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수 여행에선 카페를 많이 갔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많은 곳들을 다니기보단 하루에 두,세 곳을 정해서 여유롭게 머물다 오는 게 목표였거든요. 마침 퇴사 후 휴식이 필요했던 시기였고요. 이곳은 여수의 신도시격인 예울마루로에 있는 카페입니다. 여기도 전에 소개한 낭만카페처럼 뷰가 참 좋아요. 루프탑 카페는 아니지만요.
카페는 웅천 친수공원쪽의 상가 건물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수 여행에서 많은 분들이 시간을 보내는 구항구쪽이 아니라 여수 시청과 이순신 공원을 지나 웅천 친수공원 쪽에 있어서 하루쯤 시간을 내서 이쪽을 방문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쪽은 관광객보다는 여수와 근교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해안 공원에서 나들이나 캠핑을 하며 주말, 휴일을 보내는 분위기였어요. 웅천 공원 앞에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 장도가 있는데, 지난 번 방문할 때는 내부 공사 중이었지만 얼마전 예술 공원으로 정식 오픈했습니다.
발콘드예울은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해변에 있는 대형 상가 건물 내부에 있어서 입구도 찾기 어려웠고 오래된 건물이라 건물 내부와 엘리베이터도 생각보다 허름했거든요. 하지만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탁 트인 시야와 넓은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 소품들 때문에 찾아오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스타벅스 여수 웅천점이 있는 건물 5층에 있습니다.
내부 공간은 상당히 넓습니다. 밖에서 올려다보니 창문에 지난 상가의 흔적이 흐릿하게 보이는데 아마 빕스나 그 비슷한 식당으로 사용했던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카페 치고는 규모가 상당히 크고 발코니까지 합치면 성수기때는 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겠다 싶어요. 12월이었지만 남쪽나라는 아직 날이 선선해서 발코니로 연결된 문을 열어두었더군요.
내부 테이블 구성도 다양합니다. 일반적인 테이블과 의자 좌석 외에도 벽이 있는 편한 소파식 좌석, 세미나실이나 로비에 어울릴 법한 계단식의 특이한 좌석도 있습니다. 아침 일찍 간 터라 사람이 없어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여긴 맨발이라 오가기는 쉽지 않지만 커플들에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좌석들은 인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제가 차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설 때는 제법 사람이 많았는데, 제가 자리를 떠나길 기다렸다 서둘러 이 자리에 앉는 커플이 있을 정도였죠. 아무래도 커플들이 편하게 붙어 기대서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좌석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친구들끼리 사진 찍기에도 좋고요.
예울의 발코니라는 뜻처럼 유리벽을 열고 나가면 발을 쭉 뻗고 반쯤 드러누울 수 있는 자석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작은 테이블까지 준비돼 있으니 차 마시고 책 읽으며 시간 보내기 좋겠더라고요. 이날 날이 춥진 않았지만 밖에서 보내기엔 무리라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은데 봄이 되고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면 여수 유명 '뷰' 카페 중 하나로 손꼽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발코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입니다. 섬이 많은 남해 풍경답게 크고 작은 섬이 여럿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방파제와 배들이 보이는 것이 여수바다 답습니다. 다른 곳처럼 탁 트인 풍경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이곳만의 개성이 있어요. 해운대에서 보던 해안가 신도시의 시민공원 느낌이 여기서도 납니다.
여긴 내부 인테리어와 바깥 뷰, 이름에 맞는 컨셉까지 다 괜찮았지만 정작 차와 베이커리가 아쉬웠어요. 동네 평범한 카페에서 먹는 정형화 된 레시피의 음료에 빵은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거든요. 메뉴에 좀 더 신경 쓰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카페가 될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마실 것 없어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마저 밍밍하고 심심했어요.
근처에 뛰뛰빵빵이라는 빵집이 있는데, 여기가 평도 괜찮고 몇 개 사 먹어 보니 빵 맛도 괜찮았습니다. 발콘 드 예울에서는 간단히 차 마시면서 뷰와 분위기 즐기고, 인증사진 찍은 후에 식사나 디저트는 이런저런 맛집들에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어요.
그래도 이곳의 뷰는 여수 여행을 얘기할 때 구항구 근처 말고 예울마루를 끼워넣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장도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캠핑을 코스에 넣어 색다른 여수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담엔 종일 발코니에서 시간 보낼 수 있을만큼 따뜻하거나 선선한 계절에 가보고 싶습니다.