을 직접 설명해 주셨습니다.
양념을 만드는 방법, 김에 삼치회와 갓김치, 양념, 초생강을 올려 한 입에 싸 먹는 방법 등. 거기에 공기밥을 주문하니 초밥 만들어 먹는 방법까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위 사진은 다음날 방문햇을 때 찍은 것입니다. 첫 날 사장님 설명대로 한 점 먹고 나니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정신없이 식사했거든요. 반찬들과 다양하게 조합해 먹는 즐거움이 대단했습니다. 거기에 여수 특산물인 갓김치의 알싸한 맛까지. 김치도 쌈장도 맛이 강해서 생선회와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삼치회는 그렇게 먹는 거랍니다.
기대했던 삼치회. 그간 먹었던 다른 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폭신한 식감이 잘 삶은 고기를 씹는 것 같았습니다. 담백하게 입 안에서 퍼지며 녹아내리는 맛이 다른 생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더라고요. 왜들 그렇게 이 계절을 기다려 삼치회를 먹는지 한 점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사장님 말씀처럼 이 주에 한 번씩 온 가족이 인천에서 차를 타고 내려올 만 하다 싶었고요. 활어회가 생선살 고유의 맛과 식감을 즐기기 위해 곁가지를 최소화한다면, 삼치 선어회는 식감이 좋고 기름이 오른 생선살을 맛깔나는 반찬과 함께 푸짐하게 먹는 메뉴였습니다.
공기밥을 추가하면 이렇게 회 한점과 고추냉이, 초생강을 김에 싸 초밥으로 먹는데 이것도 입에서 녹아내리는 맛이 일품입니다. 배도 든든히 부르고요. 작은 사이즈의 선어회를 두 명이 넘으면 배가 잔뜩 부르기보단 적당히 기분 좋은 정도의 양인데 이렇게 밥을 추가해 반찬과 함께 먹으면 만족스럽죠.
거기에 먹다 보면 이런저런 곁가지를 함께 내어 주십니다. 첫날은 생선 머리구이를 받았고, 둘째 날은 생선 껍질을 익힌 샤브샤브가 나왔습니다. 제가 술을 좋아했다면 이걸로 소주 한 병은 더 마셨을 것 같아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삼치회와 함께 한 병은 너끈히 마셨으니까요.
두 번째 방문때는 새우 튀김도 주문했습니다. 커다란 새우를 펴서 튀긴 새우 튀김에 쑥갓과 채소 튀김들이 곁들여지는데, 이 메뉴 역시 푸짐하긴 했지만 맛은 선어회보다는 못했어요.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할 때 회와 함께 먹을 사이드 메뉴로 좋겠습니다.
여행 둘째날 저녁에 방문한 후 맛이며 분위기며 모두 마음에 들어서 다음날 오픈 시간에 맞춰 다시 방문했습니다. 이틀간 저녁 식사를 모두 이곳에서 먹은 것이죠. 사장님도 이틀 연속 오는 손님은 흔치 않다며 기억해 주셨고요. 사실 다른 여러 곳을 방문한 뒤 괜찮은 여수 선어회 집을 추천해야 좋겠지만 저는 이곳만으로도 충분했어요. 가격도 여행지에서의 만찬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겨울 지나면 삼치회 철이 지난다니, 문득 겨울 가는 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