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부착식 자석 필터 겐코 PRO1D+ 시리즈. 생소한 자석 필터의 원리와 라인업 소개, 사용 방법 등을 설명한 지난 포스팅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선 직접 사용해 본 자석 필터의 장단점 그리고 예제 등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 포스팅을 통해 겐코 PRO1D+ 자석 필터를 처음 접하시는 분을 위해 지난 포스팅을 아래 링크합니다. 특징과 라인업, 사용법 등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겐코 PRO1D+ 자석 필터 시리즈는 현재 UV L41 필터와 C-PL 필터, 그리고 ND 필터 이렇게 3종이 출시돼 있습니다. 그 중 주로 렌즈 보호용으로 사용하는 UV L41필터를 제외한 두 필터의 활용도와 성능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첫 번째로 ND 필터를 소개하고, 예제를 곁들여 소감을 적어 보겠습니다.
겐코 PRO1D+의 NDX3-450+C-PL 필터는 ND3-450, 약 1.5-9 스탑에 해당하는 감광 수치를 갖는 제품으로 주간에 밝은 개방 촬영을 이용하거나 긴 노출시간을 확보하고자 할 때 유용합니다. 두 장의 렌즈가 겹쳐있는 형태로 프레임을 돌려가며 투과율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거기에 피사체에 반사되는 빛을 조절하는 편광 필터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사이즈는 49/52/55/58/62/67/72/77/82mm로 대부분의 DSLR과 미러리스용 렌즈와 호환 가능할만큼 다양합니다.
사진은 보이그랜더 NOKTON 35mm F1.2 Aspherical II 렌즈에 52mm 필터를 장착한 것입니다. PRO1D+ 자석 필터의 기본적인 사용법에 맞춰 필터 어댑터를 렌즈 나사선에 결합한 뒤 자석으로 부착했습니다. 자성이 강해 단단하게 고정되며 촬영 중 떨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렌즈가 바닥쪽을 향하게 카메라를 들고 이동하거나, 어깨에 걸어 휴대할 때도 필터가 분리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 자석 부착식의 특성상 처음엔 어댑터 홈에 정확하게 끼우지 못하고 약간씩 어긋나 결합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물론 오래지 않아 적응했습니다.
보이그랜더 VM 렌즈 중 49mm 미만 필터 규격을 가진 렌즈들은 스텝업링을 사용해 하나의 필터를 여러 렌즈에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 렌즈는 빈티지 라인 광각 렌즈인 Color-Skopar 21mm f/3.5 Aspherical입니다. 39-52mm 스텝업 링을 사용해 52mm 필터를 사용했고요. 사진 속 필터는 C-PL 필터지만 ND 필터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결합 가능합니다. 이렇게 여러 렌즈에 사용하고자 할 때는 필터 규격이 가장 큰 렌즈를 기준으로 구매하는 것이 좋겠죠.
결합에서 독특한 자석 부착 방식이 사용될 뿐 기본적인 사용 방법은 일반적인 가변 ND 필터와 같습니다.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져 있는 형태로 프레임을 돌려 수치를 조절하게 됩니다. 아랫쪽 메인 프레임의 화살표에 맞춰 위쪽 프레임을 돌리면 Min 값부터 Max 값까지 수치가 적용되는 방식. 효과는 뷰파인더 또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즉시 반영됩니다.
제가 사용하는 라이카 M10-D는 화면이 없는 독특한 형태의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그래서 Wi-Fi를 이용한 스마트폰 리모트 촬영으로 ND 필터의 값을 조절해 가며 사용했습니다. 위 사진은 필터 프레임을 돌리며 그에 따라 노출값이 변하는 장면입니다. 최대 약 9스텝의 감광 효과가 있어서 대낮에도 꽤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석 부착식의 특징으로, 프레임이 나사식처럼 고정되지 않고 전체가 돌아가는 단점이 있습니다. 필터 전체가 돌아가기 때문에 아랫쪽 메인 프레임을 고정시키는 것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기본 구성품으로 노브(knob)가 제공됩니다. 프레임의 홈에 결합하면 조작이 한결 쉬워집니다.
밝은 야외에서의 F1.2 개방 촬영
ND필터의 활용법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밝은 야외에서의 조리개 개방 촬영을 들 수 있습니다. 인물이나 정물 촬영 또는 주제를 부각시키고자 할 때 낮은 조리개 값으로 얕은 심도의 사진을 촬영할 때가 많은데, 밝은 낮 그리고 야외 촬영에서는 노출 과다 때문에 조리개 값을 낮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 ND 필터를 사용해 렌즈로 입사하는 빛을 줄일 수 있죠. 위 이미지는 하루 중 가장 밝은 정오 즈음, F1.2의 밝은 조리개 값을 사용해 촬영한 것입니다. 그늘 없이 밝은 풍경이라 1/4000초에서도 노출 과다가 발생했지만, ND 필터를 사용해 적정 노출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동일한 조리개 값, 셔터 속도에서 촬영한 두 장의 이미지입니다. 왼쪽은 필터 없이, 오른쪽은 PRO1D+ NDX3-450+C-PL 필터를 사용해 촬영했습니다.
