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레트로 트렌드가 확실히 자리 잡았습니다. 제 주된 관심사가 그쪽이라 그런지 몰라도 패션이나 시계 쪽에선 과거의 스타일을 재해석한 출시가 부쩍 많아졌고,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과거 제품들의 클래식 스타일에 현행 기술을 적용하는 복각 제품들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옛날이 좋았어'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과 낭만이 분명 있는 거겠죠.
그 자체로 헤리티지인 라이카 M 시리즈에 굳이 '복각'이란 말을 붙일 것이 있겠냐만, 과거 제품의 디자인을 재현한 현행 제품의 출시 소식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M10과 함께 출시한 Summaron 28mm F5.6 렌즈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보이더니, 올해는 전설의 Noctilux 50mm F1.2 렌즈를 한정 수량으로 발매한다죠. 특히 실버 모델은 이미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래서야 복각의 의미가 있나-
라이카뿐 아니라 대표적인 M 마운트 렌즈 제조사 보이그랜더에서도 빈티지 라인이란 이름으로 클래식한 디자인의 렌즈를 출시했습니다. 곡선 위주의 실루엣과 블랙/실버 투 톤 컬러가 현행 렌즈같지 않은 외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 렌즈의 모양과 크기, 무게 그리고 가격까지 모두 마음에 들어 구매했습니다. 특히 후드를 결합한 모습이 정말 예쁩니다. 21mm F3.5 초광각 렌즈와 35mm F2 렌즈가 발매됐는데 저는 가장 좋아하는 35mm 초점거리의 울트론 렌즈를 구매했습니다.
대략적인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ULTRON Vintage Line 35mm F2 Aspherical
5군 8매 구성
35mm 초점거리
F2 - F16
58cm 최단 촬영
10매 조리개
39mm 필터 구경
52 x 28.1 mm
170 g
35mm 거리와 F2 조리개, 비구면 렌즈를 포함한 구성, 39mm 필터 구경 등 현행 라이카 Summicron 35mm와 다수 비교되는 사양입니다. 실제로도 현행 Summicron 못지 않은 해상력에 도달했다고 하고요. 최단 촬영 거리가 58cm로 짧은 것은 사용하며 느끼고 있는 장점입니다. 사용자 평도 좋은 편이라 어느 사용자는 '단점은 라이카가 아니라는 것뿐'이라고도 했더군요. 길이가 3cm가 안될 정도로 작고 무게도 170g에 불과해 가볍게 쓰기 좋습니다. 가격도 정가 기준 100만원 미만으로 현재 M 마운트 35mm 신품 렌즈로는 가장 가성비 좋은 렌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렌즈는 후드와 결합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후드의 형태와 질감을 과거 클래식 렌즈와 같이 한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가격은 그만큼 비쌉니다만.
블랙과 실버의 투 톤 디자인. 조리개 링을 블랙 색상으로, 초점 링을 실버 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 투 톤 컬러가 클래식한 디자인의 묘미를 살리면서 카메라 색상에 상관 없이 모두 어울리게 해 줍니다. 저는 실버 컬러의 M10 카메라에 사용하고 있는데 카메라와 렌즈의 실버 컬러가 달라 생기는 이질감을 블랙 컬러가 적당히 중화시켜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렌즈 크기가 작은만큼 조리개 링과 초점 링의 면적도 좁은 편이라 처음엔 조작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필터 구경이 39mm. 그만큼 렌즈 지름 자체가 작습니다. 전면의 레터링도 최소화 해 깔끔한 느낌입니다. 아래 보이는 원통형 초점 노브는 현행 렌즈와 다른 형태로 클래식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U자로 홈이 파여 있는 현행 렌즈들의 컨트롤러보다 옛맛이 있으면서 조작도 그리 불편하지 않습니다.
전용 후드는 해머톤 마감의 철제 후드로 렌즈와의 일체감이 매우 좋습니다. 대문자 브랜드 네이밍이 렌즈의 클래식 디자인과 잘 연결됩니다. 후드를 결합하면 크기와 무게가 약간 증가하지만 그만큼 얻게되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외형이 예쁘기 때문에 이 렌즈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다면 꼭 구매하시길 추천합니다.
후드는 전면에서 보면 그 형태가 사각 후드에 가깝습니다. 좌/우는 원형으로 마감해 독특한 모양이고요. 역시 클래식 렌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라이카 M10에 결합한 모습입니다. 필터를 장착했음에도 렌즈 길이가 매우 짧아서 카메라와의 조화가 앙증맞습니다. 전에 사용한 M-P 240 & Summilux 35mm ASPH 렌즈 조합과 비교해 전체 무게 역시 상당히 가볍게 느껴지고요. 당분간 제 주력 조합이 될 것 같습니다.
후드를 결합하면 전체 길이의 균형이 좋아집니다. 이전 세대보다 두께를 줄인 M10의 디자인에도 잘 대응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실버 바디보다 블랙 바디에 결합했을 때 좀 더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역시 블랙 vs 실버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라이카의 35mm 렌즈들을 몇 사용해 보았는데 외형만큼은 네이티브 렌즈보다 이 울트론 빈티지 렌즈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다음날 역시 빈티지 라인의 50mm F1.5 녹턴 렌즈도 덜컥 구매해버렸죠. 그리고 다음으로 21mm 컬러스코파 렌즈를 구매하려고 고민 중입니다.
라이카 제품의 가격이 저멀리 날아가버린 요즘 보이그랜더 렌즈의 약진이 정말 고맙습니다. 디자인과 성능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M 마운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니까요. 앞으로 M10의 붙박이 렌즈로 사용하며 많은 장면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결과물을 바탕으로 후기 남겨 볼게요.
[ 라이카 M10 & Ultron 35mm f2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