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큰 변화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납니다. 영상 작업을 병행하기 위해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와 각종 영상 장비로 꾸렸던 시스템을 모두 처분하고 오로지 사진 촬영만 가능한 수동 카메라 한 대로 다시 회귀한 것도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2년만에 다시 라이카 카메라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첫 번째 디지털 M 시리즈 M8부터 M9, M, M-P까지 디지털 M 시리즈를 차근차근 경험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Q,X 시리즈까지 맛을 봤죠. 늘어놓고 보니 십 년 넘는 기간동안 부지런히 경험했다 싶습니다. 다시 복귀할 일 없을 것 같았던 라이카 M 시리즈로의 복귀는 예전 사진을 넘겨보던 중 '그때처럼 설레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선택은 당연히 새로운 M 시리즈였고요. 평소 호기심을 갖고 있던 M 모노크롬 시리즈와 M10 모델 사이에서 고민하다 M10을 구매했습니다.
포스팅을 위해 지난 글을 훑어보니 2017년 M10 출시에 맞춰 내용을 정리해 둔 것이 있더군요. 이미 4년이나 된 구형 기종이지만 여전히 최신 넘버링이기도 하고, M 시리즈에서 신/구형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아래에 링크해 둡니다. 저처럼 M10 영입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LEICA M10 (typ 3656)
디지털 RF 카메라
2400만 화소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 (36 x 24 mm)
ISO 100 - 50000
1/4000 - 125 초
초당 5매 연속 촬영
Wi-Fi 무선 통신
동영상 촬영 불가
3인치 104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1300mAh 배터리 BP-SCL5
139 x 38.5 x 80 mm
660 g
라이카 M10의 주요 사양입니다. 사실 이것 외의 사양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만큼 기능 없는 카메라입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한 줄 한 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카메라만의 가치가 분명 있기에 여전히 건재한 것이겠죠. 카메라도 렌즈도 요즘들어 전보다 더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을 보면 말이죠.
이전 시리즈에 해당하는 M-P Typ240과 비교해도 사양의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화소가 2400만으로 동일하고 연속 촬영 성능의 차이도 미미합니다. 동영상 촬영 기능은 아예 삭제돼 버렸고 배터리 용량도 적어졌습니다. 눈여겨 볼 것이라면 ISO 감도 지원과 높은 ISO 감도에서의 결과물 향상, Wi-Fi 무선 통신 기능 정도입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기백만원을 더 주고 M10을 구매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군요. 뭐, 앞으로 차차 확인하면 되죠.
색상은 역시나 전통적인 실버, 블랙입니다. 둘 다 크롬으로 마감했습니다. 블랙 페인트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도, 아니 그래서인지 요즘 라이카는 블랙 페인트 모델에 전보다 더 인색한 느낌입니다. M10-P 모델도 역시 블랙 크롬 피니시인 것을 보면 말이죠. - 이러다 또 에디션으로 발매하겠죠?-
라이카 M10은 2017년 출시돼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이쪽 시장에선 상당히 구형 기종입니다. 캐논의 DSLR 카메라 EOS 5D Mark IV와 비슷한 시기고 첫 번째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이 출시되기도 훨씬 전 이야기입니다. 홈 버튼이 없는 아이폰이 나오기도 전이니 꽤나 오래된 얘기죠. 이는 기존 라이카 M 시리즈 출시 주기를 감안해도 긴 편인데 대신 다양한 파생 모델을 통해 현재까지도 최신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로페셔널 버전인 M10-P를 포함해 4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M10-R, 모노크롬 모델인 M10-Monochrom, LCD 디스플레이를 삭제한 M10-D 등이 있습니다.
그 중 제가 구매한 모델은 기본 M10 실버 모델입니다. 앞서 소개한 파생 모델들은 그만큼 가격도 비싸서 개중에 저렴한(?) M10을 선택했습니다. 외형과 인터페이스 등의 차이가 있지만 M10-R을 제외하면 결과물은 동일하니까요.
M10의 패키지. M 시리즈를 사용한 지 십 년이 넘은 것 같은데 M 시리즈의 패키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고급스러운 패키지 구성도 여전합니다. 물론 가격 생각하면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지만.