다가오는, 아니 이미 다가 온 봄 출사에서 다양한 꽃 사진을 촬영하게 될텐데 비싼 대구경 렌즈를 큰 맘 먹고 장만했지만 노출 과다 때문에 F1.2 / F1.4 개방 촬영을 할 수 없으면 아쉽잖아요. 화창한 날씨가 오히려 원망스럽잖아요. 이럴 때 적절한 ND 필터를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동일한 노출 기준으로 일반 촬영과 ND 필터를 사용했을 때 심도를 얼마나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지 이미지를 통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셔터 속도는 1/1500초로 동일하며 조리개 값은 ND 필터를 사용했을 때 F1.4, 필터 없이 촬영했을 때 F4 입니다. 이에 따라 배경 흐림 정도가 차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PL 효과를 겸하는 필터의 특성 때문에 WB 역시 차이가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ND 3-450
겐코 PRO1D+ NDX3-450+C-PL 필터는 ND3부터 ND450까지의 값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 ND 필터입니다. 최대 약 9스텝의 감광 효과로 ND1000 이상의 고급 필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적인 촬영에는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없는 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ND 필터의 값을 바꿔가며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적정 노출의 사진과 비교하면 최대 수치를 적용한 사진은 암흑에 가까울 정도로 어둡게 찍혔습니다.
주간 장노출 촬영
빛의 양을 줄여주는 ND 필터의 중요한 활용에 장노출 촬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긴 셔터 속도 확보가 가능해 빛의 궤적이나 수면 등을 드라마틱하게 담을 수 있는 장점입니다. 야간 촬영보다 빛의 양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주간에는 조리개 값을 최대로 설정하고 ISO 감도를 확장 최저 감도까지 낮춰도 셔터 속도를 1초 이상 설정하는 게 어렵지만, ND 필터로 빛의 양을 줄이면 훨씬 긴 셔터 시간을 확보할 수 있죠. 장노출 촬영을 좋아하는 제가 ND 필터를 기대한 이유입니다.
위 사진은 화창한 봄 날 오후, 물에 비친 풍경을 16초간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물에 비친 반영이 선명해져서 일반 촬영보다 예쁜 이미지가 됐습니다.
동일한 환경에서 일반 촬영과 ND 필터를 사용한 결과물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필터 없이 촬영한 사진. 밝은 오후 시간이라 조리개 값은 가장 높은 F22, 셔터 속도는 1/125초, ISO 감도는 100으로 설정했습니다. 일반적인 풍경 사진입니다.
여기에 겐코 PRO1D+ NDX3-450+C-PL 필터를 사용해 동일한 환경에서 셔터 속도를 4초까지 늘렸습니다. 물 표면이 매끈하게 표현되고 반영 역시 선명해져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좀 더 보기 좋아졌습니다.
여기에 ND 수치를 최대로 설정해 셔터 속도를 12초까지 늘려 보았습니다. 표면은 더 매끈해졌고 흔히 생각하는 장노출 이미지와 비슷해졌습니다. 야경뿐 아니라 밝은 낮에도 장노출 촬영을 이용해 좀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예가 될까요? 다만 ND 필터 최대 값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프레임이 기준보다 조금 더 돌아가 오른쪽 모서리가 검게 촬영됐습니다. 가변 ND 필터를 사용할 때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C-PL
겐코 PRO1D+ NDX3-450+C-PL 필터는 이름처럼 ND 필터와 C-PL 필터의 효과를 겸하고 있습니다. 비금속 표면의 빛 반사를 조절하는 편광 필터의 효과 덕분에 풍경 사진을 찍을 때 하늘이나 반영을 좀 더 선명하게 찍을 수 있고, 유리나 물 표면의 반사도 일부 제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용으로 나온 C-PL 필터보다 그 효과나 설정의 자유도는 떨어지겠지만 필터 하나로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 되겠네요.
장노출 이미지를 보면 물 표면의 난반사를 줄여 반사된 풍경이 깔끔하게 담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일한 설정이지만 표면 반사를 달리한 아래 이미지를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C-PL의 효과는 보는 이에 따라 미미하게 느낄 수 있지만, 풍경 사진 등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디테일이 됩니다.
간편한 부착, 다양한 효과, 충실한 성능
겐코 PRO1D+ NDX3-450+C-PL 필터는 평소 ND 필터를 좋아하지만 번거로움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제게 좋은 제품입니다. 자석 부착식으로 원할 때만 간편하게 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야외에서 최대 개방 촬영을 진행할 때 노출 과다가 발생하면 ND 필터에 손이 가다가도 번거로움 때문에 조리개 값을 타협하거나 후보정을 염두하고 촬영하곤 했는데, 부착이 간편하니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더군요. 장노출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의 필터로 최대 9스탑의 ND 필터 효과와 편광 필터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는 실속도 마음에 들었고요. 제 경우엔 인물이나 정물 촬영보단 원거리 풍경 촬영에서 ND 필터의 사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편광 필터를 추가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최대 ND450, 약 9스탑의 수치도 제 용도에선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1000 이상의 높은 최대 값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만큼 표현의 폭이 넓어지겠지만 그만큼 가격 역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값이 합리적이라고 느겨집니다. 물론 차후에 좀 더 다양한 종류의 ND 필터가 출시돼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단점을 꼽으면 자석 부착 방식 특성상 필터를 돌릴 때 프레임 전체가 돌아가기 때문에 양 손을 모두 써야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브를 기본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나사식 필터보다 불편한 건 여전합니다. 그 외에는 기본적인 ND 필터의 성능에 충실하면서 결합/분리가 간편한 제품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또다른 자석 필터, 겐코 PRO1D+ C-PL 필터의 장단점과 후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썬포토(주)로부터 제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