구성은 카메라가 들어있는 상자와 보증서/매뉴얼이 든 상자 그리고 충전기와 스트랩 등의 액세서리가 있는 상자 셋입니다.
저는 중고로 구매해서 새 상자를 여는 즐거움은 덜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소곳이 상자에 든 모습을 보면 가슴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실버와 블랙, 라이카 유저라면 늘 하는 고민이죠. 이번엔 블랙 모델이 1순위였습니다만 막상 실버를 보니 제 취향은 이쪽이다 싶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7년 전 M typ240 모델과 거의 같습니다.
액세서리는 파우치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 스트랩은 검정색으로 생각보다 품질이 좋아서 별도 스트랩을 구매하기 전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라이카 M10의 디자인은 디지털보다 필름이 익숙했던 시절, '카메라'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모양과 같습니다. 요즘은 까만색의 울퉁불퉁한 모양의 카메라가 더 흔해서 이 모양이 매력이자 장점이 됐지만요. 실버 컬러의 상/하판에 검정색 가죽을 두르고 빨간색 브랜드 로고를 두른 간결한 디자인. 저 로고에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열광하고 있죠.
후면 디자인 역시 기존 M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작에 비해 버튼의 수를 줄이고 크기를 키운 것이 그나마 보이는 차이. 동영상이 삭제되고 ISO 전용 다이얼이 생기는 등 사양과 인터페이스 변화에 따라 후면 버튼 배치 역시 바뀌었습니다. 라이브 뷰/재생/메뉴 이렇게 셋으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합니다. 달리 말해 할 게 없고요.
M10의 변화 그리고 매력은 이 사진에 모여 있습니다. 기존 M 시리즈보다 확연히 얇아진 두께를 가장 큰 변화로 꼽고 싶어요. 저를 포함한 디지털 M 시리즈 사용자들이 M10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기도 하고요. 전작 M Typ240 시리즈가 외형의 완성도는 높지만 필름 카메라 대비 두께가 두꺼워 아름다움이 반감된 것과 달리 M10은 필름 시리즈 수준으로 두께를 줄였습니다.
얇아진 두께 덕분에 카메라가 좀 더 세련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손에 쥐었을 때 좀 더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들고요. M Typ240 모델의 두께와 그립이 늘 아쉬웠던 저는 M10의 이 변화가 무척 반갑습니다.
ISO 감도 조절 다이얼을 상단에 배치해 메뉴 조작 없이 바로 변경할 수 있게 한 점은 사용자들이 무척이나 반기는 변화입니다. 이제 조리개 값과 셔터 속도, ISO 감도를 모두 외부 조작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됐죠.
얇은 두께를 실현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줄인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1800mAh에서 1300mAh로 약 30%가 줄어 배터리 성능이 유의미하게 하락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기존 M Typ240의 배터리 성능이 워낙에 좋았던 것이지 M10 배터리도 그리 부족한 느낌은 아니지만, 제 사용 환경에서는 추가 배터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 아쉽습니다.
새롭게 M10을 들이면서 렌즈는 35mm와 50mm 렌즈 하나씩을 구비했습니다. 기존에는 라이카 렌즈를 사용했지만 이번엔 보이그랜더의 빈티지 렌즈 시리즈의 외형과 가격이 마음에 들어서 통일했어요. 특히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는 크기와 무게, 후드를 포함한 디자인 그리고 성능과 가격까지 모두 마음에 듭니다. 카메라보다 먼저 구매했을 정도로요.
앞으로 M10과 함께 보이그랜더 빈티지 렌즈 시리즈에 대한 포스팅도 남겨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라이카 M 카메라를 손에 쥐고 거리를 걸으니 신기하게도 그때의 제 모습이 겹쳐집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처럼 거리를 걷는 것이 설레고, 이곳저곳 여행을 떠나고 싶고,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카메라를 포토그래피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진에 대한 즐거움 나아가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면 분명한 의미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시 M 시스템을 선택하게 된 것이고요.
앞으로 M10과 함께하며 사진과 일상, 여행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